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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새길 내며 한발 한발… 내게 창업은 마라톤"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윤지은 무인카페 '만월경' 대표

입력 2023-08-07 07:00 | 신문게재 2023-08-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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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만월경 대표1
윤지은 대표는 "무인카페는 유인카페와 운영 방식이 다를 뿐 고객을 만나는 것은 같다"며 "고객과의 관계 강화에 더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이철준 PD)

 

“사업은 100m 달리기처럼 짧은 시간에 전력 질주해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꾸준한 페이스로 달려야 하는 마라톤이다.”

 

무인카페 브랜드 ‘만월경’을 운영하는 윤지은(29·여) 공동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이 같이 조언했다. 용기를 내 시작했다면 하루 매출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의미다. 

 

그는 “같은 위치에서 같은 돈을 들여 같은 시점에 시작하더라도 경영주가 ‘어떻게 하느냐’가 많은 것을 바꿔놓는 게 사업”이라며 창업천 세웠던 계획은 참고만 하고, 긴 호흡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윤지은 대표는 사업 파트너이자 남편인 김재환 공동대표를 비롯해 30여명의 직원과 함께 일하고 있다. 만월경은 2021년 2월 서울 녹천점을 시작으로 올해 8월 현재 직영점 8곳을 포함해 전국 170여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지 약 2년여만에 일궈낸 성과다.

 

윤지은 만월경 대표
윤지은 카페 만월경 대표.(사진=이철준 PD)

 

경제지 기자로 일하던 윤 대표가 창업시장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은 당시 회사 동기이자 남자친구였던 김 대표가 ‘거주하는 아파트 상가 공실에 무인 매장을 열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하면서다.

윤 대표는 “당시 마침 부업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차에, 무인 커피머신이 생각보다 고도화돼 있어 신경 써서 관리하면 유인 카페를 능가하는 커피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무엇보다 매장 관리에 대한 부담이 적어서 시공간의 제약 없이 현업과 병행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부업이라고 생각하고 발을 들였던 카페 사업은 곧 그의 전업이 됐다. 카페 사업에 뛰어든 이상 맛있는 커피를 제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직접 원두를 테스트하고 시중에서 유통되는 커피머신 업체를 모두 찾아가 아메리카노부터 에이드까지 제조 가능한 모든 음료를 마시며 비교했다. 윤 대표는 “돌이켜보면 이렇게 과할 정도로 ‘맛’에 집착했기 때문에 업계에서 독보적인 ‘맛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윤 대표의 맛에 대한 집착은 곧 사람들의 관심을 불렀다. 1호점을 오픈한 이후 꾸준히 가맹 문의가 들어오게 된 것이다. 가맹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대체로 단골 고객들이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자신감이 들자 2021년 6월 직영 2호점(구미점) 오픈과 동시에 가맹 사업을 준비했다. 가맹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브랜드명도 ‘만월경’으로 교체했다. 윤 대표는 “만월경은 보름달(만월·滿月)과 고래(경·鯨)를 한자로 표현한 조어”라며 “누구나 쉽게 기억할 수 있으면서도 어감이 좋은 이름을 찾기 위해 여러 날을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윤지은 만월경 대표3
운지은 카페 만월경 대표.(사진=이철준 PD)

 

만월경은 외부 간식을 허용하고 1인 1메뉴, 노키즈를 지양한다. 쿠폰도 손님 스스로 도장을 찍도록 하고 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크고 작은 서비스에 대한 만족감이 더해져야 고객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윤 대표의 판단 때문이다.

윤 대표는 “매장 이용과 출입을 제한하는 카페가 많아지고 그것이 마치 ‘대세’인 것처럼 굳어진다고 해서 이를 따르는 것은 만물을 포용하는 ‘고래’에서 출발했던 만월경의 정체성과 가치관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만월경은 ‘가장 가까운 곳에, 가장 가장 편안한 공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언제든 편하게 쉴 수 있는 ‘쉼터’로서 카페 이용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해 고객 중심의 문화를 구축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의 맛에 대한 집착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만월경에서 창업과 상품기획을 총괄하며 ‘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 커피를 고객에게 제공하려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결국 커피의 본질이 ‘원두’에 있다고 보고, 좋은 원두를 선별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원두를 테스트한 끝에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의 평가를 거쳐 기준점수 80점 이상을 받은 최상위 등급의 스페셜티 원두를 선택하고, 다양한 수상 경력과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슈퍼바이저와 함께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만월경의 에스프레소 추출 농도(TDS)는 슈퍼바이저가 전 지점의 기준값을 관리해 일반 프랜차이즈(3~5%)보다 높은 10%에 육박해, 진하고 깊은 풍미를 자아낸다.

이와 함께 윤 대표는 고객과 가맹점주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면서도 다른 카페에는 없는 상품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차별화 상품이 ‘고래로로쉐’다. 윤 대표는 고래로로쉐에 대해 “브랜드 상징(고래)을 활용한 재미있는 네이밍과 남녀노소 누구나 선호하는 달달한 맛”이라며 “어느 새 만월경의 대표 메뉴이자 인기 메뉴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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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카페 만월경 대표.(사진=이철준 PD)

 

만월경은 고객 뿐만 아니라 가맹주와의 ‘관계성’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상생 경영’으로 가맹점주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점주 친화적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만월경은 가맹점주에게 △가맹비 △로열티 △교육비 △계약이행보증금 △홍보비 등을 일체 부과하지 않으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제품 원가가 하향될 경우 이윤 상승분을 점주와 공유한다. 커피머신 AS는 본사 인력으로 무상 2년을 지원하는데, 이는 일반적인 커피머신 AS기간의 2배에 달한다.

또한 계약 이전부터 모든 매장의 월별 매출 데이터를 포함해 본사가 공급하는 75종의 물류 원가와 이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창업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예상 최대 금액으로 산출하며, 인테리어 시공비의 경우 견적서상에 실행비용과 이윤을 철저히 구분해서 기재하며 설계·감리에 따른 비용은 최소 책정한 정액으로만 받는다.

최근에는 금요일 야간이나 주말에 갑작스러운 기계 문제로 가맹점주가 영업에 차질을 빚는 일이 없도록 AS 및 ARS 응대 서비스를 주말까지 확대했다.

윤 대표는 무인카페를 운영하거나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맹점주가 매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유인카페와 운영 방식이 다를 뿐 고객을 만나는 것은 같다”고 조언한다.

무인카페라도 고객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매장에서 작은 인사를 건네는 등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면 점주와 매장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질 뿐만 아니라 매출에도 영향을 준다고 윤 대표는 강조한다.

이러한 고객과의 관계강화를 위해 만월경에서는 고객이 직접 스탬프를 찍는 쿠폰 제도와 소식지 ‘월간 만월경’을 매장에 비치하고 있다.

소식지에 대해 윤 대표는 “‘이런 것 하는 무인 카페는 처음 본다’, ‘소장하고 싶다’는 고객 반응을 볼 때마다 무인카페라고 해서 서비스도 무인으로 해선 안된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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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카페 만월경 대표.(사진=이철준 PD)

 

윤 대표는 앞으로도 만월경을 머물 가치가 있는 공간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한편, 항상 기본을 놓치지 않는 브랜드로 고객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전념할 계획이다. 아울러 유인 카페와의 기능적 격차를 완전히 없애기 위한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또한 ‘만월경’ 브랜드에 대해 점주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도 발굴해나갈 예정이다.

윤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만월경은 ‘늘 길 없는 길’을 개척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며 “처음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커피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다짐을 했고, 이는 여전히 사업인생의 중대하고도 단일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장민서 기자 msjan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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