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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이상, 아가사 크리스티, 에곤 실레, 모딜리아니 등 실존 인물들 무대 위로! ‘꾿빠이, 이상’ ‘아가사’ 그리고 화가시리즈

[Culture Board]

입력 2023-12-06 18:00 | 신문게재 2023-12-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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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인물뮤지컬
실존 인물들을 다룬 뮤지컬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꾿빠이, 이상’ ‘딜쿠샤’, 화가시리즈 ‘에곤 실레’ ‘모딜리아니’ 그리고 ‘아가사’(사진제공=서울예술단, 국립정동극장, HJ컬쳐, 나인스토리)

 

이상의 시 ‘오감도’ 제15호에서 영감 받아 그의 내면을 초·해·홍으로 표현한 ‘스모크’(2024년 2월 4일까지 링크아트센터), 방사성 원소 라듐 발견으로 노벨 물리학상·화학상을 수상한 마리 퀴리의 생애를 담은 ‘마리 퀴리’(2024년 2월 14일까지 홍익대학교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실존 여부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지만 프랑스 초대 공사 콜랭 드 플랑시와 사랑에 빠진 조선의 궁중 무희이자 관기의 이야기 ‘리진: 빛의 여인’(2024년 2월 4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헬렌 켈러와 앤 설리번의 연대를 다룬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12월 10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등.


이미 시작된 무대 위 실존 인물들에 또 다른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가 가세한다. 천재시인 이상, 추리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 화가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 그리고 서울 종로구 행촌동 빨간 벽돌집에 살던 이들의 이야기가 각각 ‘꾿빠이, 이상’ ‘아가사’, 화가시리즈, ‘딜쿠샤’에 담긴다. 

 

꾿빠이 이상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사진제공=서울예술단)

 

관객까지 가면을 씌우고 “이제 나는 간다”를 외치는 배우들에 등 떠밀리는 그 입장부터 심상치 않은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12월 9~1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은 도쿄제국대학 부속병원 응급실에 실려 오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이상의 이야기다.

김연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관 속에서 깨어나 자신의 장례식장을 체험하게 되는 육체의 이상(김효준), 스스로가 누구인지 혼란에 빠진 감각의 이상(이기완), 이를 논리적으로 바라보는 지성의 이상(이동규)이 등장하며 그를 애도하는 주변인들이 저마다 기억하는 이상의 모습이 그려진다.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사진제공=서울예술단)

세 이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생을 이상의 삶을 흉내냈던 서혁민(고석진), 이상 연구에 매진해온 피터주(김보근)를 비롯해 작가 김기림(리온), 김유정(김동호), 화가 김환기(변재범)와 전처 변동림(오현정), 길진섭(안재홍), 무용가 최승희(이은솔), 조우식(최병희), 권순옥(오지은), 박태원(이경민), 연인 금홍(박혜정), 여동생 옥희(이한나) 등이 이상을 기리고 김해경을 논한다.


2017년 초연 후 6년만에 돌아오는 작품으로 이상의 시 ‘오감도’ 속 13인의 아해들은 그의 지인들 뿐 아니라 관객들에게까지 “진짜 이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객석과 관객, 관객 사이를 시종일관 누빈다.

관객이 관람자가 아닌 이상 장례식 참여자가 되는 ‘꾿빠이, 이상’은 ‘오감도’를 비롯한 ‘이런 시(詩)’ 등 이상의 시, 전통에 발을 디딘 서울예술단 특유의 춤사위, 독창적이고 모호한 김성수 음악감독의 음악까지 한데 어우러진다.

신체·감각·지성의 이상은 같은 시 구절을 반복적으로, 하지만 전혀 다른 뉘앙스로 읊어대며 다시 한번 관객들을 극으로 끌어들인다. 혼란스럽고 부산스러운 중에도 이상의 시와 리듬에 젖어들고 음악에 호흡을 맞추게 되는, 이상의 시만큼이나 난해하고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공연이다.

뮤지컬 ‘아가사’(12월 7~2024년 3월 3일 링크아트센터 페이코홀)는 ‘스타일스 저택 살인 사건’ ‘아크로이드 살인 사건’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의 추리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 백은혜·이정화·최수진,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가 1926년 11일간 사라졌던 실제 사건을 극화한 작품이다.

극은 천재로 불리며 전도유망한 작가였지만 내놓는 작품마다 표절 논란의 중심에 서는 1953년의 작가 레이몬드 애쉬튼(이준후·정지우·홍기범)에서 시작한다.  

 

뮤지컬 아가사
뮤지컬 ‘아가사’ 2021년 공연장면(사진제공=나인스토리)

 

신작 ‘아크로이드 살인사건’에 대한 혹평에 시달리던 중 스타일스 저택에서의 티타임 후 사라졌다 11일만에 기억을 잃은 채 발견된 아가사 크리스티, 그런 아가사의 살의를 부추기는 미스터리한 독 전문가 로이(김재범·고상호·윤소호), 1926년의 작가지망생 소년과 표절시비, 악몽 등에 시달리는 1953년의 작가를 오가는 레이몬드 등이 풀어가는 심리극이다.

남편 아치볼드(이진혁·정평), 오래 함께 하며 신뢰를 쌓은 하녀 베스(한세라·하미미), 친분이 있는 신문기자 폴 뉴트란(안두호·장재웅),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출판하는 편집장 뉴먼(김지훈·무현) 등 아가사 실종 전 티타임을 함께 했던 사람들, 그의 미완성 원고 ‘미궁 속의 티타임’을 본 유일한 소년 레이몬드, 실종된 사이 만난 로이 등을 통해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따른다. 

 

실종 11일 만에 나타나 읊조리듯 되뇌는 아가사의 “모두 각자의 미궁 속으로 사라져!”라는 말을 통해 결국 모든 것의 중심은 ‘나’임을 일깨운다. 

 

2022 뮤지컬 모딜리아니 공연사진_제공 HJ컬쳐 (19)
화가시리즈 중 ‘모딜리아니’ 2022년 공연장면(사진제공=HJ컬쳐)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12월 9~2024년 3월 10일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2관)는 ‘괴테의 변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더 와일드의 변론-거짓의 쇠락,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으로 구성된 변론시리즈에 이어 ‘라흐마니노프’ ‘빈센트 반 고흐’ ‘더 픽션’ ‘파가니니’ ‘파리넬리’ ‘살리에리’ ‘어린왕자’ 등의 제작사 HJ컬처가 선보인 화가시리즈다.

해외 진출과 학교에 대면 혹은 영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새롭게 개발·제작한 작품으로 같은 주제로 1시간 남짓 되는 두개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옴니버스 형식의 연작 뮤지컬이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화가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의 이야기로 2022년에 이어 두 번째 시즌을 맞는다.  

 

2022 뮤지컬 에곤 실레 공연사진_제공 HJ컬쳐 (1)
화가 시리즈 중 ‘에곤 실레’ 2022년 공연장면(사진제공=HJ컬쳐)

 

초연을 함께 했던 김준영·황민수를 비롯해 양지원·최민우가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로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초연의 금조와 심수영, 새로 합류한 박새힘·선유하, 김민강·신혁수가 각각 두 작가의 뮤즈 잔과 발리, 해설자 및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싱어로 두 작품의 무대에 오른다. 전혀 다른 이야기로 한편씩 혹은 두 작품을 연달아 봐도 좋은 작품들이다.

뮤지컬 ‘딜쿠샤’(12월 7~30일 국립정동극장)는 국가등록문화재 제687호로 3.1운동을 외신으로 처음 보도하는 등 항일 독립운동을 도왔던 미국인 기업가 겸 언론인 앨버트 테일러가 아내 메리와 살았던, 산스크리트어로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의미의 딜쿠샤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뮤지컬 딜쿠샤
뮤지컬 ‘딜쿠샤’ 중 브루스 역의 최인형(왼쪽부터)과 금자 김현숙·하은섬(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

 

본래 행주대첩에서 큰 공을 세웠던 권율 장군의 집터로 일제강점기에 건축된 인왕산 언덕 위의 서양식 주택을 모티프로 테일러 부부의 아들 브루스(최인형)와 딜쿠샤를 지키는 가상의 인물 금자(하은섬·김현숙)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진행된다. 두 사람이 주고 받는 편지를 통해 과거의 부모 세대의 이야기, 지금의 이야기, 역사적 사실 그리고 ‘집’에 대한 저마다의 의미를 되짚는다.

‘노트르담 드 파리’ ‘영웅’ ‘미세스 다웃파이어’ ‘웃는 남자’ ‘하데스타운’ ‘레미제라블’ 등의 배우 양준모가 뮤지컬 ‘포미니츠’에 이어 또 다시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작품으로 국립정동극장의 창작뮤지컬 지원 프로그램인 ‘창작ing’ 선정작이다.

양준모가 KBS ‘다큐공감-희망의 궁전 딜쿠샤’(2013)에서 영감을 받아 무대화를 추진한 작품으로 다큐멘터리의 김세미 작가와 ‘포미니츠’ ‘워치’ ‘공동경비구역 JSA’ 등의 맹성연 작곡가, ‘스프링 어웨이크닝’ ‘풍월주’ ‘쓰릴미’ 등 이종석 연출이 힘을 보탰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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