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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X세대의 심장을 저격한 MZ의 러브스토리라니!

[#OTT] 쿠팡 플레이 '복학생이지만 20학번입니다’가 보여주는 캠퍼스 커플의 민낯

입력 2023-10-25 18:30 | 신문게재 2023-10-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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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스러워 보이려는 신입생과 뭘 입어도 늙어보이는 복학생의 패션을 완벽하게 소화한 주현영과 권혁수. (사진제공=쿠팡플레이)
 

단언컨대 이 작품을 쓴 작가는 ‘사랑을 좀 아는’ 사람이다. 요즘 애들의 표현대로 이불킥이나 환승연애같은 감정의 쓰레기통에 빠지지 않았음은 틀림없다. 쿠팡플레이에서 쿠팡 SNL 코너인 10분짜리 디지털 쇼트로 첫 선을 보인 ‘복학생이지만 20학번입니다’의 주인공인 남자는 복학생. 여자는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이다.


캠퍼스 낭만을 꿈꾸며 대학에 들어온 갓 스무살 여자에게 군바리 냄새를 없애려 애를 쓰는 아저씨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에 갓 입학한 주현영에게 1학기만 마치고 군대에 다녀온 복학생 권혁수는 금성에서 온 남자다. 프로그램 소개글에는 ‘MBTI가 L.O.V.E.인 MZ 세대의 저 세상 캠퍼스 러브’라고 돼있지만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고전도 이런 고전이 없다.

암흑의 고3 시기를 보내고 대학에 입학한 여대생에게 무늬만 같은 학년인 복학생의 존재는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동기와 눈이 맞아 기꺼이 고무신을 신은 것도 아니고 군대에 ‘갔다 온’ 남자와 같은 강의실을 쓴다는 게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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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극혐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남자친구의 매력을 인정하게 되는 여자. (사진제공=쿠팡플레이)

 

20학번인 혁수에게도 22학번인 현영은 영 부담스럽다. 지나치게 발랄한데 유독 자신에게 만큼은 철벽을 치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현영에게도 혁수는 키와 나이, 스타일까지 전혀 자신의 타입이 아니다.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은 피지컬, 다정한 성격은 기본으로 재력도 무시 못하는 게 남자친구 조건인 현영의 개강 첫날, 혁수에게는 복학 첫날 캠퍼스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옆자리에 앉는 이 남자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혁수를 보며 현영은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 말라”며 자리를 옮긴다.

‘복학생이지만 20학번입니다’의 재미는 출연자들의 마음이 일종의 관찰 카메라 식으로 보여진다 데서 온다. 혁수는 곧 카메라 앞에서 “이게 무슨 개소리냐? 이게 말로만 듣던 MZ의 사고방식인가?”라며 어이없어한다. 2년 전에 가입하고 처음으로 뮤지컬 동아리에 갔더니 여자는 말한다. “집념은 인정한다”고. 그리고 “누가 내 동아리를 말해 줬냐?”며 공주병을 넘어 자뻑에 빠진 모습으로 웃음을 더한다. 하지만 모든 건 술자리에서 시작된다. 개강 파티의 술자리에서 서로를 견제하며 으르렁 대던 두 사람은 취중에 키스를 하며 오묘한 감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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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을 위해 족보를 구해왔지만 친구들에게 캠퍼스 커플임을 숨기려는 여자친구를 이해 못하는 혁수.(사진제공=쿠팡플레이)

 

문제는 그 이후 현영은 혁수를 피하고 그걸 아는 남자가 특유의 승부욕을 불태우면서 시작된다. 과대망상 환자라 여겼던 여자후배의 동기로 등장한 위너 강승윤에게 자신이 20년 7월 군번에 철원 최전방에서 근무했음을 밝히며 미소년 스타일인 그를 은근히 깐다. 하지만 강승윤이 3월 군번에 GDP수색대대 출신이란 사실을 알면서 자신이 보일러병이었단 걸 끝까지 숨기면서 웃음을 더한다. “싸우기 전에 다 얼어죽는다. 내가 보일러를 틀었으니까 살아남았다”면서 찌질한 싸움을 이어간다. 여자도 은근히 나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혁수 선배가 여자동기에게 사준 치즈 돈까스가 자신이 먹은 일반 돈까스보다 500원 비싸다는 사실이 분한 건 왜일까.

한편에 10분도 채 되지 않은 8개의 에피소드는 후반부로 갈수록 더 꿀잼이다. 밀당을 하던 두 사람은 결국 조별과제를 하며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다. 연애를 하며 겪는 수많은 오해와 오글거림은 ‘복학생이지만 20학번입니다’의 뻔한 전개지만 그 마저도 주인공들의 완벽 빙의된 연기력으로 모두 커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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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열애설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찰떡 호흡을 보여준 두 사람의 초보 연애는 과연 성공할수 있을까. (사진제공=쿠팡플레이)

 

극 중 혁수의 친구로 나오는 김원훈은 사귀는 사실을 밝히는 걸 꺼려하는 여자친구 현영에 대한 고민에 대해 “넌 호구새끼”라고 일갈한다. 자신은 늘 애인에게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하며 살면서 남자의 ‘가오’만큼은 잃지않음을 으스댄다. 대학시절, 남자들에게는 ‘그래 이런 친구 한명 쯤은 있었지’라는 추억과 여자들에게는 ‘남친 옆에 꼭 이런 루저(새끼)가 있었어’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보편성이랄까.

래퍼이자 가수 김재범, 임창정, 송가인, 박하선 등 다양한 역할로 등장하는 게스트들의 변신도 지루할 틈이 없다. 이들은 서로를 자신의 과제라 칭하면서 이별 후 “재수강 안 할거냐?”고 절규하고 “네 심장 집도는 내가 한다”는 엄청난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으며 입맞춤을 감행한다. 차마 볼 수 없는 유치함에 절규는 잠깐, 배우들의 명연기에 DNA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한 연애세포가 각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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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가난은 숨길 수 없다고 했던가.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첫사랑의 달콤살벌한 감정을 SNL특유의 사실감으로 완성된 ‘복학생이지만 20학번입니다’의 한 장면. (사진제공=쿠팡플레이)

 

하지만 이렇게 뻔하기만 하면 SNL시리즈가 아니다. 마지막 시리즈인 ‘계절학기’는 꽤 의미심장하다. 동기이자 과 CC였던 엄지윤은 현영에게 자신이 자퇴한 이유를 술기운에 푸념한다. “싸우면 싸운다고, 사이가 좋으면 좋다고 말이 많았던 연애가 바로 캠퍼스 커플의 연애 아니겠냐”면서 “그럼에도 가장 후회되는 건 그런 반응에 지쳐 놓친 인연”이라고.

그렇다면 두 사람은 과연 작품에서나마 해피엔딩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에 남을 것인가. ‘만날 인연은 만난다’의 숨겨진 문장이 ‘사랑은 돌고 도는 것’이란 말을 상기하고 본다면 이 작품이 주는 여운은 분명 남다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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