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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당분간 이보다 더 섹시한 삼각관계는 없을지도! 영화 '챌린저스'

영화 '챌린저스', 테니스 소재로 세 남녀의 아찔한 감정 분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특유의 '금기'......스크린에 통통튀어

입력 2024-05-06 18:00 | 신문게재 2024-05-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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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저스
북미 개봉 오프닝 주 첫 주말에 수익만 1500만 달러(한화 약 206)를 기록한 ‘챌린저스’의 한 장면.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아들의 친구와 사랑에 빠진 재벌 사모님, 교수 아버지의 조수와 사랑에 빠진 청소년에 이어 이번엔 삼각 관계다. 지난 4월 24일 개봉한 영화 ‘챌린저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테니스 세계를 배경으로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아슬아슬한 삼각관계를 ‘챌린저스’는 감독의 전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전 세계 수입액인 4100만 달러(한화 약 564억)를 가뿐하게 넘을 모양새다. 이미 1900만 달러(한화 약 261억)를 벌어들였고 평단의 극찬까지 이어지며 ‘흥행과 작품성을 사로잡은 치정극’으로서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사실 ‘챌린저스’는 남녀 간의 사랑으로 생기는 온갖 어지러운 감정을 뜻하는 ‘치정’(癡情)의 경계선이 모호하다. 극 중 아트(마이크 파이스트)와 패트릭(조쉬 오코너)은 10대부터 룸메이트였고 동시에 테니스를 배웠다. 그들은 코트에서 물과 기름으로 불렸지만 두터운 우정을 과시하며 이제 막 20대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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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데이아가 주연과 동시에 직접 프로듀서로 나선 ‘챌린저스’.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동시에 한 여자를 생각하며 침대에서 스스로를 위로(?)한 적은 있었지만 적어도 이상형이 겹치는 경우는 드물었다. 테니스 천재 타시(젠 데이아)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이미 스타로서 앞날이 보장됐던 타시와 달리 두 사람은 그저 왕성한 호르몬을 주체 못하는 또래의 남자였다. 타시는 결승전에 이기는 사람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주기로 하고 운명처럼 패트릭과 연인이 된다.


사실 두 남자에게 테니스는 전부였지만 친구를 이길 만큼의 존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타시의 등장으로 두 사람은 테니스로 서로를 이기고 싶어한다. 하지만 신은 아트에게도 기회를 준다. 프로 데뷔가 목표였던 패트릭과 달리 아트는 대학교에 진학해 선수가 아닌 삶을 준비한다. 사실 타시도 같은 학교를 간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금방 깨질 거라 생각했던 절친과 그 여자친구의 관계가 의외로 오래가는 게 신경 쓰일 뿐이다.

‘챌린저스’는 두 남자 사이에 낀 여자의 갈등과 고민을 담은 영화가 아니다. 셋이 각자의 위치에서 팽팽하게 삼각형을 이룬다. 타시는 프로데뷔를 앞두고 패트릭과 큰 싸움을 하고 결국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는 비운의 선수가 된다. 하지만 진 게 아니다. 그의 옆에는 누구보다 근면하고 자신을 추앙하는 아트가 남편으로 존재한다.


지금은 연패 슬럼프에 빠졌지만 그는 선수로서 착실하게 우승을 쌓아왔다. 아내이자 코치로서의 삶에 충만함을 준 존재다. 미디어와 언론은 두 사람의 스타성을 간과하지 않는다. 타시는 그런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며 살아간다. 하지만 남편과 둘도 없는 친구였고 자신의 전 연인인 패트릭이 챌린저급 대회에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와의 싸움 후 과한 경기력으로 무릎 부상과 함께 사라져야 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지만 여전히 야생마 같은 날 것의 게임을 하는 패트릭의 경기는 늘 흥분된다. 대회 참가 상금으로 생활을 하는 그는 전세계 200위 밖의 순위에다 숙박료가 없어 차에서 자는 신세다. 그에 비해 아트는 아내의 주도면밀한 관리체계와 성실함이 맞물려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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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다 가졌지만 불안한 남자와 아무 것도 없기에 자신만만한 남자의 미묘한 기류는 결국 코트 밖 사우나 실에서 충돌한다. 사실  ‘챌린저스’는 후반 20분을 위해 달려가는 영화다. 결승전에서 만난 두 사람을 바라보는 타시. 그리고 그 시선을 따라가는 아트와 뭔가 그 상황을 즐기는 듯한 패트릭의 미소는 세 사람의 과거를 교차시킨다.

대놓고 드러내진 않지만 두 남자의 감정은 우정 이상이다. 영화 ‘아이 엠 러브’를 통해 엄마뻘 여성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불안과 환희를 동시에 쥐고 흔들었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특유의 필살기가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비밀스럽지만 아련하고 결국 모든 걸 걸었던 감정의 포텐이 터지는 과정이 반복되는데 그 과정이 세련되고 경이롭다.  

극 중 선을 넘나드는 세 남녀의 아슬아슬한 관계를 부추기는 건 음악이 8할이다. 지금은 추억의 리듬으로 불리지만 리듬감 넘치는 테크노 사운드가 흡사 경기장 안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한번 봐선 안되는 영화가 있다. 여러 번 보게 만드는 ‘챌린저스’가  바로 그런 영화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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