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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조선구마사’가 불편한 이유

[트렌드 Talk] '조선구마사' 작가, 습관적 역사 왜곡?

입력 2021-03-25 19:00 | 신문게재 2021-03-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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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조선구마사' 포스터.(사진제공=스튜디오플렉스)

“중국이 김치도, 한복도, 판소리도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는 상황에서 공중파 드라마에서 그런 장면을 방송한다는 데 분노와 참담함을 느낍니다.”

지난 22일 첫 방송된 SBS 일일드라마 ‘조선구마사’의 한 시청자는 문화식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구마사’는 태종(감우성) 재위기, 이후 세종이 되는 충녕대군(장동윤)과 왕세자 양녕대군(박성훈)을 중심으로 생시(좀비)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담은 퓨전 사극으로 첫회부터 중국풍 미술과 소품 등으로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1회에서 충녕대군이 명나라 국경지역의 구마사제 요한 신부(달시 파켓)를 대접하는 장면에서 월병, 만두, 피단 등 중국풍 소품이 등장하는가 하면 주거 형태 역시 중국풍으로 표현돼 역사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태종의 죄 없는 양민학살 장면도 문제로 지적됐고 “판타지 퓨전 사극에 굳이 역사의 실존인물을 등장시키는 저의”도 의심을 샀다.

‘조선구마사’의 박계옥 작가 전작 ‘철인왕후’에서 논란이 됐던 “조선왕조실록은 다 지라시” “언제까지 종묘제례악을 추게 할 거야” 등이 다시 언급되며 중국자본 투입설, 박계옥 작가 조선족설 등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이에 23일 제작진은 “상상력을 가미한 소품”이라며 “극중 한양과 멀리 떨어진 변방에 있는 인물들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한 설정이었을 뿐 어떤 특별한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예민한 시기에 오해가 될 수 있는 장면으로 시청의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 사과하며 실존인물 차용에 대해서는 “‘공포의 현실성’을 전하며 ‘판타지적 상상력’에 포커스를 맞추고자 하였으나 예민한 시기에 큰 혼란을 드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곤 “실존 인물을 다루는 작품인 만큼 더 무거운 책임 의식을 가지고 준비했어야 마땅하다”며 “더 엄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드라마 제작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사과했지만 비난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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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관원, 주식회사 반올림식품, 에이스침대, LG생활건강, 코지마 안마의자, 뉴온, 하이트진로, 바디프렌드, CJ제일제당, KT, 금성침대, 블랙야크 등이 ‘조선구마사’ 광고 편성 중단을 결정했고 나주시 역시 나주시영상테마파크 사용에 관련한 제작지원 계약을 철회했다. 제작지원에 나섰던 문경시와 인센티브를 지원한 문화관광재단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태다. 박계옥 작가와 집필계약을 체결했던 중국 대형 콘텐츠 제작사 항저우쟈핑픽처스유한공사의 한국 법인 쟈핑 코리아 측은 ‘집필계약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역사왜곡 문제가 불거지면 늘 그랬듯 안일하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거나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에게 “극적 상상력도 이해하지 못하는 프로 불편러”라고 치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SBS는 “실존 인물과 역사를 다루는 만큼 더욱 세세하게 챙기고 검수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 사과하며 내주 결방과 전면 재정비, 다시보기 및 VOD 중단을 결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작가이자 외교전문가는 “역사 드라마를 표방할 때는 사실, 역사적 고증을 근거해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원칙이다. 더불어 시청자, 곧 국민의 교양적 측면을 반드시 고려해야할 최소한의 원칙”이라며 “최근 그 원칙을 의도적으로 깨뜨리는 경우들이 눈에 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제강점기 뿐 아니라 한국을 중국 내 소수민족의 역사로 해석하는 동북공정도 굉장히 위험하다”며 “드라마는 흥밋거리고 극적 상상력이 발휘되지만 우리 역사의식의 확장이어야 한다. 누구나 역사를 디테일하게 공부할 필요는 없다. 이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드라마로 역사를 공부하기도 한다. 게다가 한국은 분단국가로서 민족성 회복을 숙제로 가지고 있는 나라다. 그런 중대한 과제수행 중이며 K드라마가 해외로 뻗어가는 상황에서 역사, 실존인물을 다루는 데 공공재를 사용하는 공중파는 보다 책임감 있고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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