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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배우이자 감독 조현철이 말하는 '내 영화'

개봉 2주차, 관객 수 2만 명을 향해 달려가는 '너와 나'
"상실을 겪어도 잘 살거란 믿음주는 작품 이야기로 내 놓을 것"

입력 2023-11-0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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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차이나타운’, 드라마 ‘D.P.’ 등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조현철은 대학 재학 시절부터 재능을 보여온 각본과 연출에도 늘 쉬지 않는 결과물을 내놓는다.(사진제공=필름영·그린나래미디어)

 

수학여행을 앞두고 여고생 두 명의 우정에 비상이 걸렸다. 하필이면 친구 하은(김시은)이 다리에 깁스를 하는 바람에 함께 떠날 수 없게 된 것. 세미(박혜수)의 속상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메라는 그 둘의 평행선을 나란히 따라간다.

영화 ‘너와 나’의 출발은 지난 2017년 세월호 집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추모식에 참석했던 배우 조현철은 “꿈에서라도 친구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울먹이는 단원고 학생의 말을 듣고 시나리오 집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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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개봉한 영화 ‘너와나’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필름영·그린나래미디어)

선장이 먼저 구명보트에 탄 줄도 모른 채 순진한 학생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만 믿고 아스라이 꺼져갔던 비극이 ‘감독 조현철’의 손을 통해 스크린에 투영된다.

 

“유족들이 관객이라는 생각에 늘 조심스러웠습니다. 세월호 이후 사회적인 죽음을 외면하지 못하겠더라고요. 화창한 봄날, 소녀들의 이야기인데도 불안함이 느껴지는 것? 저 역시 가족을 잃고 삶의 관점이 바뀌었거든요. 퀴어를 겨냥한건 물론 아닙니다. 그저 경계를 허물고 싶었죠.”  

 

‘너와 나’의 주인공들은 평범하다. 또래끼리의 질투 그리고 공공의 적에 대한 연대 등이 고등학생 특유의 시선으로 기저에 깔린다. 

 

극 초반 세미는 이상한 꿈을 꾸고 시은에게 달려가지만 위로는커녕 뭔가 모를 거리감만 느낀다. 늘 다정하고 자신만을 챙겼던 친구의 변화에 세미는 숨겨뒀던 마음을 늦기 전에 전하려고 마음먹는다. 

 

조현철 감독은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평가는 제가 의도한 바다. 남녀의 사랑, 여자와 여자의 사랑을 넘어 인간이란 종(種)의 관점에서도 그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정의했다.

30대 남성 창작자로서 10대 여자아이들의 말투와 감성을 따라 가는 것에 대한 부담도 없지 않았다. 일부러 입시학원에도 나가고 강연을 통해 그들의 말투와 리듬, 감성을 대본에 녹여냈다. 그곳에서 앵무새에게 “사랑해”라고 가르치는 아이를 보고 ‘너와 나’의 한 장면에 넣기도 했다.

“영화 ‘스윙키즈’에서 박혜수 배우를 무척 인상 깊게 봤어요. 바로 세미로 점찍었죠. 하은 역할은 정말 많은 오디션을 봤는데 김시은 배우가 동물적으로 생생한 아이의 모습을 연기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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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조현철 감독은 이 작품의 정의를 ‘사랑’으로 표현했다. 이어 “조금 많이 잊혀지고 있는 가치”라고 안타까워했다 (사진제공=필름영·그린나래미디어)

  

많이 알려졌다시피 영화의 완성 후 두 명의 주연은 전혀 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박혜수가 학폭 의혹으로 시끄러웠다면 김시은은 독립영화 ‘다음 소희’로 칸 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는 영광을 누렸다. 이에 대해 조현철 감독은 “마음으로 진정성을 느끼지 않으면 연기하지 않는 배우들”이라며 변함없는 지지를 에둘러 표현하는 모습이었다.

극 중 여고생들의 빌런인 똘이아범 역할의 박정민은 짧은 분량임에도 도움을 준 소중한 고등학교 동창생이다. “늘 질투와 동경의 대상이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는 자질을 가지고 있고 자주 연락을 안 해도 되게 친한 느낌”이라면서 “어떤 순간에 결정적인 도움을 추는 고마운 친구”라며 특유의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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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전 미리 영화를 보여드린것과 관련 “피드백이 많은 가족이 아니다. 하지만 아빠의 눈을 통해 내가 보고 싶은걸 보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사진제공=필름영·그린나래미디어)

“제 고등학교시절이요? 구석에서 만화그리고 되게 내성적인 학생이었죠. 기숙사 학교에 워낙 공부 많이 시키기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자주 탈출(?)해서 뒷산에서 감이랑 밤 따먹고 놀고 그랬어요. 당시 담임 선생님이 3년 내내 같은 분이셨는데 집에 데려가 밥고 먹여주시고 자제분들과 어울리게 하며 힐링하게 해주셨어요.” 

  

애니메이션 학교를 희망했던 자신을 기숙학교에 보낸 부모님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예술적 계통의 일을 하는 엄마와 이모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 특혜면 특혜라고 생각하며 자랐다.


“내가 받은 조건과 사랑은 정말 운이 좋은거다. 큰 불안함 없이 자랐지 않나. 내가 한 노동의 가치보다 큰 돈을 받는 것을 경계하는 편”이라고 자신만의 신념을 밝혔다. 

 

영화 ‘쉬리’가 극장가를 휩쓸며 큰 인기를 구가하는걸 보며 ‘이 일로도 밥 먹을 수 있겠구나’를 느낀 순간도 늘 소중하다. 영화인으로 살기를 결심하게 만든 결정적 에피소드이기에 늘 되새기는 편이다.

“전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예요. 정의롭게나 선한 사람이 아니고 항상 실수를 하죠. 내가 하는 일은 뭔가를 선동하거나 구호를 외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잖아요. ‘너와 나’는 7년 간의 작업을 이끌어왔으니 앞으로도 작품으로 대중과 계속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감독으로 ‘이런 영화를 해야지’,‘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를 고민한다면 제 대답은 늘 같습니다. 위안이 되는 영화예요. 엄마가 잠들기 전에 들려주던 동화책이 주는 위로같은 작품이요. 사실 옛날 책들이 그렇게 말랑말랑하진 않았거든요.(웃음) 상실을 겪어도 잘 살아갈 거란 믿음과 희망, 그런 영화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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