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사용후핵연료 갈등> 정정화

입력 2022-01-15 09:0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1

 

‘사용후핵연료’란 원자로에서 일정기간 핵분열로 연소된 뒤 교체를 위해 원자로에서 제거된 핵연료를 말한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원전 정책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다. 실제로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부지가 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리 여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게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 원전 국가들의 골치거리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선 방폐장 부지 확보와 폐기처리 기술의 진보, 그리고 부지 대상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이 선결 과제다.


* 원전의 아킬레스건 ‘사용후핵연료’ - 원전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를 처리할 곳이 없으면 원전 가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원전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부른다. 차세대 원전이라 불리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서도 여전히 발생하기 때문에 처분 시설을 마련하지 못하면 기존 원전과 동일한 전철을 답습할 수 밖에 없다. 탈 원전 진영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방법이 없으니 당장 원전 가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한다. 원자력업계는 지금까지 원전으로 혜택을 입은 우리 모두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며 해결 방안 모색을 강조한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2014년 박근혜 정부 때와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두 차례 실시되었다. 결론은 모두 영구처분장과 중간저장시설을 같은 장소에 ‘집중형’으로 건설하라는 것이었다.

* 방사성 폐기물이란? - 방사성물질 또는 그로 인해 오염된 물질로, 폐기 대상이다. 사용후핵연료도 포함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방사능폐기물이 방출하는 방사선량과 핵종의 위험성에 따라 6단계로 구분해 등급별 처분 방식을 권고한다. 1단계인 규제면제 폐기물(EW)과 2단계인 단기 폐기물(VSLW)은 천층처분이나 매립을 권고한다. 3단계 초저준위 폐기물(VLLW)은 천층처분이 허용된다. 4단계 저준위 폐기물(LLW)은 저농도지만 안전을 위해 수백 년 이상 격납 보관이 필요한 폐기물로 역시 천층처분 대상이다. 5단계인 중준위 폐기물(ILW)은 장반감기 핵종을 다수 포함해 지하처분이나 심지충처분이 요구된다. 6단계인 고준위 폐기물(HLW)은 사용후핵연료처럼 고독성 장반감기 핵종과 고발열 단반감기 핵종을 포함해 강한 열과 방사선을 방출한다. 가장 높은 수준의 관리가 필요해 심지층처분 대상이다.

*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식 -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 폐기물에 해당한다. 반감기 20년 이상의 알파선을 방출하는 핵종으로, 우리는 방사능 농도 4000Bq/g 이상 또는 열발생률 2kw/㎡ 이상의 물질로 정의한다.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우리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가 불가능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과 동일한 의미로 관리한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는 수조내 보관-(임시저장)-중간저장-영구처분의 단계로 나뉜다. 수조내 보관은 원자로에서 금방 꺼낸 사용후핵연료를 부지 내 격납 건물의 습식 저장소에서 3~5년 냉각과정을 거치는 것을 말한다. 중간저장은 수조에서 발열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진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내외부 저장시설로 옮겨 50~60년간 보관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임시저장시설이라고 부른다. 영구처분은 생활권에서 영구적으로 격리하는 것으로, 직접처분과 재처리후 처분으로 구분된다. 사용후핵연료의 방사능은 자연수준으로 감소하는 데 10만 년이 걸린다. 현재 상황에서는 부식과 압력에 초장기간 견딜 수 있는 용기에 넣어 지하 500~1000m 깊이의 안정된 지질충에 처분하는 ‘심지층처분’이 유일한 대안이다. 국제기구들도 이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

* 나라마다 다른 처리방식 - 사용후핵연료는 직접 처분 대상의 고준위 폐기물이지만, 재처리가 가능한 핵연료 자원이기도 하다. 직접처분은 한번 사용 후 영구히 격리해 최종 처분하는 방식으로, 우리를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독일 핀란드 스웨덴 루마니아 등이 사용한다. 재처리는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어 국제조약에 따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일부 국가에만 허용된다. 미국은 1977년 이후 자국 내 재처리를 금지하고 있다. 비핵국가 중에는 일본만 특별히 미국 동의 없이도 재처리가 허용된다. 32개 원전국가 중 10여 개 나라만 관리정책을 확정했고 나머지는 미결정 상태다. 최종 관리 방안을 결정하기 전에 일단 원전 내외부에 사용후핵연료를 중간저장하면서 기술발전 등을 고려해 추후에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중간저장은 격납고에 사용후핵연료를 담아 지하 또는 지상에 보관한다. 현실적으로는 영구처분장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중간저장하는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93기의 원전을 소유한 세계 최대 원전국가 미국도 소외 중간저장시설은 물론 영구처분장을 아직 확보하지 못해 원전 부지에 중간저장시설을 운영중이다.

* ‘포화 시점’을 둘러싼 논란 - 사용후핵연료 갈등에는 ‘고무줄 포화시점’으로 인한 불신도 한몫 한다. 관련 정책 수립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자료가 향후 발생량과 포화년도인데, 산업부는 늘 “포화시점이 임박하다”며 압박한다. 의견 수렴 일정이 지연될수록 포화시점도 연기되기 일쑤다. 그러니 반대 주민들과 탈핵단체에서는 정부를 양치기 소년으로 본다. 2003년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 추진 때 정부는 2008년이면 방사성폐기물을 보관할 곳이 없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TF는 2008년 보고서에서 임지저장수조가 2016년부터 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논란이 된 월성원전의 포화년도 역시 2026년에서 2019년, 2021년 11월로 수차례 변경되다가 2021년 11월에 다시 2022년 3월로 연기되었다. 여기에는 신규원전 건설, 호기 간 이송, 조밀랙 설치 등 저장용량 확충과 실제 발생량 차이 등 변수가 있다. 방사성폐기물학회는 2018년 12월 발표한 포화전망 연구용역에서 원전별 포화년도를 월성 2021년, 한빛 2029년, 한울 2030년, 고리 2031년, 신월성 2042년, 새울 2065년으로 발표했다. 월성 원전의 포화시점은 현재 2022년 3월로 연장된 상태다.

* 난제 중의 난제, 지역의견 수렴 - ‘지역 의견수렴 범위’는 난제 중의 난제다. 경주시 양남면에 건설된 월성원전의 임시저장시설 확충 여부를 묻는 공론화에서도 인접지역인 울산을 포함시킬 것인가가 핵심이었다. 당초 ‘반경 5km에 속한 지자체’이던 범위가 이후 지역실행기구에서 30km로 확대해 울산 북구까지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울산지역 탈핵단체들이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며 울산시청 항의시위 등 실력행사도 벌였다. 결국 울산 북구 주민투표관리위원회 주도로 주민투표가 이뤄졌고, 전체 유권자 17만 5138명 중 29%가 참여해 95% 반대로 나왔다. 이후 탈핵단체들은 토론회장 점거 등 실력행사를 펼쳤다. 공론화위원회가 뒤늦게 인접지역 의견수렴에 나섰지만 이미 신뢰를 잃어 의견수렴 절차는 중단된다. 경주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이후 정부의 미온적인 지원과 보상 탓이었다. 정부가 이미 ‘선 확충 후 보상’을 약속한 상태였지만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공론화 추진이 쉽지 않았다.

* 방폐장 부지 선정의 ‘흑역사’ - 1986년 과학기술처와 원자력연구소가 울진 영덕 영월 등 동해안 3개 지역을 방폐장 후보지로 선정했다. 하지만 지질조사를 벌이던 중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다. 이후 1990년 충남 안면도에 이어 1991년 고성 양양 울진 영일 장흥 태안 등 6곳, 1994년 인천 굴업도 등으로 꾸준한 부지 확보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안면도 사태, 굴업도 사태 등 엄청난 파장도 불러왔다. 급기야 전국 46개 임해지역 기초자치단체 대상으로 3000억원의 지역개발기금 지원 약속을 내걸고 공모까지 받았으나 누구도 신청하지 않았다. 결국 2004년 원자력위원회는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과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을 분리하기로 결정한다. 이어 2015년 주민투표에 의한 부지 선정, 부지적합성 평가, 경제적 지원 등 획기적인 정책을 발표한다. 유치 신청을 한 경주 포항 영덕 군산 등 4개 지역을 대상으로 2005년 주민투표가 실시되었고 찬성률이 가장 높은 경주가 최종 부지로 확정되었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착오를 줄이려 주민투표와 공청회 개최, 막대한 규모의 경제적 보상책 등을 제시했으나 번번히 공론화에 실패했다. 그러다 원전 내 임시저장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포화가 임박해지면서 2010년대부터 고준위 방폐장 확보가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었다.

* ‘숙의민주주의’와 두 차례 공론화의 한계 - 저자는 공론화가 의사결정과정에서 숙의(熟議) 민주주의와 같은 의미로 혼용되다 보니 제약요인이 발생했다고 말한다. 시간 효율성, 자원의 불평등성, 권력의 교활한 사용, 지식과 경험의 제한 등이다. 유용성과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참여자 간 권력과 자원(지식과 정보)의 불공평한 배분, 참가자들의 대표성 확보 등의 기본적인 한계가 노출되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공론화의 성공 모델로 스웨덴의 대타협 시스템인 ‘알메달렌 정치박람회’를 들며, 뿌리 깊은 신뢰 문화를 바탕으로 중요 국가 이슈를 공론장에서 숙의 토론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우리 공론화의 한계를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시민사회계의 보이콧으로 ‘반쪽 공론화’가 되었다는 점이다. 원전소재 지역 대표가 3분의 1 이상을 차지해 지역 이해관계를 과다 대표한 문제점도 제기했다. 두 번째는 주관기구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담보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기관이나 특정 이해집단을 대변하거나 정부정책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차단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숙의성 투명성 부족과 공정성 논란이다. 숙의적 토론보다 전문가 중심의 의견수렴에 치중하다 의견수렴이 미비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공론화 결과에 대한 수용성 부족을 지적한다. 찬반으로 결론 도출이 어려운 복잡한 사안일수록 시민참여 방식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한다. 차라리 시나리오 워크숍이나 플래닝 셀, 공동체 대화 같은 참여적 의사결정방식을 복합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 치열한 영구처분장 확보전 - 영구처분장 부지를 확보한 나라는 핀란드와 스웨덴 프랑스 세 나라 밖에 없다. 핀란드만 유일하게 건설공사가 진행 중이다. 세계 2위 원전대국인 프랑스(56기)는 라아그와 마르쿨에 집중형 중간저장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라아그 재처리장에서는 독일 벨기에 등의 사용후핵연료도 위탁 재처리한다. 대표적 탈원전 국가인 독일(6기)은 아하우스와 고어레벤에 소외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해 2036년까지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지역주민들 반대로 2005년부터 각 원전별로 분산저장하고 있다. 중국(50기)에 이어 세계 4위인 일본(33기)은 2013년 아오모리현 무츠에 3000촌 규모의 중간저장시설을 완공해 운영중이며 2000톤 규모를 추가 건설 중이다. 핀란드(4기)는 원전 부지에 습식저장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올킬루오토 원전에는 중저준위 뿐 아니라 영구처분장도 건설 중이다. 세계 최초로 탈 원전을 결정했던 스웨덴(6기)은 오스카샴 포스마크 원전 인근에 1985년 습식저장시설을 건설해 운영 중이다. 포스마크에는 영구처분장도 건설될 예정이다. 현재 32개 원전 운영 국가 중 절반인 15개국이 소내 중간 저장시설을 운영 중이다. 집중형(소외) 중간저장시설도 대부분 원전 부지나 주변에 위치해 있다. 중간저장시설이 없는 7개 나라는 원전 격납건물 내 수조 이외의 별도 중간저장시설이 없는 경우다. 우리는 월성원전부지에 건식저장시설을 운영중이지만 중간저장시설이 아니라 임시저장시설로 분류된다.

* 부지 미확보 국가의 딜레마 - 영국은 세계 최초로 1956년 상업용 원전을 가동한 이래 65년 동안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고준위 페기물은 셀라필드 재처리시설과 윌파 원전에서 중간저장하고 있다. 2003년 방사선폐기물관리위원회 설립을 계기로 3년에 걸친 공론화 과정을 거쳤지만 지방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영구저장시설 선정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2018~2019년 잇달아 시도했으나 유치 희망지역이 전무한 상태다. 그나마 셀라필드 원전에 수용 공간이 넉넉한 중간저장시설이 있어 우리보다 형편이 낫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로 곤욕을 치렸던 일본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폐기물을 심저층처분 한다는 방침아래 지방정부 유치공모를 통해 부지확보를 추진해 오다 2010년 홋카이도 슷츠쵸가 응모해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일본은 정부 차원의 공론화를 하지 않고 언론이 공론화를 주도해 심층 분석과 근본적 해결책을 촉구했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미국은 초기에 재처리 정책을 추진하다가 1973년 직접처분 방식으로 선회했다. 고준위 폐기물은 원전별로 부지에 중간저장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나 소외 중간저장시설은 물론 영구처분장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영구처분장으로 유카 마운틴 프로젝트가 추진되다 무산된 이후 2008년 미국 하원에서 논의가 재개되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 해외 원전국가들의 최우선 과제 - 나라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의 최우선 과제는 중간저장시설 확보다. 영구처분장 부지 선정이 난항을 거듭하자 캐나다 영국 독일 미국 등은 최소 50년에서 최대 300년까지 보관할 수 있는 중간저장시설 확보로 눈을 돌렸다. 캐나다는 적응적/단계적 관리 방식을 택했다. 일단 저장시설 부지를 선정한 후 지질조사를 통해 최종처분시설 건설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통합중간저장시설 건설에 초점을 맞췄다. 영국은 지층처분이 지연되거나 실패할 위험에 대비해 중간저장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산업부의 2016년 관리기본계획에 의하면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동일부지에 집중형으로 건설한다는 방향이지만 원전별 임시저장에 대한 지역사회의 거부감이 매우 큰 편이라는 게 걸림돌이다. 지질조건이 더 까다로운 영구처분장 부지를 동시에 물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자율유치에서 중앙정부 개입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최근 해외의 공통점이다. 유치지역에 대한 경제적 지원방안이 활용되는가 하면, 영국이나 일본처럼 지방정부의 철회권을 제한하는 조치도 나오고 있다. 탈 원전에 대한 시회적 합의도 중요한 과제다. 우리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의 기본원칙으로 ‘원전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포함되어 해결 방안 마련이 더 어려운 상황이다.

* 우리 사용후핵연료 처분의 딜레마 - 해외 원전국가들은 부지선정 방법과 절차를 법률이나 백서로 공표하고, 3~9 단계로 세분해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 너무 소요된다는 점이다. 영구처분장 건설을 위한 부지 조사에만 기본적으로 20년에서 30년 정도 소요된다. 매 단계마다 해당 지역과 협의를 거쳐야 해 상당 기간의 일정 지연도 불가피하다. 우리의 경우 부지 조사의 기초작업이라고 할 ‘전국 활성단층지도 구축사업’이 2036년에야 완료된다. 지질조사에서 적합한 것을 찾아낸다고 해도 처분시설 건설까지는 최소한 50년 이상 걸린다. 고리와 한빛 한울 원전의 임시저장시설은 10년 이내에 포화상태에 달한다는 게 문제다. 당장 증설이 불가피한 것이다. 신월성(경주)과 새울(공주) 원전도 2042년과 2065년이 포화시점이다. 영구처분장 완공 전까지 원전부지에 마냥 임시저장하며 기다리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소내 중간저장’이다. 현재의 임시저장을 중간저장으로 전환해 최소 50년 이상 보관하자는 것이다. 이 방안에는 탈 원전 측도 불가피성을 인정하지만, 역시 관건은 주민 수용성이다.

* 우리나라에 적합한 부지는 있나 - 일본과 캐나다는 영구처분장 없는 중간저장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도 2007년부터 관련 논의를 시작해 2차례 공론화를 거쳐 동일 부지에 영구처분시설과 중간저장시설을 동시에 건설한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10만 년 동안 안전하게 심지층처분할 수 있는 암반층이 존재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부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쪽은 우리나라가 영구처분을 할 수 있는 화강암 암반이 널리 분포하므로 과학적 조사로 이런 암반지역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 측은 지질정보 데이터 베이스가 구축되지 않아 그 가능여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영구처분의 유일한 대안은 심지층처분 방식이지만 안전성 논란도 여전하다. 기술 발달로 이를 해결한다 해도, 크고 작은 원전 사고로 인한 국민 불안과 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의 벽이 가로막고 있다.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지설이 모두 포화되기 전에 영구처분장과 중간저장시설을 한 곳에 건설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도 없고, 최종적으로 주민 동의도 넘어서야 한다.

* 사용후핵연료 보관 방식은? - 습식과 건식 두 가지로 나뉜다. 습식은 원자로에서 반출 후 원전 수조에 보관하는 것이다. 건식은 원전 부지 내에 별도 건물을 지어 지상에서 보관하는 방식이다. 사용후핵연료도 다시 경수로형과 중수로형으로 구분된다. 경주 월성원전 1~4호기만 중수로형이고 나머지 모든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는 경수로형이다. 경수로형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내 각 호기별로 설치된 수조에 저장해 관리한다. 오래전 준공된 경수로형 원전은 저장수조 용량이 한정되어 저장수조 바닥의 단위 면적당 저장용량을 증설하는 ‘조밀랙(습식저장조)’ 방식을 도입하거나 원전본부 내 다른 호기의 저장수조로 옮겨 관리하고 있다. 중수로형도 원자로에 반출된 후에는 일정기간 저장수조에 보관해 관리한다. 경수로의 경우 원전 내 습식저장소에서 조밀랙 방식으로 보관하고, 중수로는 월성원전 부지에 임시저장시설을 건설해 지상에서 보관 중이다.

* 습식과 건식 저장소의 안전성 - 조밀랙의 안정성 논란도 뜨겁다. 안전하다는 측은 원자력발전을 하는 모든 나라에서 조밀랙을 운영해 안전성이 검증되었으며, 특수 재질의 금속(붕소 함유 스테인레스)로 만들어져 물속에 촘촘히 저장해도 괜찮다고 주장한다. 위험성을 경고하는 측은 자연재해나 테러 같은 외부 인위적 공격에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자칫 냉각기능이 복구되지 않으면 수소 지르코늄 화재로 알려진 붕괴열로 중대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수로형 건식 임시저장시설의 대표 격이 캐나다와 공동개발한 ‘맥스터’다. 문제는 머지않아 포화 상태에 임박한 영광 한빛 원전이나 울진 한울원전, 기장 고리원전 등 다른 지역도 습식저장소 조밀랙이 포화되면 임시저장시설을 원전부지에 확충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장 고리1호기 해체에 따른 사용후핵연료 처리가 발등의 불이다. 인위적 테러공격에 대한 방호시설 미비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독일의 경우 여객기가 연료를 가득 싣고 추락해 임시저장시설과 충돌해도 안전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폭우, 태풍 등 위험에 원전이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원전소재 및 인근지역 지원 논란 - 원전 운영에는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 체계가 뒤따른다. 지원 체계는 원전사업자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지원사업과 원잔 발전량에 따라 부과되는 지역자원시설세(지방세)로 구분된다. 지원 사업은 관련 법에 근거한 기본 특별 홍보 기타 지원사업으로 지원규모가 가장 크다. 특별지원사업은 발전소 건설 시 일회성으로 지원된다. 이와 별도로 원전사업자인 한수원이 사업자지원사업을 시행한다. 기본지원 사업비의 50%는 발전소 부변지역(반경 5km)에, 나머지는 50%는 기초자치단체 내 다른 지역에 사용된다. 지방세법에 근거한 지역자원시설세는 지방세 수입으로 지자체에 귀속된다. 2005년 지방세법 개정으로 산정 식 단가가 kW당 0.5원에서 1원으로 인상되어 지원사업비보다 규모가 훨씬 커졌다. 원전소재지역에서는 수년 전부터 원전 발전량에 따른 지역자원시설세와 별도로 사용후핵연료 보관에 대해서도 세금 부과를 요구한다. 특히 경주시는 2005년 중저준위 방폐장을 유치하면서 정부가 사용후핵연료를 2016년까지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해 반출하겠다고 해 놓고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과세 방안에 난색을 표한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운영의 부산물이며 발전량에 따라 임 지역자원시설세가 부과되고 있기 때문에 이중과세라는 것이다.

* 고준위방폐장 유치 지원 어떻게… - 중저준위 방폐장을 건설하면서 이미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 지원을 했기에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는 이보다도 월등한 규모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주 지역에도 당초 약속했던 만큼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불만이 커 지원 규모 확대가 더더욱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원 원칙으로는 세 가지가 제시된다. 첫째, 주민의 이주 가능성과 장기적인 관리 필요성 등을 고려해 개인에 대힌 지원보다는 지역사회 및 지역공동체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현재 세대 뿐만아니라 미래 세대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단계적으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셋째, 부지 선정과정에 참여한 모든 지역에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 스웨덴의 최종부지로 확정된 오스타샴 뿐만아니라 탈락한 외스람마르에 더 많은 지원금을 배분한 사례가 있다. 지원사업 추진 방식은 주민재단이나 지역개발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 탈원전과 소형원자로 대안 논란 -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실현 방안을 두고 친 원전 진영은 탄소중립에 원전개발은 필수라는 입장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고 저렴한 발전원인 원전을 축소하면서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에 탈 원전 진영은 원전이 더 이상 지속가능한 녹색기술이 아니라고 맞선다. 탄소를 배출하지는 않지만, 사고가 나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치명적인데다 사용후핵연료는 수만 년 동안 저장해야 해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차세대 원전으로 기대를 모으는 소형원자로(SMR)을 둘러싼 논쟁도 치열하다. 원자력계는 SMR이 원자로 출력이 낮은데다 방사능물질 재고량이 적고 극한 사고에도 외부 누출량이 적어 안전성이 높다고 말한다. 반면 탈 원전 측은 SMR도 핵 폐기물 양은 기존 원전과 거의 동일하며, 그 역시 영구저장시설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반박한다. 2020년 12월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혁신형 SMR 개발이 정부차원에서 제기된 이후 2021년 4월에는 ‘혁신형 SMR 국회포럼’이 열리는 등 정치권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