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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괴테, 윤동주, 이상, 백석...‘더데빌’부터 '광염소나타', '나나흰'까지! 뮤지컬, 문학에 깃들다

입력 2017-03-17 07:58 | 신문게재 2017-03-1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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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데빌’(4월 30일까지 드림아트센터 1관), ‘스모크’(3월 18~5월 28일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윤동주, 달을 쏘다’(3월 21~4월 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토월극장), ‘미스터마우스’(5월 14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광염소나타’(4월 말~ JTN아트홀) 등 최근 개막했거나 곧 관객을 만날 채비 중인 뮤지컬들의 공통점은 문학작품이다.

‘더데빌’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 ‘스모크’와 ‘윤동주, 달을 쏘다’는 각각 이상의 ‘오감도 제15호’와 윤동주의 여러 시, 인간 실험쥐가 된 지적장애인 인후의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마우스’는 대니엘 키스의 ‘앨저넌에게 꽃을’(Flowers for Algernon), J·S·K의 창작을 향한 광기를 다룬 ‘광염소나타’는 김동인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다.  

 

윤동주 달을 쏘다
윤동주 달을 쏘다 박영수 포스터

하반기에도 조정래의 동명 장편소설을 바탕으로 한 고선웅 작·연출의 뮤지컬 ‘아리랑’(7월 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개막 예정), 백석 시로 엮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10월 13일 유니플렉스 2관 개막예정, 이하 나나흰), 1930년 경성을 배경으로 이상, 김유정 등이 주축이 된 구인회를 모티프로 한 김태형 연출의 ‘팬레터’(9월 개막 예정) 등이 라인업돼 있다. 오태석의 희곡 ‘도라지’를 뮤지컬로 재해석한 ‘곤투모로우’ 역시 하반기 개막을 예고했다. 



◇가장 절절한 상태의 두 장르가 만나 찰떡궁합, 하지만 녹록치 않은!

“가장 절절한 상태의 글로 쓰여진 정서의 표현이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절절한 상태의 노래로 불리는 정서의 표현이 뮤지컬이죠. 가장 절절한 상태의 두 장르이기에 찰떡궁합이 아닐까요.”

이처럼 달라진 트렌드에 대해 ‘라흐마니노프’를 끝내고 연극 ‘보도지침’ 개막을 준비 중인 ‘나나흰’의 오세혁 연출은 ‘가장 절절한 두 장르의 찰떡궁합’을 이유로 들었다.

문학작품이나 요소를 바탕으로 무대로 옮긴 연극은 적지 않았지만 뮤지컬은 달랐다. 문학작품이 가진 유려한 텍스트와 언어의 힘, 상징성, 섬세한 감정의 표현 등을 노래나 음악으로 표현하거나 풀어내는 작업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앨저넌에게 꽃을’ 바탕으로 한 ‘미스터 마우스’는 10년만에야 다시 돌아왔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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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데빌 공연사진(사진제공=알앤디웍스)

 

무대화를 하더라도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평이 난무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고훈정·리사·박영수·송용진·이예은·이충주·이하나·임병근·장승조·정욱진·조형균(이상 가나다 순) 주연의 ‘더데빌’이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를 블랙먼데이의 뉴욕 월스트리트로 옮겨온 이지나 연출 작품으로 2014년 초연 당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70% 수정작업을 거쳐 현재 공연 중인 재연 역시 극과 극의 평을 받고 있다.

이지나 연출은 ‘파우스트’를 뮤지컬화한 이유에 대해 “고전의 울타리 속에서 전위적 쇼를 하고 싶었다. 이얼령 비얼령 ‘파우스트’가 가진 상징성은 내가 묻고 궁금한 것만큼 자기해석이 강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학 작품에서 무엇을 옮길 것인지 집중과 선택이 가장 어렵다.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책만큼 뛰어난 장르는 없다. 그러므로 문학 작품이 줄 수 없는 요소, 결국 음악과 무대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을 집중 선택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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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염소나타(사진제공=아시아브릿지컨텐츠)

 

“문학이 음악에 눌리지 않는 데 가장 신경썼다”는 ‘나나흰’의 오세혁 연출 역시 문학작품이 가진 깊이를 무대로 옮기는 작업에 대한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일상보다 좀 더 깊이 들어가서 바라보고 표현하는 것이 문학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한줄의 시를 쓰기위해 때로는 10년을 방황하는 시인도 있죠.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게’ 라는 한줄을 위해 백석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깊게 또 깊게 들어갔던 것일까요. 그 깊이만큼 들어가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광염소나타’의 작곡가 겸 음악감독이자 현재 극본까지 수정 중인 다미로는 역시 “본래 가지고 있는 작품의 깊이를 무대화 한다는 것 자체가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전했다. “영화를 보고 모방범죄를 했다는 범죄자 기사를 보고 예술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어디까지가 예술인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김동인의 ‘광염소나타’는 그 본질의 이야기를 너무나 훌륭하게 표현한 글이었다”며 “그 글을 노래화해서 가사로 바꾸는 작업은 자칫 본래 작품의 깊이를 해칠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문학작품의 뮤지컬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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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사진제공=인사이트먼트)

 

“시인 임화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수레바퀴 밑에서’,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등을 뮤지컬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오세혁 작·연출의 바람처럼 어렵고 난해한 작업임에도 문학작품의 뮤지컬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미로 감독은 문학, 특히 고전의 힘에 대해 강조했다.

“문학작품, 특히 고전은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도 작품이 가진 본연의 힘이 더욱 단단해져요. 소설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뮤지컬로 만들 때 글이 표현한 흐름대로 극을 따라가다 보면 그 안에서 캐릭터들은 새로운 힘을 가지게 되는 동시에 책에서 표현하지 못한 새로운 맛까지 찾아내게 되죠. 상상으로만 표현됐던 글의 행간을 그대로 흐르면서도 다시 생각하며 곱씹어 보게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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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마우스(사진제공=파파프로덕션, 쇼노트)

 

이 트렌드의 배경에는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배우 출연료, 제작비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미스터마우스’ 제작사 파파프로덕션의 이현규 대표는 “해외의 뮤지컬 역시 문학작품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창작물들이 많다”며 “한국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약 10여년) 동안 다량의 외국 뮤지컬 작품들을 들여와 소비하며 공급과잉 상태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경쟁적인 수입으로 라이선스 비용을 비롯한 제작비는 수직상승했다. 이에 현재 많은 프로덕션들이 순수창작 뮤지컬에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공연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순수 창작물은 홍보나 마케팅을 배우에게 기댈 수밖에 없게 된다. 태생상 작품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점을 보완해 주는 것이 바로 인지도 있는 문학작품이나 예술가들의 이야기”라며 “오래된 작품 인지도 또는 작가 인지도와 라이선스료의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지나 연출은 “문학 작품은 이미 검증된 스토리와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고전작품은 로열티를 지불 않아도 된다. 당분간 로열티에서 자유로운 고전의 공연화가 트렌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학작품 품은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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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데빌 공연사진(사진제공=알앤디웍스)

‘더데빌’(4월 30일까지 드림아트센터 1관)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를 1987년 10월 19일 전세계를 뒤흔든 뉴욕 월스트리트의 블랙먼데이(Black Monday, 월 스트리트에서 하루 만에 다우존스 공업주 평균이 508포인트, 비율로는 22.6% 폭락한 사건) 시절로 옮겨온 작품.

 

X-화이트에 고훈정·임병근·조형균(이하 가나다 순), X-블랙 박영수·이충주·장승조, 존 파우스트 송용진·정욱진, 그레첸 리사·이예은·이하나가 출연한다.



▶‘미스터마우스’(5월 14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대니얼 키스의 ‘앨저넌에게 꽃을’이 원작이다. 일곱 살 지능의 32세 청년 인후(홍광호·김성철)가 강박사(서범석·문종원)의 실험으로 아이큐 180의 천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후가 발명품 취급을 하는 강박사와 진심을 전하는 여자 채연(강연정) 사이에서 겪는 혼란과 변화 이야기로 몇년 동안 공들인 제작사의 의지와 흥행력·실력을 두루 갖춘 홍광호의 의기투합으로 10년만에 귀환한 작품이다.


▶‘스모크’(3월 18~5월 28일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스모크_포스터(유니플렉스ver.)
스모크(사진제공=더블케이)

15편으로 꾸린 이상의 연작시 ‘오감도’(烏瞰圖) 중 ‘나는 거울 없는 실내에 있다, 거울 속의 나는 역시 외출 중이다’로 시작해 ‘내 꿈을 지배하는 자는 내가 아니다. 악수할 수조차 없는 두 사람을 봉쇄한 거대한 죄가 있다’로 끝을 맺는 제15호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모든 걸 포기하고 세상을 뜨려는 시 쓰는 남자 초(超), 꿈을 꾸며 그림을 그리는 순수한 소년 해(海) 그리고 그들에게 납치된 신비한 여인 홍(紅)이 펼쳐가는 심리 스릴러로 초 역에 김재범·김경수·박은석, 해 역에 정원영을 비롯해 ‘팬텀싱어’로 스타덤에 오른 고은성·윤소호가 캐스팅됐다.


▶‘윤동주, 달을 쏘다’(3월 21~4월 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토월극장)

서울예술단 레퍼토리 공연으로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다. 3연 내내 윤동주를 연기한 박영수, 그의 사촌이자 벗이며 동지인 송몽규 역에는 서울예술단원 김도빈, 강처중 역에는 조풍래가 다시 돌아온다. 지난해 디즈니의 ‘뉴시즈’로 뮤지컬 신고식을 치른 온주완이 윤동주에 더블캐스팅됐다.


▶‘광염소나타’(4월 말~ JTN아트홀)

김동인의 소설 ‘광염소나타’에서 모티프를 딴 작품이다. 서로의 음악적 뮤즈이자 절친인 천재작곡가 J와 S, 그들의 스승 K가 펼치는 창작에 대한 광기를 담고 있다.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뮤지컬 우수작품제작지원 선정작으로 지난 2월 성두섭·김경수·이선근이 J·S·K로 출연한 트라이아웃 공연을 마치고 4월 말 정식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시리즈 # 즐거운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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