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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쇼핑천국 NO! '한국판 애비로드'로 거듭난 이태원

[It Place] 고품격 음향시설 갖춘 음악감상 공간 잇따라 개관 '이태원'

입력 2016-11-30 07:00 | 신문게재 2016-11-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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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방인의 거리였고 쇼핑 천국으로 각광받던 곳, 젊은이들의 유흥과 향락이 넘쳐났던 도시 이태원이 한국판 ‘애비로드’로 거듭났다. 

 

지난해 현대카드가 한강진 대로변에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를 세운 데 이어 10월 음향기기 전문업체 아이리버가 ‘스트라디움’으로 맞불을 놨다. 

 

대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이 특별한 공간들은 떠들썩한 유흥과 향락의 도시 이태원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가뜩이나 어수선한 시국에 황량해진 연말, 음악이 있는 따뜻한 공간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마치 물줄기처럼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소리의 향연이 당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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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버 스트라디움 (사진제공=스트라디움)

 


 

◇영화 ‘라붐’의 한 장면처럼…만원의 행복으로 즐기는 귀호강

신비로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했다는 고대 그리스의 님프 세이렌, 카프카는 소설 ‘변신’에서 세이렌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노래가 아닌 침묵이라고 정의했다. 음악을 듣는 순간은 오롯이 혼자 있어야 하는 역설을 가장 잘 표현한 문구가 아닐 수 없다.

 

스트라디움은 ‘나 홀로 음악’의 가치를 되새기는 공간이다. ‘아이리버’라는 mp3브랜드로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을 강타한 전자기기업체 아이리버가 세운 이곳은 기계음이 주는 감동의 ‘끝판왕’을 감상할 수 있다.

공간이 주는 소리의 미학은 건물입구에서 시작된다. 스피커를 형상화한 건물의 문은 한 사람이 오갈 정도로 폭이 좁다. 두명이 함께 들어가면 어깨를 부딪혀야만 한다. 

 

이태원 대로변의 상점이나 공연장이 입구를 널찍하게 만들어 많은 이가 한꺼번에 드나들 수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독립적이고 개별적이라는 공간의 취지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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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디움 1층 사운드 갤러리 (사진제공=스트라디움)

 


마치 미술갤러리를 연상시키는 1층 사운드 갤러리의 흰 벽에는 시가 149만원을 호가하는 헤드폰이 오선지의 음표 마냥 전시돼 있다. 

 

벽 곳곳에는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이 시작된다’, ‘감정이 들린다면 그것은 음악일 것이다’ 등 음악에 대한 문구가 새겨져있다. 

 

이곳에서 아이리버가 자랑하는 하이파이 오디오 ‘아스텔 앤 컨’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각 시대별로 큐레이터가 담아놓은 음악이 부드러운 양가죽 재질의 헤드폰을 통해 또렷하게 귓가로 전달된다. 

 

LP와 비교하면 손실된 음역이 있을 수 있지만 귀가 예민하지 않은 일반인이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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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디움 지하 1층 사운드 앨코브 (사진제공=스트라디움)

 


개방적인 1층과 달리 지하 1층은 좀 더 은밀하고 사적인 공간인 ‘사운드 앨코브’와 두개의 뮤직룸으로 구성됐다. 서재처럼 꾸며진 사운드 앨코브는 책장과 책장 사이 사람이 걸터앉을 수 있는 공간에 쿠션과 담요, 헤드폰과 아스텔 앤 컨을 진열해 편안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서가에는 다양한 음악서적과 영화서적은 물론 ‘상실의 시대’, ‘반지의 제왕’, ‘그리스 로마신화’, 고우영의 ‘삼국지’같은 다양한 서적이 꽂혀 있다.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의 1층과 달리 지하 1층은 은은한 조도로 한층 심리적인 안정을 취할 수 있다. 

 

영화 ‘라붐’의 여주인공 소피 마르소가 파티장에서 헤드폰을 쓰자 다른 세상이 열리는 경험이 이곳에서라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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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디움 지하 1층 뮤직룸 (사진제공=스트라디움)

 


각각 재즈와 팝음악을 들을 수 있는 두곳의 뮤직룸에서는 CD보다 6배 이상 음질이 뛰어나다는 고음질 음원 MQS(Mastering Quality Sound)를 첨단 오디오 장비로 들을 수 있다.

 

각 뮤직룸은 한번에 10여명 가량이 이용할 수 있고 큐레이터의 선곡으로 운영되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곡을 신청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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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디움 2층 스튜디오 (사진제공=스트라디움)

 


스트라디움이 자랑하는 ‘귀호강’의 절정체는 2층 스튜디오다.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 일본의 빅터 스튜디오 등 세계적인 레코딩 스튜디오를 설계한 샘 토요시마가 설계, 감수를 맡은 이곳은 음악의 진정한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상설공연은 물론 다양한 음악해설 및 감상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팝칼럼니스트인 김경진 스트라디움 부관장이 진행하는 ‘담 넘어 음악듣기’나 신지혜 CBS 아나운서의 ‘시네마 뮤직’ 등의 프로그램이 특히 인기다. 소리에 예민한 가수들의 언론 쇼케이스 장소로도 종종 애용된다.

시설 이용료는 단돈 만원. 남산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4층 루프톱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시는 금액도 포함되며 SKT고객은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온몸으로 느끼는 소리의 향연을 즐기는 대가로는 너무 싼 금액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인지 음악을 즐기는 2040세대와 더불어 지역 주민들도 종종 애용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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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전경(사진제공=현대카드)

 


 

◇나도 박명수처럼 ‘디제잉’...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바이닐

 

이미 이태원의 명소로 자리잡은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는 스트라디움과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건물이 풍광을 막는 여타 건축구조물과 달리 뮤직 라이브러리는 이태원, 보광동 일대가 시원하게 보이는 독특한 형태의 구조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뮤직 라이브러리는 이 뻥 뚫린 공간의 한켠에 자리잡았다. 

 

커다랗고 투명한 창안으로 책과 음반이 가득 들어찬 내부를 엿볼 수 있다. 안쪽에서 바라보이는 외부 벽면은 그룹 롤링스톤스의 공연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타몬트 공연 당시 관객석을 포착한 장면이다. 

 

시민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쉼터가 마련된 1층 공터에는 뮤지션들이 버스킹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라이브러리 안쪽에서 보이는 3층 서가 쪽 천장은 포르투갈 그래픽 아티스트 빌스의 작품이다. 여러 도시의 옥외 광고물, 전단지, 포스터 등 인쇄물을 재활용한 또다른 ‘작품’이다. 책과 풍광, 바람과 음악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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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내부(사진제공=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는 말 그대로 음악 도서관이다. 현대카드 측은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재즈, 소울, 록, 일렉트로닉, 힙합 등 총 5장르의 LP 1만 7천장과 음악 관련 서적 3천여권을 구비했다. 1977년 발매해 전세계 10장 내외만 존재하는 섹스피스톨스의 싱글 ‘가드 세이브 더 퀸’, 아기 인형이 분해돼 고깃덩어리와 함께 있는 비틀스의 ‘붓처커버’같은 희귀본을 이곳에서는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다.

 

일반적인 LP 감상실이 LP가 아닌 음원을 틀어주는 ‘타협’을 하는 것과 달리 뮤직 라이브러리는 사용자가 직접 3장의 LP를 골라 뮤직라이브러리에 마련된 턴테이블을 통해 들을 수 있다. 1만 7천장의 음반을 일일이 손으로 뒤져 찾아야 하지만 마치 낡은 상자에서 보물을 찾아내는 것 같은 묘한 쾌감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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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바이닐&플라스틱(사진제공=현대카드)

 


 

6대의 턴테이블은 전문 DJ들이 주로 사용하는 ‘파이오니어’. LP 특유의 긁는 듯한 소리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사용시간은 무제한이다. 때문에 주말에는 대기시간이 제법 길다는 전언이다. 개별 턴테이블 사용이 여의치 않다면 오후 시간대 DJ에게 음악을 신청할 수도 있다. 

 

요즘에는 최근 내한한 시규어로스와 내년 국내 첫 내한공연을 펼치는 콜드플레이의 음악이 인기라고 한다. 3층 서가에는 뮤직 라이브러리의 자랑 ‘롤링스톤’ 잡지 전권이 소장돼 있다. 1967년 롤링스톤의 첫회본부터 최신호까지 1100권이 넘는 전권을 만나볼 수 있다. 바이닐과 서적은 안타깝게도 외부 대출 불가다. 

 

개관한지 1년이 넘은 이곳은 음악 마니아들의 성지로 꼽힌다. 하지만 현대카드 소지자만 이용할 수 있어 외국인 이용이 어렵다보니 종종 항의를 받기도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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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바이닐&플라스틱(사진제공=현대카드)

 

 

 

만약 현대카드가 없다면 바로 옆 ‘바이닐 & 플라스틱’을 이용하면 된다. 개관 초반 대기업의 중고LP시장 침해로 논란을 빚었던 이곳은 지금은 완연히 음악감상의 장으로 거듭난 모양새다. 

 

1층의 ‘바이닐 200 픽스’ 코너에서는 비틀스, 너바나, 아바 등 각 시대와 장르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의 바이닐 200장을 턴테이블로 감상할 수 있다. 또 매장 곳곳에 턴테이블이 마련돼 체험용LP를 들을 수 있다. 바이닐이 아니라 CD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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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바이닐&플라스틱(사진제공=현대카드)

 

2층 카페 옆에는 이태원대로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통유리창가에 CD플레이어가 마련된 테이블이 놓여져 있다. 오후의 햇살을 즐기며 큐레이터가 미리 선곡한 다양한 장르의 최신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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