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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한다지만

입력 2023-08-15 13:47 | 신문게재 2023-08-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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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부국장(사진)-3
권순철 정치경제부장

지난해 9월 27일 국무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외국인 육아 도우미’ 정책을 도입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오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국에서 육아 도우미를 고용하려면 월 200~300만원이 드는데,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월 38~76만원 수준”이라며 “앞으로 출범할 범정부 TF에서 비중 있게 논의해주실 것도 건의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5월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비공개 발언에서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운영 중인 외국인가사도우미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1일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에서 이르면 연내에 외국인 가사근로자 100명이 서울에 있는 가정에서 가사·육아 일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오 시장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관련해서 화두를 던졌고, 윤 대통령이 지시를 함으로써 주무부처인 노동부가 사업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시범사업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최소 6개월 이상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20∼40대 맞벌이 부부, 한부모, 임산부 가정에서 일을 해야 한다.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 서비스 제공기관과 고용계약을 맺고 출퇴근하면서 육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올해 기준 시간당 9620원)이상을 받게 돼 있어, 월 200만원 정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용자의 집에서 먹고 자는 입주형 내국인 가사 근로자가 서울기준으로 받는 임금은 300만원 정도 인점을 감안할 때 3분의 2에 불과하다. 또 내국인 가사 노동자의 경우 고령화도 심각하다. 전체 취업자 중 90% 이상이 50∼60대다.

정부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이유로 이용자들의 경력단절과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 저출산 대책의 일환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 도입을 위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도입하는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검증이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우선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가정 내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기존 근로자들의 근무지와는 근무환경이 전혀 다르다. 여태껏 외국인 근로자는 제조업, 농업 등 사업장에서 일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들이 사전에 한국사회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문화의 이질성, 교육의 가치, 아이와의 소통 등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한 가정의 사생활에 피해를 줄 수 있고, 반대로 이용자들이 이들에게 한 행위가 문화적 차이로 인한 인권 침해 논란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상대국과의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중고령 근로자들이 이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노인 빈곤률이 가장 높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노후 준비가 미흡한 상태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외국 가사근로자 도입을 밀어붙이면 그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 5060 육아도우미들은 젊은 층 워킹맘이 갖고 있지 않은 풍부한 육아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이 보다 더 좋은 것은 부모가 직접 아이를 돌보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피할 수 없다면 단축근무 활성화 등 내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권순철 정치경제부장 ike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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