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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뷰] 취향저격 Yes or No, 이 보다 더 핫할 수는 없다! 류승완 감독·황정민·소지섭·송중기 등의 ‘군함도’

입력 2017-07-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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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때는 1945년 해방 직전의 하시마 섬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 ‘군함도’는 ‘부당거래’ ‘베테랑’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류승완 감독과 황정민의 또 다른 의기투합작이자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굵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시대극이다.

어떤 신념이나 조국을 위한다기 보다 각자 살아남기 위해 애쓰던 이들의 생존기다. 일제강압에 동조하거나 어려운 조선인들의 정신적인 지주로 자리매김하고 위안부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기도 한다. 전직 조직폭력배조차 ‘잘 살기’ 쉽지 않은 하시마 섬은 조선인들에게 지옥이며 감옥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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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악단장으로 일본인들의 비위를 맞추며 살아온 이강옥(황정민)과 딸 이소희(김수안),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패 칠성(소지섭), 온갖 고초를 겪어온 말년(이정현), 하시마 섬에 갇힌 조선인들의 정신적 지주 윤학철(이경영), 그를 구하기 위해 잠입한 광복군 소속 OSS요원 무영(송중기) 등 그 시대를 살던 이들 모두가 정의롭고 한결같이 비장했던 건 아니다.

‘군함도’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다.

 

19일 CGV용산에서 열린 언론시사회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의 역사를 알리는 것이 목적 중 하나였지만 첫 번째 이유는 아니었다”며 “그 안에서 벌어졌고 벌어질법한 이야기들이 저를 자극했다”고 털어놓았다.

“역사를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 책무감은 작업 과정 중에 생겼어요. 조선인들을 좋게만 묘사하지 않는 게 훨씬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렇죠. ‘군함도’ 자료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곳에 나쁜 일본인만 있었던 것도, 좋은 조선인만 있었던 것도 아니라는 거예요.”

국적 문제가 아닌 개인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류승완 감독은 “특히 이런 시대배경에서 소재를 다룰 때 너무 쉽게 이분법으로 진영을 나눠 관객을 자극하는 건 오히려 왜곡하기 좋은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군함도의 유네스코 등재 사실을 가지고도 비판을 화살을 일본에만 돌릴 게 아니라 우리 내부도 돌아봐야한다고 생각해요. 일제 강점기의 제국주의에 모든 악을 씌워 다루기 보다는 전쟁의 과정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약해지고 나약한 줄 알았던 사람이 강해지는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과거를 보고 지금을 어떻게 살고 미래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를 돌아보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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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다양한 계급, 다양한 가치관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때론 웃고 때론 웃으며, 또 때론 싸우다가 함께 노래하며 견디던 이들의 모습이 담겼다. 이처럼 눈여겨볼만한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위안부로 고초를 겪으며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말년이다.

 

그 간 문화콘텐츠에서 위안부를 다루는 정서는 불쌍하고 측은하며 수동적이고 가련하기만한 존재였다. 하지만 말년은 살아남기 위해 당차게 견디고 저항하는가 하면 함께 있는 소녀들을 보듬고 위안한다. 그리고 자유를 위해 떨쳐 일어날 줄 아는 용기를 가진 인물이다.

‘군함도’는 류승완 감독의 의도대로, 어려서부터 꼭 한번 만들고 싶었다던 ‘탈출영화’의 오락적 요소와 역사가 가진 진중함을, 다소 아쉽지만 꽤 영리하게 배합한 작품이다.   

 

“군함도에서의 개별적 탈출 사례는 꽤 있지만 400여명에 이르는 집단 탈출 시도는 없습니다. 저한테 저 섬의 첫 이미지는 감옥이었어요. 그 안의 조선인들을 제가 만든 세계에서 탈출시키고 싶었죠. 제가 그 안에 있었다면 탈출 욕망이 컸을 것 같아요. 그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공개 후 군함도의 역사 역시 궁금하게 만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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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극의 핵심 주제인 ‘탈출’에 대해서는 “군함도에서의 탈출은 정리되지 않은 과거사에서의 탈출”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이미 오래 전에 청산됐어야할 과거,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잡아먹고 있는 이들을 빨리 해결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에서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건 아니지만 군함도 탈출기는 헬조선 탈출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 역사에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끌어들인 이유도 그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류승완 감독은 이어 역사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까 조심스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렇게 규모가 커지고 이런 말들이 오가며 관심을 받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역사의 아주 드라마틱한 순간을 가지고 장삿속으로 여름시장에 내놓으려고 한 건 더더욱 아니었어요. 조심스러운 건 저희 작업이 되레 실제 역사에 누를 끼치는 게 아닐까죠.”

이어 “꼭 봐야할 영화는 없다”면서도 “군함도의 역사는 꼭 알아야 하는 역사다. 저희 영화가 싫다고 역사에 안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취향저격_군함도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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