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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서정진, 미래를 건 승부사> 곽정수

셀트리온 회장에서 물러나 또다른 창업을 준비 중인 서정진의 새로운 도전

입력 2021-02-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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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회장은 45세의 늦은 나이에 ‘셀트리온’을 창업해 세계적인 바이오시밀러 회사로 키운 국내 대표 경영인이다. 지난해 말 “5년 전 약속을 이행한다”며 경영권까지 내려놓고 명예회장으로 물러 앉은 후 지금은 의료 분야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저자는 진보 종합일간지 기자로 30년 넘게 일하면서 기업에 대해 비판적 기사를 많이 써왔던 사람이다. <서정진, 미래를 건 승부사>는 저자가 서 회장과 나눈 수 차례의 직·간접 인터뷰를 모은 책으로, ‘인간 서정진’, ‘초심 경영인 서정진’의 맨 얼굴을 제대로 보여준다.



* ‘성공한 기업’은 없다 - 서정진은 “성공한 기업과 실패한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성공한 기업도 사실은 ‘아직 실패하지 않은 기업’이라고 정의한다. 모든 기업이 지속적으로 혁신과 변화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셀트리온 역시 아직 실패하지 않은 기업, 지속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는 기업이라고 말한다.

* 서정진의 퇴임 고별인사 - 서정진은 지난해 말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2015년에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마지막 날 그는 임직원들에게 몇 가지 당부 사항을 전달하는 것으로 고별인사를 대신했다. 첫 번째는 “참여형 리더가 되어 달라”는 것이었다. 합리적이고 과감한 의사판단과 결정을 당부한 것이다. 두 번째는 ‘1분 참기 운동’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1분만 더 생각해 보고 얘기하라고 주문했다. 세 번째는 미래 준비형 생활습관, 네 번째는 미래 생존 가능성을 높이도록 노력해 달라는 것이었다.

* 늦은 시작, 그러나 빠른 새 출발 - 서정진은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2년 동안 부친의 장사를 도왔다. 이후 건국대에 진학 후 해마다 전교 수석을 놓치지 않고 조기졸업했다. 자신의 표현대로 ‘문교부 공식 조기졸업 1호’다. 4년을 다 채우면 연령 초과로 취업을 할 수 없었기에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첫 직업은 택시기사 아르바이트였고, 정식 첫 직장은 2년 후 삼성전기였다.

*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 이병철 - 서정진은 삼성전기 소속으로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용인 에버랜드 연수원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했다. 비서실에서 그는 이병철 회장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 회장의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에 감명을 받는다. 서정진은 이 회장의 나라에 대한 생각과 사업보국 경영철학이 가식이 아니었다고 평가한다. 다만 인(人)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어 정작 삼성의 실체를 몰랐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 김우중 회장과의 인연, 그리고 대우 해체 - 삼성 비서실 출신의 손병두 한국생산성본부 당시 상무의 부름을 받아 자리를 옮겼던 서정진은 3년 만에 대우자동차로 이동한다. 대우가 1978년에 새한자동차를 GM에서 인수해 생산성본부에 컨설팅을 맡긴 게 인연이 되었다. 김우중 회장에게 그는 물었다. “개발하면 개발해서 망하고, 안하면 차가 없어서 망하는데 왜 GM을 인수하셨습니까?”. 품질과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않는 한 답이 없다는 결론과 함께 그는 “동유럽이 개방되니 그곳 자동차 회사를 인수해 200만대 규모로 늘리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회장의 답은 이랬다. “내 생각이 자네와 같네.” 곧바로 그는 대우차 세계화추진본부장으로 전격 스카웃된다.

* “대우 해체에 절반의 책임” - 서정진은 김우중 회장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고 말한다. 회장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제대로 못 내리고 고집만 피우고 오판을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대우가 무너진 것도 정세 판단을 거꾸로 한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외환위기 때 내실을 기해야 함에도 “투자 적기”라며 과잉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쌍용차에 이어 르노삼성까지 인수하려 하자 결사 반대했으나 “지금 위기는 일시적인 것”이라며 욕심을 부렸다고 한다. 대우를 살릴 기회가 여러 번 있었으나 남의 얘기를 듣지 않았다며 아쉬워한다. 그는 대우가 (대우인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정치적 이유로 망한 것이 아니라, 김 회장이 주위의 얘기를 안듣고 잘못된 경영판단을 한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은 셀트리온에서 멀쩡한 맨 정신일 때 물러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

* 재벌 1,2 세대와 3세대 창업자의 차이 - 그는 절대 권력을 행사한 1세대 경영인들이 지금 경영을 한다면 그런 장점을 살려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절대권력을 휘두르거나 윽박지른다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의 창업자들은 직원들과 소통이 안되면 성공할 수 없다면서 “솔직히 지금 젊은이들이 우리 세대보다 생각도 낫고 실력도 좋고 일하는 스타일도 깔끔하다”고 평가한다. 그는 특히 재벌 2, 3세들은 실무를 한 적이 없이 회장으로 ‘옹립’ 당한 것이라 자기가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이 큰 권한이라고 생각해 ‘깜짝 인사’를 좋아한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서 회장 자신은 회사 CEO에게 10년의 임기를 준 것이라고 말한다.

* “흙수저인 나도 창업을 했는데…” - 서정진은 젊은이들에게 창업을 권한다. 자신은 서울대나 연·고대가 아닌 건국대를 나왔고, 45살에 단돈 5000만원으로 시업을 시작했고, 의학자도 생명공학을 전공하지도 않았으며, 전공과 상관없이 사업을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내가 할 수 있었다면 우리나라에서 못할 사람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묻는다. 그는 “절박하면 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절박하게 만들어라. 도망갈 구멍을 찾으면 안된다”라고 독려한다. 아울러 “자기 실력만으로는 안된다”며 “성공하고 싶으면 하루에 10명한테 미안하고 고맙다고 진심으로 말하라”고 조언한다.

* 차용증도 없이 15억원을 빌려준 친구 - 셀트리온 창업 후 어느 날, 15억원을 다음날까지 만들지 못하면 당장 부도가 날 상황에 몰렸다. 마침 병원 개업을 위해 아버지로부터 15억원을 받아두고 있던 한 친구에서 급히 SOS를 쳤다. 당장 병원 건물을 계약해야 할 그 돈을 친구는 기꺼이 내주었다. 차용증도 없었다. 아버지와 아내에게는 말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친구는 지금 거부(巨富)가 되었다. 서정진이 당시 휴지조각 같았던 셀트리온 주식 30만주로 퉁쳤는데 그것이 지금 시가로 1000억원에 이르게 됐다. 서정진은 “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좋은 친구와 좋은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 서정진의 낡은 구두를 믿은 테마섹 - 셀트리온의 성공을 도운 기관투자가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테마섹’이다. 처음에 5000억원을 투자해 10년 만에 그 10배인 5조원 어치의 주식을 갖게 되었다. 첫 투자 당시 테마섹이 서울 롯데호텔로 서정진을 불러 자신들이 왜 셀트리온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묻자 그는 10년째 신고 있던 낡은 구두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를 위해 일하지 않고 회사를 위해 일한다”고 답했다. 그의 열정과 진심은 통했다. 또 다른 투자자 원에쿼티파트너스도 투자입금을 위한 최종 전화회의 도중 김정일의 사망(2011년 12월 17일)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서정진이라는 브랜드만 믿고 전격 투자를 결정했다.

* 셀트리온의 성장성을 확신했던 근거 - 서정진은 셀트리온의 성장성을 의심하지 않는다며, 투자자들 입장에서라며 몇 가지 포인트를 얘기한다. 셀트리온은 기술력에서 세계 정상이며, 파이프 라인(제품 라인업)이 세계와 경쟁할 수 있으며, 그것을 소화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현금이 있으며, 시장의 좋은 평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2030년까지 파이프라인 25개를 갖고 있는데 250조원 규모의 안티바디(항체치료제) 시장을 모두 커버하는 제품이라고 자랑한다. 여기에 특허문제까지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무엇이 무섭겠냐고 말한다.

* 영업이익 글로벌 톱 10이라는 목표 - 셀트리온은 전 세계 30만개에 이르는 제약회사 가운데 영업이익 규모에서 세계 35위권이다. 2021년에는 상장 3사(셀트리온 헬스케어 제약)의 영업이익 합계가 2조원으로 20위권으로 끌어올리고 2025년에는 7조원으로 10위권 도약을 목표로 잡고 있다. 매출도 2023년 10조원, 2030년 30조원이 목표다. 전 세계 직판체제 구축을 계기로 이익률도 40~45%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2030년까지 전체 안티바디(항체) 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을 최소 15% 이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후배들을 독려하고 있다.

* 코로나 항체치료제로 ‘코로나 청정국’을 - 셀트리온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로나 항체치료제(CT-P59)의 긴급 사용승인 절차를 진행했다. 임상 데이터를 보면 초기 환자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는 2021년 봄이면 한국 국민들이 마스크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코로나 청정국’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특히 “코로나를 퇴치하려면 치료제가 백신보다 먼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셀트리온도 마음만 먹으면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며, 외국업체와 협의중이라고 귀뜸한다.

* “치료제 가격 저렴하게… 북한에도 무상지원 가능” - 셀트리온과 미국의 일라이 릴리와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 유럽의 글락소 스미스클라인과 아스트라제네카 등 5곳이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서정진은 “재앙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해선 안될 것”이라며 국내는 개발비를 포함한 원가 수준에서 싸게 공급하고, 해외에는 경쟁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일라이 릴리가 미국 정부와 공급계약한 개당 450만~500만원의 10분의 1 정도인 40만~50만원에 국내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북한에 무상지원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약이 언제까지 쓰일지는 모르겠지만, 아프리카까지 코로나가 번진 상황에서 이 치료제가 향후 효자상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 ‘해외투자의 무덤’ 중국 시장에 도전하다 - 셀트리온은 당초 2020년 4월에 중국 우한에 6만평 규모의 합작공장 기공식을 가질 계획이었다. 외국 엔지니어들이 직접 들어가 지질조사 등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막히고 있다. 5년간 설비투자만 6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셀트리온이 1000억원으로 법인을 세운 후 중국과 500억원 씩을 추가 투자하고 중국이 별도로 1000억원을 무상지원키로 했다. 3000억원은 외부 투자유치로 해결한다. 중국은 의결권 없는 이사 1명 파견으로 얘기가 됐다고 한다. 2019년에 저장성 성장과 당서기, 항저우 시장이 한 자리에 모였을 정도로 중국 측에선 크게 기대하는 사업이다. 결국 인건비가 가장 싼 우한으로 입지가 결정되었다.

* 서정진이 낙관하는 중국 성공전략 - 서정진은 중국과 현지 합작공장을 처음 논의하면서 이곳에서 생산될 유방암 치료제를 중국 의료보험에 연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중국이 세계 2위 강국인데 최소한 암 사망률은 OECD 수준으로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설득했다. 대신 약값을 최대한 낮춰주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국민들이 2년에 1억원 이상 하는 비싼 약값을 감당할 수 없을테니, 의료보험으로 부담을 없애주자는 얘기였다. 중국 의료보험에 치료제가 포함되면 판매는 자동으로 이뤄진다. 대신 셀트리온의 투자액에 인센티브를 달라고 했다. 중국정부는 투자금의 25% 이상을 대고, 약품 허가는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해 주기로 했다.

* “일본의 수출규제 겁낼 것 없다” - 서정진은 2019년 8월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고 낙관했다. 심지어 “일본이 곤경에 빠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번 기회에 대일 무역 역조를 바로잡고 소재산업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우리가 중국에 중간재 파는 것도 일본 몫으로 다 바뀔 것이라고 재촉했다. 그는 “이제 일본의 독점 기술은 없다”며 유럽과 미국에서 사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양 업체들이 일본 제품보다 10% 깎아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일본의 멍청한 놈들이 아이디어 차원의 것을 그대로 질러버렸다”며 “일본이 우리를 너무 과소평가했다”고 꼬집었다.

* “친미 친중 논쟁 그만… 민간 네트워크 활용을” - 중국이 미국의 패권주의에 도전하면서 많은 나라들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우리도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예속되어 있고, 안보는 미국 없으면 안되는 어정쩡한 상황이다. 서정진은 “들통 안나게 각각 연애편지 주고 받아야지”라며 줄타기 전략을 권한다. 누구 대통령이 되든 별 수 없는 일인데, 왜 정답없는 친미 친중 논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안보에는 한계가 있지만, 경제는 정신만 차리면 이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럴 때 고급 정보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처럼 국정원이 워싱턴에서 귀동냥하는 정도의 정보로 정세를 판단할 게 아니라, 민간의 휴먼 네트워크를 제대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 “내가 좌파?… 기업인들도 역사의식 가져야” - 서정진에 대해 ‘좌파’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가 하고 다니는 말 때문이다. 그는 “현 정부에 빨갱이가 많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빨갱이는 없고 민족주의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친북 세력 논란에도 “친북이 어디 있나. 남북간에 안싸우는 방법을 찾는거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룹 회장들이 좌파적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대놓고 얘기한다. 대신에 “없는 사람은 가진 사람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움을 받았고 세금을 많이 내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 “야스쿠니신사를 가보라”는 서정진 - 서정진은 일본 주재직원들에게 먼저 야스쿠니신사부터 가보라고 권한다. 일본을 제대로 알라는 취지다, 그곳에 가면 전쟁기념관이 있는데, 정문에 걸린 지도에 한국과 대만이 일본과 같이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다. 모두 자기네 땅이라는 얘기다. 그는 “1945년 8월 15일에 일본은 항복이 아니라 종전 선언을 했다”면서 일왕이 평화를 원해 그리 한 것으로 ‘물타기’라고 비판한다. 일본이 자기 역사를 잘 모른다는 점도 지적한다. “일본은 역사가 선택과목이라 배우지 않는다”며 “우리 만큼은 우리 역사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 “경제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실용주의” - 서정진은 경제를 이데올로기로 봐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경제에 좌우가 어디 있느냐”며 “경제는 실용주의이며 분위기”라고 말한다. 때문에 경제를 자꾸 정치권에서 화두로 올리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정권을 따지지 말고, 좌파니 우파니 얘기하지 말고 ‘우리 회사 살리기 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국가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 “40대 그룹 투자 이어달리기라도 하자” - 서정진은 “정부가 경제를 만들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정부 역할은 경제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경제는 주체들, 즉 기업들이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저임금과 잔머리에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통큰 투자’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대기업들이 현금이 많으니 지금은 돈을 쓸 때라고 강조한다. 40대 그룹이 투자 이어달리기를 한다면 달라질 것이라고 독려한다.

* 기업인이 해야 할 네 가지 일 - 서정진은 지금 기업인이 꼭 해야 할 것이라며 네 가지를 든다. 우선, 국제경쟁력을 가진 기업은 혁신을 잘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가가 변해서 불신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두 번째다.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후배들을 기르는 것이 세 번 째다. 특히 차세대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은 더불어 사는 시회를 만드는 것이다. 가진 사람이 희생하고, 없는 사람에게 나눠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 “대통령 앞에서 기업인들이 얘기할 수 있게 해야” - 서정진은 “정부가 국민을 가르치려 하면 안된다”고 말한다. 국민 위에 군림하고 우매한 백성을 가르치듯이 해선 안되며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정부에 교수 출신이 ‘설치는’ 것도 잘못”이라고 비판한다. (현장을 모르는) 교수 출신들이 기업인들에게 오라가라 하는 것도 탐탁치 않다고 말한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기업인 한 두번 만났다고 경제가 돌아가느냐”며 “경제가 돌아갈 때까지 대통령이 계속 기업인들을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회장들이 대통령이나 언론 앞에서도 직접 말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경제위기의 본질은 산업 위기”라며 오판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 서정진이 말하는 ‘경제살리기 해법’ - 서정진은 “곧 곡소리가 날테니 노사정대화 수준을 넘어 국민 전체와 협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국가 고용정책에 있어 제조업의 건실함이 최대 핵심과제라고 강조한다. 해외로 나간 기업을 들어오게 하는 K쇼어링이 필요한데 정부가 아무 대책이 없다고 비판한다. 수도권 규제를 재검토하고 인센티브제를 신설해야 하며, 지역균형발전 방안도 현실성있게 재조정하고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검토할 것을 역설한다. “4차 추경까지 필요할 수도 있다”고 화두를 던진다. 노사갈등에서 협력시대로 바뀌어야 하며, 전 세계가 선호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대반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려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규제와 조세도 국제수준으로 재정비해야 하며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천 무의도 등을 금융실명제 예외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보수·진보 타령은 이제 그만하고 OECD 평균으로 조세와 복지, 노동시장 유연성을 맞추자고 말한다.

* “대한민국이 들개 공화국이냐?” - 셀트리온은 2018년에는 선거관리위원회 빼고 다 조사받았으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3년 동안 공정위 조사 3번, 국새청 조사 5번, 검찰 수사 2번을 받았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은 3개 계열사의 10년치 자료를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정직성인데 정부가 이렇게 하니 신뢰가 생길 리 없다고 말한다. 조사 나올 때마다 로펌을 쓰는데 한 번에 몇 억이 들어간다고 한다. 검찰의 약식기소로 벌금 1억원을 낸 사건에 변호사 비용만 수억원이 들어갔다고 토로한다. 서정진은 “제발 우리나라도 이제 국익 중심으로 모든 걸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한다. 제보가 틀렸으면 인정해야 하는데 우리 조사기관들은 그런 것이 없다고 비판한다. 그는 “스타트 버튼은 있는데 스톱 버튼은 없다”며 “홍위병과 들개 떼가 너무 많다”고 꼬집는다.

* 서정진의 파운더 친구들 - 서 회장이 재계에서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같은 파운더들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김흥국 하림 회장,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김정주 NXC 대표 등과 가깝다고 말한다. 자신은 약 장사, 김상열 회장은 집 장사, 김흥국 회장은 닭 장사, 박현주 회장은 사채업자라며 웃는다. 박병엽 팬택씨앤아이 부회장은 격의 없이 만나는 몇 안되는 친구 중 하나라고 소개한다. 실제로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며 교류하고 있다고 한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쓴소리 - 이재용 부회장은 서 회장에게 “선배님”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는 이 부회장에게 “내가 삼성에 계속 있었으면 잘렸을 것”이라며 삼성처럼 나이가 많은 기업은 매너리즘에 빠지고 변화를 싫어하게 된다고 일침한다. 그러면서 “삼성이 반도체에서 그렇게 막대한 이익을 얻었는데 지금 새로운 미래성장산업으로 크게 내세울 것이 없다”고 비판한다. 그는 또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4년 감옥에 있다가 다시 오면 된다”고. 삼성도 그걸 전제로 경영을 해야 한다고 일러 주었단다. 그러면서 “삼성도 이제 주주의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고 코칭한다.

* ‘노조위원장’으로 불리는 회장 - 서정진은 “회사가 잘 되려면 노사갈등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려면 총수가 각오해야 하며, 결국 직원들이 믿어줄 때까지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나라가 잘못하는 점은, 투쟁을 통해 급여를 받는 게 습관이 된 것”이라고 꼬집는다. 셀트리온 그룹에는 노조가 거의 없다. 회장이 노조위원장처럼 하기 때문이란다. 직원들이 자신을 노조위원장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블라인드에서 노조 가입을 받은 적이 있는데 직원들이 거부했다고 전한다. 서 회장은 “진심이 통하기 때문”이라고 겸손해 한다. 그는 “아무리 잘 해줘도 투덜이는 나온다. 관건은 대다수 직원이 그 투덜이 말에 동조하느냐”라며 회사 자체의 자정 능력을 얘기한다.

* 은퇴 후 새로운 도전 ‘원격진료병원’ - 서정진은 자신과 함께 물러나는 60세 이상 직원들을 위해 500억원 짜리 회사를 하나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심으로 돌아가 도전하려는 사업으로 ‘유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얘기한다. 전 세계 70억 인구가 이용할 수 있는 원격진료 병원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이 사업을 하려면 집집마다 종합검사키트가 구비되어 누구나 검사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가정에서는 체온과 맥박 소변 등의 검사는 가능하지만 피 검사가 안된다. 자가 피검사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의료 기관마다 보유한 자료를 빅데이터로 연결시켜주는 소프트웨어 회사도 필요하다. 원격진료 결과에 따라 약을 전자거래로 보낼 수 있는 이커머스 회사도 필요하다. 주사기도 국내 생산이 가능해야 한다. 그는 이 모든 준비를 해외에 나가 할 생각이라며, 5년에서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나마 새 사업을 한다니까 앞다퉈 투자하겠다는 이들이 모이고 있어 다행이란다. 네이버의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와도 협의중이라고 한다.

* 서정진의 크레디트는 얼마? - 그는 펀드들로부터 크레디트를 인정받는 사람이 기업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SPC(특수목적법인)을 만들고 펀드와 금융기관이 이에 투자하고, 그 다음에 자신이 사업 목적을 밝히고, 모인 돈을 가지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이후 SPC를 상장해 투자자가 엑시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손정의의 ‘비전펀드’와 유사한 방식이다. 아직 국내에선 이런 사례가 없지만, 자신의 신용도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이 정도 크레디트가 있는 사람은 네이버의 이해진, 카카오의 김범수, 넷마블의 방준혁, NXC의 김정주 정도라고 전한다.

* “아들들에게 CEO 맡기지 않는다” - 서정진은 “안정된 회사는 전문경영인이 맡고, 미래에 대한 준비는 오너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다른 재벌들처럼 아들들에게 CEO 역할을 주지 않았다. 경영은 철저히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자식들은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을 맡으라고 했다. 대주주 역할만 하라는 주문이다. 기존의 잘 짜여진 셀트리온 그룹 내 지휘 체계에 자신들이 뚫고 들어갈 룸이 없다는 것을 본인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자식들을 유학도 보내지 않았다. “한국에서 보스를 하고 싶으면 한국에서 공부하라”는 것이었다.

* “상속세를 국가와 기업이 반반 나누자” - 서정진 역시 다른 재벌들처럼 상속세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다른 큰 그룹들은 상속세 관련 정리가 다 끝났지만 그는 오히려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는 줄곳 “상속재산을 국가와 가족이 반반씩 나누자”고 제안한다. 기업인이 무에서 유를 만들었는데 반반씩 분배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것이다. “안 그러면 셀트리온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한다. 상속세를 현금 대신 주식으로 낼 수 있도록 해 줄 것도 제안했다. 정부가 세금으로 받은 주식을 팔지 않고 계속 갖고 있으면 3대쯤 가서는 아예 국가 소유가 될 것이고 그러면 정부는 세금을 받고 기업은 회사를 지키고, 산업도 지켜지는 것이 아니냐는 논리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자신은 자식이나 부인에게 주식 한 주도 안 넘겼기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국내 종자시장 1위 기업이었던 농우바이오의 예를 든다. 2014년에 대표가 갑자기 죽고 유학중이던 아들이 상속세 때문에 회사를 농협에 매각했던 사례다. 서정진은 “이제 삼성식 수법도 벌써 다 막혔다. 내가 상속세 고쳐 달라고 하는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 “제2의 전경련을 만들자” - 서정진은 제2의 전경련을 만들어 후배 기업인 양성을 위한 창업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파운더 회장들을 모으고 있다. 500억원 씩 모아 5000억~1조 펀드를 만들려 한다. CVC(기업형 벤처캐피탈)에서 2~3조의 투자를 받으면 창업 아카데미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신들이 직접 강의해 가르치고 IT나 BT(생명공학) 분야의 우수인재들에게 최소 50억~100억씩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한 명의 파운더당 10개씩 ‘후배기업 키우기 운동’을 하는 셈이다. 미래에셋 하림 호반 네이버 등이 동의해 자신까지 포함해 6명이 6000억원은 우선 모은 셈이라고 설명한다. 정부에 얘기했더니 매칭펀드를 붙이겠다고 하더라며 1조원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고 전한다. 나이 순으로 자신이 회장을 맡고 박현주 회장이 총무를 하기로 했단다.

* “기업인은 정치하면 안돼” - 서정진은 한 때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직원들에게도 “절대 정치는 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나도 다행히 공소시효에 걸리는 것은 없지만, 청문회를 통과할 자신이 없어서”라며 웃는다. 사업가는 도덕적으로 상처받을 일을 안하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사업적으로 성공한 기업인은 돈 되는 일은 다 한 사람들”이라며 “기업인들은 정치할 자격을 상실한 사람들”이라고 못박는다. ‘공직’에도 나가선 안된다고 말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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