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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뒤흔드는 행동주의펀드, 천사일까 악마일까

입력 2023-02-19 11:16 | 신문게재 2023-02-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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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M엔터테인먼트(SM)가 쏘아올린 행동주의 헤지펀드(행동주의펀드) 역할론에 대한 긍정 및 부정의 평가가 병행하면서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둔 상장사 및 증권가가 긴장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가 특정 상장사의 잘못된 경영 방식에 칼을 휘둘러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움직인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그들의 진짜 목표는 주가 부양 후 단기 시세차익 확보에 불과하다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온다.


행동주의펀드란 상장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기업 내 주요 주주가 된 후 기업이 주식 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경영에 적극 개입해 이익을 창출하는 펀드를 말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들이 개입된 상장기업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이 지수 대비 약 14% 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나며, 행동주의펀드가 찍은 기업들의 주가는 선방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수치 결과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기업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SM으로, 얼라인파트너스 주주제안 후 82.4%나 급등했다. 앞서 KCGI가 후진적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요구하며 경영진 퇴진 등 기업구조 개선을 요구한 오스템임플란트가 39%, KT&G는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가 인삼공사 분리 상장 제안 등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절, 그럼에도 주가는 14.8%나 올랐다.

행동주의펀드의 활발한 주주활동 속에 이들이 운용하는 펀드도 고수익률을 올리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움직이는 지, 단기 차익을 노리는 지에 대한 의구심도 끊이질 않는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에서 운영하는 SM에 투자하는 1호 펀드의 수익률은 지난 14일 기준 32%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코스피 대비 53% 초과 수익을 거둔 셈이다.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사모펀드 KCGI 또한 주주활동 타깃으로 삼은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 참여, 보유 지분 처분으로 큰 차익을 얻었다. 업계는 KCGI가 공개매수 참여로 약 500억원 이상의 차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했으며, KCGI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에 투자하는 자사 펀드의 내부수익률(IRP)은 약 139%다.

수치적으로만 봐도 주가 제고에 큰 역할을 한 행동주의펀드의 주주활동에 대해 증권가는 이를 유의미한 투자전략으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만 행동주의펀드가 주주 활동이라는 명분을 위주로 생각하는 것인지 결과적으론 지분매각을 통해 수익률을 올리는 실리에 눈이 먼 것인지 명확히 판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KCGI가 오스템임플란트의 가시적 지배구조 개선 성과도 없는 상태에서 자신들이 퇴진 압박을 가해온 최 회장의 우군 격인 MBK-UCK 컨소시엄의 공개매수에 참여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행동주의펀드가 추구하는 명분과는 다소 어긋나는 모습으로 평가된다.

당시 KCGI는 향후 사모펀드 출신 새 전문경영인이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 투자자에 대한 신의성실 및 선관주의(특정 지위에 대해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 수준을 다하는 것) 의무 이행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한다.

사실 행동주의펀드의 경영권 개입은 최근 일이 아니다. 2000년대만 해도 행동주의 펀드는 지금처럼 주가 제고 역할도, 지배구조 개선 선봉장도 아닌 ‘기업 사냥꾼’으로서 평가받기 일수였다.

지난 2003년 소버린 자산운용이 SK지분을 15% 가량 확보 후 최태원 회장 등 경영진 퇴진 요구를 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약 1조원을 투입했지만 결국 소버린에게 9000억원을 넘긴 셈이 됐다.

3년 뒤 칼 아이칸도 KT&G의 경영권 개입에 가담 후 1500억원대 차익을 남겨 ‘먹튀’했으며, 또다른 헤지펀드 엘리엇 또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에 가담해 갈등을 증폭시킨 사건이 있다.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선 토종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활발해졌으나, 외국계 헤지펀드의 움직임과는 사뭇 다른 모습들이 포착돼 경영진들 또한 안심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오스템임플란트 등 일부 사례들로 인해 다시 한번 기업 사냥꾼이 컴백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는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영일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총괄은 “일부 펀드는 높은 수익률만 추구하는 형태를 보이는 실리에 집중하는 집단으로, 행동주의펀드라는 취지와 안 맞는 경우도 있다”며 “사실 수익률과 주주활동 사이에 균형점을 찾는 건 어려운 문제”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행동주의펀드의 개입에 경영권이 대응할 수 있는 방어책은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또 다른 상장사들의 피해 우려도 짚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펀드가 개입된 일부 기업의 잘못된 사례로 수천개의 상장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일로 번져서는 안될 것”이라며 “행동주의펀드의 평가는 사실 펀드사를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공격한 기업의 사례별로 묶고 행동주의펀드의 개입이 타당한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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