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더불어 문화

[B그라운드] 그저 백색의 한지와 검정색, 그 자체로 추상인 자연에 집중하다…권영우 개인전

입력 2021-12-10 18:0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권영우 개인전
권영우 개인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백색의 한지는 겹겹이 덧바를수록 기름기도, 티끌도 없이 해맑다. 그 겹겹이 바른, 투명하기까지 한 한지에는 찢기고 뚫린 흔적들이 반복되며 추상적 이미지들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지극히 한국적이고 동양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권영우의 작품들은 “자연 자체가 곧 추상”이며 “그 자연의 여러 현상들을 발견하고 선택하고 이를 다시 고치고 보탤 뿐”이라고 했던 그의 예술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종이에 무엇을 그리는지 보다 종이를 어떻게 운용하고 구성하는지에 집중한 권영우 개인전(2022년 1월 30일까지 국제갤러리 K2)이 한창이다. 

 

권영우전
권영우 개인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15년, 2017년에 이은 세 번째 개인전으로 한국적 재료를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권 작가의 파리 시기(1978~1989)의 백색 한지 작품 18점, 1989년 귀국 직후 동양의 먹과 서양의 과슈(Gouache, 수용성의 아라비아고무를 섞은 불투명한 수채물감)를 혼합한 색채 한지 작품 11점 그리고 패널에 한지를 겹쳐 발라 기하학적 형상을 구현한 2000년대 이후 작품 7점이 전시된다.

2층에 전시된 파리 시기의 백색 한지 작품들은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행위와 우연성이 만난 것들이다. 이에 대해 국제갤러리 윤정혜 이사는 “종이와 작가 간에 묘한 긴장감을 조성한다”며 “동양적 재료, 현대미술의 역동적인 색과 움직임이 궁극적으로 공간과 통합되며 획기적 회화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권영우 개인전
권영우 개인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금욕적인 백색 한지에 집중하던 작가는 한국적 재료 먹과 서양의 과슈를 활용해 색을 쓰기 시작했다. 균열에 채색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귀국 후 그리고 2000년대 작품들은 “색으로 선을 긋고 선으로 면을 만드는, 채색이 아닌 면을 생성하는 과정”에 가깝다.

이는 한지를 과거에 그대로 두기 보다는 현대화했던 것처럼 그리고 동양화와 서양화를 구분하지 않았던 것처럼 먹과 과슈를 구별해 쓰기 보다는 “그냥 검정색”으로 여긴 권영우 작가의 철학에서 비롯된다. 

 

권영우 개인전
권영우 개인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1층에서는 부채, 낚시 바늘, 옷 등 오브제가 화면 뒤에서 앞으로 뚫고 나오는 듯한 실루엣으로 조각 같은 느낌을 살린 2000년대 이전 작품들, 나무 판넬에 한지를 겹겹이 붙이고 먹과 과슈를 쓰며 백색과 검정색을 자유자재로 표현한 2000년대 이후 실험작들을 만날 수 있다.

권영우 작가는 동양화와 서양화, 한국적 재료 먹과 서양의 과슈 등에 경계를 지고 구분을 두기 보다 그저 ‘백색’ ‘검정색’ ‘회화’ ‘미술’ 등으로 인식하며 그 자체가 추상인 자연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