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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大기자의 자영업이야기] 건물주의 끝없는 탐욕, 지역상권 붕괴 부채질

입력 2019-06-26 07:00 | 신문게재 2019-06-2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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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타이완의 수도 타이베이 인근 관광지를 돌아보면 눈길을 끄는 상권이 꽤 많다. 그 중에서도 신베이시 루이팡구에 있는 ‘지우펀’ 상권은 관광객들로 늘 인산인해다. 해외 관광객들만 무작정 들르는 곳이 아니다. 타이완 현지 사람들도 상당수 찾아온다.

고지대에 있는 지우펀은 원래 좁은 골목과 계단으로 이뤄진 광산촌이었다. 1930년대까지 금광 개발로 인구가 급증했으나 폐광 후 한적한 시골마을로 쇠락했다.

1990년대 이후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배경지로 유명해지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지우펀은 상권이 번성할 수 있는 핵심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첫 번째, 상권 곳곳에 묻어있는 스토리텔링의 요소이다. 영화 ‘비정성시’와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으로 일컬어지는 계단길 ‘수치루’와 홍등을 주렁주렁 매단 찻집 ‘아메이차로우’ 등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붙들어 매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수치루에서 사진을 찍지않고 지나치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두 번째, 골목길을 가득 메운 특별한 가게들이다. 땅콩아이스크림, 망고빙수, 샤오츠(꼬치구이) 등 눈과 입을 자극하는 먹거리들이 널려있다. 가게마다 수 십년의 전통과 특별함을 자랑하고 있다. 위장이 허락한다면 수 십 가지를 다 맛보고 싶을 정도로 독특한 먹거리가 많다.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는 지우펀만의 개성이 음식들에 녹아있다. 여기서는 획일화된 유명 브랜드 체인점을 찾아보기가 훨씬 힘들다. 대로변에 자리잡은 세븐일레븐 편의점 하나가 눈에 띄는 정도다.

세 번째, 지우펀 상권의 주인공은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라는 점이다. 유동인구가 몰려오면 대기업 자본이 소상공인들을 대체하는 서울의 도심 상권과는 거리가 멀다. 소상공인들은 지우펀에 둥지를 트고, 자부심과 개성으로 손님을 끌어 모은다.

지우펀뿐만이 아니다. 타이베이 중심부에서 멀지않은 스린예스(士林夜市)도 손님을 끌어모으는 블랙홀이다. 서울 남대문시장처럼 오래된 전통시장 골목골목에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밤새 문을 연다.

서울에도 관광객들이 몰리는 상권이 있기는 하다. 명동 상권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사진 찍고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그만이다. 한때 관광객들이 몰리던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도 마찬가지 운명이다. 깔끔한 유명 브랜드 체인점들이 줄지어 있지만 관광객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개성도, 재미도, 가성비도 주지 못하는 까닭이다. 가로수길 메인 도로 1층 50㎡ 크기 점포시세가 보증금 1억원, 월세 1100만원을 호가하는 상황에서는 가성비로 내·외국인 손님들을 모으기가 불가능하다. 건물주의 탐욕이 상권의 공멸을 재촉하고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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