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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오정세라 쓰고 '소정세'라 읽지만… 그것도 "잊혀지길"

SBS드라마 '악귀'속 민속학 교수 염해상役
화제성과 시청률 동시에 잡으며 종영
"기억과 추모의 진심, 나를 성장시켰다"

입력 2023-08-15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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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악귀' 출연한 배우 오정세
SBS 드라마 ‘악귀’에서 귀신을 볼 수 있는 민속학자이자 악귀에 의해 어머니를 잃은 염해상 역을 맡은 배우 오정세. (사진제공=프레인TPC)

 

웃음기는 지웠다. 늘 검은 옷에 어두운 표정으로 동료의 딸(김태리)몸 속에 들어간 ‘악귀’를 추적한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악귀’에서 민속학과 교수 염해상을 연기한 그는 “의미있고 가치있는 작업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싸인’, ‘시그널’, ‘킹덤’ 등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와 ‘지리산’(2021)에 이어 두 번째 만났지만 온도차는 극과 극이었다. 전작이 극의 웃음스위치였다면, 이번 작품은 학계에서 외면받는 민속학과 교수로 늘 귀신을 보고 주변사람들이 모두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외로움이 상당한 인물이죠. 얼핏 보기엔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고리타분한 사람이지만 선한 사람으로 접근했습니다. 텍스트만 보면 답답하고 매력이 없었는데 작가님이 그린 세계에서는 분명 후반부에 그 진가가 드러날 거라 믿었어요.”

초반부의 반응은 미지근했지만 ‘악귀’는 ‘한국형 오컬트 스릴러’라는 칭송을 받으며 마니아들의 극찬을 받았다. 그 중심에는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한 토속 신앙과 ‘한때 귀신도 사람이었다’는 김은희 작가의 의도를 찰떡같이 소화한 배우들이 있었다. ‘악귀’는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시대를 거슬러 인간들의 욕망과 청춘들을 좀먹는 사회악을 다룬 작품. 한 영혼을 악귀로 빚어낸 인간들의 탐욕을 추리물로 완성해 냈다. 

 

악귀포스터.
‘악귀’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드라마로 최고 시청률 13%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사진제공=SBS)

 

“요즘 워낙 흉흉한 사건사고가 많지만 그 반대엔 늘 작은 선함이 존재하잖아요. 안면도 없지만 길에 쓰러진 사람을 도우려 뛰어오고, 눈 오는 날 골목길을 빗자루로 쓸어둔 배려심 같은거요. 그 중심에 해상이가 있었으면 싶었죠. 사라져가는 민속신앙을 기억하고, 선한 마음을 붙잡으려 애쓰는 캐릭터를 연기해서 저 역시 성장했어요.”

그는 자신의 변화를 “멀리서나마 마음을 쓰고 위로하던 감정이 조금 더 진해진 느낌”이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세상을 살 만하게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인 것 같다. 선한 마음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악귀’에 참여하기 전 실제로 신 내림을 받은 무당을 만났다는 그는 “나를 떨게 했던건 추위도 귀신도 아닌 벌레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대부분 폐가나 산 속의 외딴 곳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눈만 뜨면 지네가 보이고 조명을 키면 엄청난 양의 벌레들이 모여들었던 것.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촬영 직후 한 쪽 눈이 안 보이는거예요. 인터넷에 찾아보니 실명할 수도 있다고 해서 병원에 부랴부랴 갔더니 염증이라고 해서 치료를 잘 받았습니다. 김은희 작가님이 불러만 주신다면 세 번째 작품세계에는 조금 더 금방 들어갈 수 있겠구나 싶어요.” 

 

SBS 드라마 '악귀'의 배우 오정세
종영 지기후 코로나19에 두 번째로 걸린 오정세는 “인터뷰 전에도 음성 나온걸 확인하고 이 자리에 섰다”며 발랄한 소년미를 드러냈다. (사진제공=프레인TPC)

 

오정세는 유독 한 번 인연을 맺은 감독과 작가의 러브콜이 잦은 배우다. 차기작인 ‘폭싹 속았수다’ 역시 KBS 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이후 임상춘 작가와 만나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그는 “만만해서 그런 것 같다”고 눙치면서도 “큰 문제가 있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참여해서 그 안에서 가치 있는 경험을 얻어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하는 것보다 쉴 때 더 힘든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어차피 내 선택이잖아요. 작품을 해나갈 때마다 느끼는 성장은 늘 저를 긴장시키지만 건강한 예민함 아니겠어요? 저를 보고 ’소정세’혹은 ‘곧 입대하냐’는 댓글도 재미있게 봤어요. 개인적으로 배우 오정세는 잊혀지고 매 작품 속 캐릭터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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