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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좋은 불평등> 최병천

입력 2022-09-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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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전문위원과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 정책보좌관을 거쳐 현재는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진보 계열 학자다. 하지만 그는 이 책에서 이 땅의 진보학자들이 주장해 온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1만 원 정책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외환위기가 우리 시대 불평등을 초래한 가장 주된 배경이라는 기존 주장도 배격한다. 저자는 진보 진영이 범하고 있는 집단적 오류를 지적하며, 우리 사회 불평등의 변곡점이 되었던 시기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경제 불평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다.


* 좋은 불평등과 나쁜 불평등 - 저자는 불평등과 경제성장의 관계를 4분면으로 분석했다. 소득 상승+불평등 증가를 ‘좋은 불평등’이라고 했다. “먼저 부자가 되자”며 중국 개혁개방을 주도했던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소득 상승+불평등 감소는 ‘좋은 평등’이라고 했다. 경쟁사보다 4배나 임금을 더 주었던 포드주의식 자본주의와 유럽 복지국가 전성기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소득 감소+불평등 감소는 ‘나쁜 평등’이다. 전쟁이나 공산주의 혁명처럼 개인 소유가 부정되는 것이 대표 사례다. 마지막으로 감소+불평등 증가를 ‘나쁜 불평등’이라고 정의했다. 1991년 공산주의 붕괴 이후 무정부 상태의 러시아 시기다.

* 보수의 불평등 이론 ‘낙수효과론’ - 한국 보수의 주요 관심사는 경제성장이다. 보수는 성장이 일정 단계까지 성숙하면 불평등이 줄어든다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주장한다. 저자는 1978년부터 1995년까지 17년 기간은 성장률도 매우 높고, 불평등 축소도 진행되던 ‘낙수효과 전성기’였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상층 10%의 임금 비중이 정점을 찍었던 1995년 이후로는 사정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2007년 상층 임금 비중이 35.3%에 이를 정도로 불평등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는 보수의 낙수효과론이 최소한 1995년부터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제 보수도 불평등 문제에 대한 독자적 해법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 진보의 ‘불평등에 관한 5가지 통념’ - 저자는 진보 진영이 가진 5가지의 통념을 제시하면서 그 모두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첫째, 진보 측은 우리 불평등 확대의 시발점을 1997년 외환위기로 보지만 저자는 1994년을 얘기한다. 둘째, 불평등 발생 원인으로 재벌 편향, 신자유주의 편향, 비정규직 남용 정책 등 ‘3대 적폐론’을 얘기하지만 사실은 1987년 노동의 민주화, 1992년 한중 수교와 중국경제 부상, 1997년 외환위기와 급격한 부채비율 축소, 2001년 중국의 WTO 가입과 한국 대기업의 수출 대박 탓이 더 크다고 반박한다. 셋째, 정리해고와 근로자 파견제를 수용한 김대중 정부와 한미 FTA를 추진한 노무현 정부를 불평등 확대의 주범으로 보는 ‘정치권 책임론’이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2018년 소득주도성장론 탓이 훨씬 크다고 말한다. 넷째, 진보는 상층과 중층, 하층의 변동이 각기 다른 이유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고 말한다. 다섯째, 국내적 요인들에 의해 불평등이 결정됐다는 시각이 많지만 사실은 가장 큰 두 가지 변인(變因)이 상층 소득은 수출, 하층 소득은 고령화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한국 진보세력의 주장은 애초에 ‘사회과학’의 논리가 아니라 ‘사회운동’의 논리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 한국경제 불평등의 3대 변곡점 ‘1994-2008-2015년’ - 저자는 대한민국 불평등의 1997년 외환위기 기원설을 거부한다. 훨씬 이전인 1994년을 시작점으로 파악한다. 1980년 지니계수가 0.375였는데 그 해는 오히려 0.277까지 낮아졌다. 꾸준히 불평등이 줄다가 이후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까지 불평등이 증가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2008년 이후 다시 불평등이 줄다가 2011년에 재 상승해 2015년에 최고점을 찍고 2019년까지 하향세였다고 전한다. 1994년이 한국경제 불평등의 최저점이었고, 2008년 금융위기 발행 이후 줄다가 2015년에 불평등 최고점을 찍었으며 최근까지 불평등은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 1994년 불평등 시작점의 미스터리 - 저자는 1994년 불평등 시작론의 배경으로 3가지 사건을 언급한다. 첫째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다. 6월 항쟁 이후 노동조합 설립이 이어지며 노동계 파워가 세졌다. 1989년 명목임금 상승률은 25%에 달했다. 당시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4% 수준이었다. 급격한 임금인상으로 저임금에 기반한 저기술 노동집약적 수출제조업은 심각한 경쟁력 위기를 맞는다. 둘째, 1992년 1~2월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다. 동독이 무너지고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되는 혼란기에 덩샤오핑은 체제를 지키기 위해 개혁개방의 승부수를 던졌다. 그 해 제14차 전국인민대표자회의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 노선’이 공식 채택된다. 이후 중국 경제의 성장률은 14% 안팎으로 치솟는다. 마지막은 1992년 8월 24일의 한중 수교다.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 승인절차가 대폭 완화되고 12월 22일 베트남 수교까지 뒤따랐다. 저숙련·저임금 기반의 한국 자본가들의 중국 러시가 이어졌고, 한국 제조업의 국내 고용비중은 2000년대를 거치며 17% 안팎까지 떨어진다. 특히 중간 소득 일자리가 급격히 줄며 불평등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대구 섬유산업과 부산 신발산업이 쇠락한 것도 사실은 이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1990년대 이후 글로벌 자본주의의 5가지 변화 - 대한민국 불평등은 국내적 요인을 뛰어넘는 글로벌 환경변화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1990년대 자본주의 변화 중 첫 번째로 그는 ‘거대한 2배’를 지목한다. 전 세계 노동력이 1990년 14.6억 명에서 2000년 29.2억 명으로 2배 늘었다. 공산체제 인력이 합류하면서 임금노동자가 15억 명에서 30억 명으로 급증하면서 글로벌 경쟁은 격화됐다. 두 번째는 하이퍼 글로벌라이제이션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8년까지 교역량이 급증했다. GATT체제가 1995년 WTO로 발전하면서 1990년대 중반 30% 수준이던 세계경제 GDP 내 상품무역 비중이 2000년대 후반 50%까지 상승했다. 세 번째는 ‘제2의 황금기’다. 교역량 증가로 세계경제 성장률이 4%까지 올랐다. 네 번째는 중숙련·중임금 노동자의 몰락이다. 가성비에서 압도했던 중국 인도 베트남 등 후발 신흥공업국 탓이었다. 고숙련·고임금 일자리가 더 늘어났다. 다섯 번째는 국가 간 불평등이 줄고 국가 내 불평등이 커졌다. 세계화로 오히려 선진 자본주의 국가 중산층과 하위충이 가장 큰 손해를 보면서 불평등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 2008년 금융위기가 오히려 불평등 줄여 - 불평등이 커진 1994~2008년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등 민주화운동 출신 대통령들 집권기였다. 이명박 집권기인 2008~2010년은 불평등이 줄었다. 민주화 세력은 불평등을 늘리고 보수 세력은 축소시킨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외환위기 경험 탓에 ‘경제위기=불평등 확대’를 당연시하지만, 사실 2008년 불평등 축소는 상층 소득이 줄어든 때문이라고 말한다. 세계무역이 급감하면서 한국에서 수출과 제조업 대기업에 종사하던 고임금 노동자들 소득이 하락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코로나 시기인 2020~2021년에도 불평등이 줄었는데 이 역시 저소득층 재정 지원 보다는 세계 무역 위축이 결정적이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실제로 한국 수출액과 임금 지니계수의 상관관계는 0.861로 매우 높다. 즉, 한국에서는 국제무역이 줄고 수출이 줄면 불평등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2008~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국경제 불평등이 줄었던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한다. 대기업 제조업의 고임금 근로자들 임금 체계가, 수출 총량이 줄면 임금과 소득도 대폭 줄어드는 ‘수출연동형’이었던 탓이다.

* 2015년 불평등 축소는 중국 개혁개방 때문 - 저자는 2015년 변곡점의 경우 중국의 지속적인 정책변화 때문이라며 ‘한국경제 불평등은 중국발 불평등’이라고 단언한다. 우리의 대 중국 수출액과 임금지니계수 상관계수는 무려 0.832라며,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경제 불평등은 총 3번에 걸쳐 중국경제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첫째는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이다. 이후 중국은 지역 균형발전과 시장개방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FTA도 적극 추진했다. 대기업의 중국 러시도 이 때부터다. 다만, 이를 계기로 한국 중소기업 수출비중은 속락해 2013년에 17%에 이른다. 중국과 경쟁에서 밀린데다 중국이 환경문제를 들어 가공무역 비중을 대폭 줄인 탓이다. 중국이 대형 수입국가로 급성장하면서 한국은 최대 혜택을 보았다. ‘중국 특수’였다. 이는 곧 대기업 수출 급증을 의미했으며, 한국 대기업 종사자는 국내 소득 상층 10%였다. 대기업의 수출 대박과 그에 따른 소득 상승 덕분에 노무현 정부 때 불평등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지, 민주정부 10년이나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 중국 ‘신창타이(新常態) 경제’ 여파 - 2008~2011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중국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중국은 새 경제정책 방향 모색에 나섰고, 그 선택이 시진핑의 ‘신창타이’, 즉 뉴 노멀(new normal)이다. 이후 중국 경제성장의 축은 ‘수출과 투자’에서 ‘소비’로 이동한다. 동부 연안 중심에서 중서부 발전 중심으로 바뀌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이 본격 추진되며 산업구조가 고도화된다. 첨단 제조업의 연구개발 투자가 늘고 고기술 수출 비중이 증가한다. 중간재 국산화도 본격 추진된다. 이는 곧 한국의 중간재 수출 쇠퇴를 의미했다. 중국 무역의존도가 줄곳 하락하며 한국경제도 큰 변화를 맞는다. 한국 제조업의 위기가 본격화되고 경제 불평등은 완화된다. 임금 지니계수 기준으로 경제불평등이 2015년을 정점으로 2019년까지 계속 준다. 저자는 “그동안 불평등을 연구한 분들이 노동 혹은 사회복지 쪽 연구자가 많다 보니 불평등의 해법으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반 신자유주의 정책, 복지 강화, 재벌 개혁 등의 정책을 제시했으나 이들은 진짜 불평등의 원인과 메커니즘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 최저임금 1만 원의 ‘허상’ - 저자는 2016년 4월 8일 페이스북에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유감인 이유’라는 글을 올렸다. 당시 당의 총선 공약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이었다. 그는 자영업자 비율 30%라는 한국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한계상황’ 소상공인들의 대량 몰락과 대량 실업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진보 측 의견을 수용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했다. 저자는 이에 “최저임금 1만 원 평가는 문 정부 평가에 그치지 않고, 한국 진보세력에 대한 재평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2013년 ‘알바연대’ 권문석 활동가가 처음 1만 원을 주장했을 때, 민주노총조차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다고 전한다. 결국 최저임금은 2018년 16.4%, 2019년 10.9% 인상되어 2년치 인상 합계가 29.1%에 달했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합계의 4.5배였다. 이후 취업자 증가 규모는 4분의 1로 줄어들며 불평등만 키웠다. 여기에 문 정부 첫 예산인 2018년에 SOC 예산이 전년 대비 3.1조 원이나 대폭 삭감되면서 일자리 쇼크를 부추겼다.

* 최저임금 대폭 인상 결과는 불평등 확대 - 저자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팀의 3가지 실수를 비판한다. 첫째, 임금 불평등과 소득불평등의 상충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2018년 저임금노동자들이 퇴출되면서 임금불평등은 줄었지만 1·2분위 가구소득은 줄고 5·4분위 가구 소득은 증가하면서 소득불평등이 확대됐다고 말한다. 다음, 진짜 하층이 누구인지 파악 못했다고 비판한다. 저임금 노동자는 우리 사회 진짜 하층이 아니라 중위층이며, 정작 최하위층은 미 취업 상태의 ‘노인들’이라고 단언한다. 노인 소득을 끌어올려야 불평등이 줄 것이라며, 진보진영도 노인을 하나의 계급으로 재인식할 것을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저임금노동자 실체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일하는 빈곤층’을 위한다며 최저임금 1만 원을 주장했지만, 실제 한국에서 일하는 빈곤층은 8.1~8.5%로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빈곤의 핵심은 취업”이라며 취업자 없는 가구의 빈곤율이 65.6%, 저임금노동자로 5분위 가구에 속하는 사람도 10.8%에 이른다고 말한다. ‘저임금노동자=저소득가구’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저임금 일자리’를 ‘중임금 일자리’로 - 한국의 모든 산업을 11개로 분류했을 때, 부가가치의 상대적 생산성이 절반(50) 미만인 산업이 3개 존재한다. 취업자 비중 7.7%의 기타 개인 서비스업(39)과 6.6%인 농림어업(42), 23.0%인 도소매음식숙박업(43)이다. 이들 ‘저부가가치 3대 산업’의 취업자 비중이 37.3%다. 1000만 명에 이르는 이들이 사실상 저임금노동자로, 생산성이 낮아 돈을 적게 번다. 저자는 한국 근로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5.9년으로 OECD 국가의 9.5년에 비해 크게 낮다고 지적한다. 한국에 유독 소규모 기업이 많기 때문이란다. 2018년 현재 1~4인 기업체 일자리가 603만 명으로 25.7%, 10인 미만 종사자는 819만 명으로 34.9%다. 20만 미만은 111만 명으로 47.4%인데, 최저임금 대상자가 대부분 이들 소규모 기업체에 몰려 있다. 저자는 한국이 유독 저임금근로자가 많고 근속연수가 짧은 이유는 ‘신자유주의정책’ 때문이 아니라, 한국 정치권이 민주화 이후 소상공인 보호 미명 아래 ‘규모의 비경제’를 장려한 때문이라고 공박한다. 그는 소기업을 중기업으로, 저부가가치를 중부가가치로, 저임금 일자리를 중임금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임금노동자를 늘려 ‘규모의 영세성’을 장려하는 정책은 당장 축소 및 중단돼야 한다고 말한다.

* 4개의 불평등, 4개의 계급, 4개의 관점 - 저자는 한국에 4개의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첫째, 자본-노동 불평등이다. 한국 진보의 주류적 입장이다. 소득 불평등 축소에 도움이 되더라도 상층 노동에게 불이익이 가는 정책 이슈는 최대한 회피하고, 소득 중심으로 접근 않고 계급 중심으로 사고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둘째, 노동-노동 불평등이다. 노동 내부의 불평등에 주목해 저임금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등의 처지와 처우 개선을 강조한다. 셋째, 자본-자본 불평등이다. 자본의 이중구조와 자본 내부의 불평등과 불공정에 주목하면서 대기업-중소기업의 격차 확대를 주목한다. 넷째는 노동-비노동 불평등으로, 진보진영이 주목하지 않았던 관점이다. 저자는 노인이야 말로 최대 빈곤집단이며, 불평등의 최하단인 동시에 평균소비성향이 가장 높은 집단이라고 말한다. 노인 소득을 끌어올리면 노인과 전체의 빈곤율이 줄고, 소득불평등이 줄며, 수요확대형 경제성장효과를 부분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의 2018년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자본-노동 계급론’에 기반했기에 실패했다고 단언한다. 저임금노동자가 저임금인 이유는 저부가가치 사업장이었기 때문이지, 사업주가 악덕 자본가였기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 질 좋은 일자리는 대기업 일자리 - 저자는 질 좋은 일자리가 많아지려면 대기업 일자리가 많아지면 된다고 말한다. 대기업을 적폐로 간주하는 사고방식이 결과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 만들기와 배치된다고 비판한다. 나아가 재벌과 대기업을 개념적으로 구분해, 재벌의 지배구조는 점진적으로 개혁하되 대기업은 장려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진보세력이 ‘최저임금이 낮아’ 저임금근로자가 많다고 하는 주장도 비판한다. 과다한 소기업 종사자-규모의 영세성-과다한 저부가가치 사업장-낮은 생산성-저임금노동자의 낮은 생산성-과도한 저임금노동자-저임금노동자 비중 증가의 순이 맞다고 강조한다. 2018년 저임금노동자의 대거 퇴출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충격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2018년과 2020~2021년의 저임금노동자 비율 축소는 모두 ‘고용 축소형’ 저임금노동자비율 축소”라며 2018년은 정책적 실수 때문이고 2020~2021년은 코로나 경제위기 때문이었다고 결론 짓는다.

* 불평등 확대를 지속시킨 ‘4번의 충격’ - 저자는 우리 불평등이 1994년부터 2008년까지 14년이나 지속된 이유를 1987년과 1992년, 1997년, 2001년 ‘4번의 충격’으로 설명한다. 1987년은 노동의 민주화 충격으로, 권위주의적 연대임금제의 붕괴시기다. 기업별 노조가 정착되어 대기업이 더 많은 임금 인상을 쟁취하면서 임금 격차와 임금불평등이 커졌다. 1992년은 한중 수교 충격이다. 국제 분업구조가 재편되면서 중임금 일자리가 대거 사라지고 임금 불평등이 증가했다. 1997년은 부채비율의 급진적 축소에 따른 충격이다. 1997년에 396.3%였던 한국 기업 부채비율이 2007년에 97.8%까지 낮아졌다. IMF가 구제금융을 조건으로 부채비율 축소를 강제한 탓이다. BIS(국제결제은행)가 은행 자기자본비율 8%를 강제하니 기업대출이 대폭 줄었다. 대기업들은 부채비율 200%와 함께 내부거래 시 결합재무제표를 도입해야 했다. 기업은 투자와 고용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노동의 외주화가 급속 확산되었다. 2001년은 대기업 수출 대박의 충격이었다. 상층 10% 노동자 소득이 급증하면서 경제적 불평등이 더 커졌다.

* ‘빈곤 축소 정책’ 과연 있었나 - 저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비록 탄핵으로 물러났지만, 불평등의 하층인 노인에 가장 일관되게 관심을 가졌던 정치인이었다고 평가한다. 노무현 정부 때 진보진영도 낯설어했던 ‘기초노령연금’ 이슈를 제기해 2007년 제도 도입을 관철시켰고, 2012년 대선에선 기초연금 20만 원을 공약해 2015년부터 현실화한 덕에 노인 빈곤율이 축소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빈곤 축소에 큰 영향을 미친 5가지 정책을 제시했다. 김대중 정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도입, 노무현 정부의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과 기초노령연금 도입,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20만 원 지급,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기초연금 10만 원 추가 지급이다. 저자는 이들 정책이 모두 ‘노인’을 주 타깃이라고 했다고 강조한다. 그는 “저임금노동자가 주요 타깃인 정책은 고용 효과에 따라 불평등을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지만, 노인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소득보장 정책은 불평등을 줄였다”고 강조한다.

* 불평등 축소의 좋은 방법과 나쁜 방법 - 첫째는, 불평등 증가와 소득 증가가 결합하는 ‘불평등 확대가 좋은 경우’다. 대기업 수출 확대가 대표적이다. 둘째는 ‘불평등 축소가 좋은 경우’로, 불평등 감소+소득 증가일 때다. 하층 소득이 올라가는 경우로, 빈곤층 소득 보장 정책이 해당된다. 셋째는 ‘불평등 확대가 나쁜 경우’다. 불평등 확대+소득 감소인 때다. 노인 빈곤 확대나 최저임금의 급진적 인상이 대표적이다. 넷째는 ‘불평등 축소가 나쁜 경우’다. 불평등 축소+소득 감소로, 2015년 중국발 수출 충격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20대 국회에 입안한 ‘최고임금법안’, 일명 ‘살찐 고양이법’을 불평등 축소가 나쁜 예로 든다. 최저임금 기준으로 국회의원은 5배, 공공부문 임원은 10배, 민간기업 임원은 30배 이내로 임금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부자 것을 빼앗아 서민에게 나눠주자는 것”이라며 “재분배와 상층 소득자의 세금 부담 강화도 필요하지만 이런 마르크스적 계급사관이 담긴 법안은 안된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한국 진보의 집단지성이 집단오류를 일으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불평등 해소를 위한 3가지 정책 방향 - 저자는 불평등과 경제성장, 고용, 수출, 투자를 모두 중시하는 통합적 관점을 견지할 경우 크게 세 가지 경제정책 방향이 있다고 제언한다. 첫째는 경쟁력 강화다. 이를 위해선 전통 안보와 경제 안보 강화, 국제 공급망 재편에 대한 효율적 대응, 그리고 기술력 향상이 긴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공급할 대학 교육 변화도 시급하다며, 기업이 대학의 투자와 운영 주체가 되는 ‘기업대학’을 제안한다. 둘째는, 계층 사다리를 통한 역동성 회복이다. 중층과 하층의 상향 이동과 계층의 역동적 이동을 정책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노동자 계급의 자녀들을 국가가 적극 돕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셋째, 사회경제적 약자의 처우개선을 통한 불평등 축소다. 역대 대통령 중 문재인 대통령이 불평등 축소에 가장 강력한 의지를 보였지만, 원인 분석이 잘못 되어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노동운동 중심 담론에 과도하게 경도되어 ‘노동자조차도 되지 못하는’ 진짜 하층, 진짜 민중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 한국적 특수성 고려한 초고령화 정책을 - 저자는 선진국 제도를 모방하기 보다는 우리의 역사적·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초고령화 정책 설계 시 유의해야 할 우리의 3가지 특수성을 언급한다. 첫째는, 초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라는 점이다. 한국의 급진적 초고령화는 급진적 증세를 의미하므로, 유럽 수준의 세금과 연금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둘째는, 소득 보장과 생존을 고려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노후 소득보장과 노후 의료, 노후 돌봄, 노후 커뮤니티 정책이 패키지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최저임금법 개정을 통한 연령별 차등화를 ‘일몰제’로라도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70세 이상 어르신에 한해 최저임금을 20~40% 줄여 민간 일자리를 더 만들자는 주장이다. 셋째,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균형 문제다. 저자는 국민연금이 노후소득 보장제의 기본 축이긴 하지만, 광범위한 사각지대 탓에 우리 노인 빈곤율이 50%를 넘게 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사각지대를 메울 제도가 기초연금인데, 세금과 재정으로 한 번 지급되면 중단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저자는 기초연금 지급 기준을 하층 70%가 아니라 정액제로 동결하고 이후 물가상승분만큼 반영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리 되면 기초연금 대상자도 축소되고 재정 절감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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