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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나태주의 ‘시인 인생 50년, 인생 예찬 50년’…산문집 ‘봄이다, 살아보자’

[책갈피] 봄이다, 살아보자

입력 2022-02-15 18:00 | 신문게재 2022-02-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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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봄이다, 살아보자’의 나태주 시인(사진제공=한겨레출판)

 

“나는 날마다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는 날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다…(중략)…그렇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인생이고 날마다가 또 첫날이면서 마지막 날의 삶이다.”

톨스토이의 소통과 몰입과 죽음을 기억하는 삶에 빗댄 시인으로서의 여정은 작은 것들에 감사하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풀꽃 시인’ 나태주의 새 산문집 ‘봄이다, 살아보자’는 그 여정 속에서 발견한 생명력과 회복력으로 넘쳐 흐른다. 지난달 출간한 방탄소년단(BTS, RM·진·슈가·제이홉·지민·뷔·정국) 가사를 소재로 한 노래산문집 ‘작은 것들을 위한 시’, 걸스데이 멤버이자 연기자, 화가인 유라와 함께 한 시화집 ‘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에 이은 올해의 세 번째 책이다. 

그 시작은 시인 인생 50년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1945년 해방둥이로 태어나 43년간 초등학교 교단에서 아이들과 함께 했다. 1960년 처음 시를 만나 빠져 들었고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하며 1971년부터 시인으로 꼭 50년을 살았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 꼽힌 ‘풀꽃’이 그의 작품이다. 한때 죽음의 고비를 넘겼고 현재는 뜨락의 꽃과 나무에게 이별사와 환영인사를 건네며 그들에게서 순하고 너그럽고 부드러운 마음을 배우는 풀꽃문학관 관장이다.   

만으로 77세, 교사 출신의 시인은 좋아하는 찻집에서 업무를 위해 만난 출판사 편집자와 차, 찻잔 그리고 삶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 사람이다. 막 인쇄를 마친 ‘봄이다, 살아보자’를 보낸 젊은 편집자를 “내 모든 감정이나 감성이 왜곡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긴 산문집인 것 같다. 너무 좋아서 울었다”는 솔직한 감정을 담은 문자로 되레 감동시키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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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살아보자|나태주 지음(사진제공=한겨레출판)

그렇게 시인으로서의 50년은 “일상에서 배워나간 50년”임을 깨달은 나태주 시인은 작고 소박한 것들에서 배운 생명력과 회복력을 ‘봄이다, 살아보자’에 담았다.

 

공주시 소재의 풀꽃문학관에서 복수초와 그 곁에서 연한 보랏빛 싹을 틔워 올리고 있는 깽깽이풀 꽃대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 봄인 날’, 아내의 73세 생일, 설, 30년 넘게 연례행사로 해온 김 선물을 보내는 순간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안녕 등에서 느끼는 삶에 대한 고마움과 아름다움이 자리잡았다.


양부모 학대로 세상을 떠난 16개월 아기 정인에게 보내는 미안한 마음, 코로나19로 경고를 보내는 지구에 대한 사죄, 스스로 찾아와 뜨락에 움을 틔우고 뿌리를 내린 꽃들이 피고 지고 다시 떠나는 광경, 병마로 장기입원환자로 있을 때 깨달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자신이 반드시 죽는다는 걸 기억하라), 겸손한 가을 햇빛 등 예찬할 것 투성이인 소소한 일상에서 건져올린 글들이다. 

‘봄이다, 살아보자’를 함께 한 한겨레출판의 편집자인 허유진 팀장은 “장기화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회복을 위해 시인께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며 “일상의 작은 것에서 예찬하는 방법을 배운 ‘시인 인생 50년은 일상 예찬 50년’이라며 그 과정에서 발견한 생명력과 회복력을 담고 싶어 하셨다”고 밝혔다.

“죽을 위기를 겪으신 시인께서, 그럼에도 인생을 사랑하고 예찬하는 걸 보면서 궁금했어요. 코로나19로 어려운 지금의 우리가 어떻게든 살기 위해 필요한 회복력과 생명력의 단서를 일상에서 찾아보고 싶었는데 나태주 시인께서는 이미 그런 인생을 살고 계셨죠.”

그리곤 “2년여간 (나태주) 선생님을 뵈면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 일상에서 소박한 기쁨을 찾는 시선을 배웠다”는 허유진 편집자는 “모든 사람에게서 배우고 작은 데서 기쁨을 찾을 때 행복할 순간들이 많아진다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시인께서는 자신을 잘 돌보시는 분이세요. 어떤 부분에 약하고 발전해야하는 사람인지를 여전히 깨닫고 돌보시거든요.“

어쩌면 모든 것을 이룬 듯 보여지는 나태주 시인의 삶은 끊임없는 일상 예찬으로 시가 되어 모두의 마음으로 날아든다. 그렇게 누군가의 마음에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 그의 시는 꽃씨가 되어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으로 날아든다. 

물론 나태주 시인이 글에 쓴 것처럼 봄은 공짜로 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무리 짧더라도 봄은 온다. 그러니 나태주 시인의 제안대로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생명과 창조, 출발, 축복”인 “봄과 함께 살아볼 일이다.” 그렇게 “날마다 봄이고 순간순간 봄입니다. 그래서 우리네 인생 전체가 봄입니다”라며 건네는 시인의 인사가 지금을 견뎌낼 힘이 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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