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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 하고 싹 하고” “짜릿짜릿한” “쬐끄만 용기” 때론 ‘약간의 똘끼’가 필요해! ‘말맛’ 살린 뮤지컬 ‘마틸다’

입력 2018-06-2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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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뮤지컬 ‘마틸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마틸다 역의 황예영, 안소명, 이지나, 설가은(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쓱~ 하고 싹~ 하고” “쬐끄만 용기를 내면 할 수 있어” “때론 필요해 약간의 똘! 끼!”

네명의 어린 소녀들은 언어의 맛을 살린 넘버 ‘너티’(Naughty)를 시연하며 뮤지컬 ‘마틸다’(9월 8~2019년 2월 10일 LG아트센터)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

‘마틸다’는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oyal Shakespeare Company, 이하 RSC)가 ‘레미제라블’ 이후 선보이는 두 번째 뮤지컬이다. ‘007 두 번 산다’(1967), ‘치티 치티 뱅뱅’(1968) 등 영화의 각본가이자 팀 버튼 감독·조니 뎁 콤비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마녀와 루크’(1990), 디즈니의 ‘마이 리틀 자이언트’(2016) 등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로알드 달(Roald Dahl)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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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틸다’ 중 마틸다 안소명과 미스 트런치불 최재림(사진제공=신시컴퍼니)
2010년 코트야드 시어터(Courtyard Theatre)에서 초연된 ‘마틸다’는 1996년 배우 대니 드비토가 출연하고 감독까지 한 영화로 개봉해 사랑받기도 했다.


◇말맛의 중요성,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언어에 대한 이야기

“RSC는 셰익스피어 작품 뿐 아니라 동시대 작가들의 뛰어난 작품들도 제작하면서 음악이 중요한 일부분이 됐습니다. ‘마틸다’는 RSC의 두 번째 뮤지컬이죠. 셰익스피어에게 중요한 것은 이야기와 더불어 언어입니다. ‘마틸다’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언어에 대한 이야기죠.”

25일 오전 중구 더 플라자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뮤지컬 ‘마틸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루이즈 위더스 RSC 총괄 프로듀서는 뮤지컬 ‘마틸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루이즈 위더스 뿐 아니라 박명성 프로듀서, 닉 애쉬튼 해외 협력 연출, 톰 호그슨 해외 협력 안무, 스티븐 에이모스 해외 협력 음악수퍼바이저, 이지영 국내 협력 등 창작진은 한목소리로 ‘말맛’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어가 ‘마틸다’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운 부분이죠. 작가와 작곡가가 쓴 가사와 대사가 어마어마한 양이거든요. 관객들이 마지막까지 이해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목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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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틸다’ 제작발표회에서 ‘너티’를 시연 중인 네명의 마틸다와 스티븐 에이모스 음악수퍼바이저(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비영어권으로는 첫 라이선스 제작되는 한국 프로덕션 ‘마틸다’의 스티븐 에이모스 음악수퍼바이저는 언어의 맛을 살리는 것을 “목표인 동시에 도전이며 어려운 숙제”라고 표현했다. 닉 애쉬튼 연출은 ‘마틸다’에 대해 “최고의 매력은 이야기의 힘”이라고 했다.

“이야기의 힘을 통해 생각하게끔 하는 작품입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작은 아이, 마틸다 이야기죠. 우리가 이미 정해진 운명, 주어진 길이 있다고 생각할 때 마틸다는 바꾸고 개척할 힘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초연 이래) 다른 언어로는 첫 작업이에요. 이야기에 담긴 것을 다른 언어로 표현하는 전과정을 지켜볼 수 있고, 함께 발견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말맛의 결정체 ‘스쿨송’과 미스 트런치불 그리고 마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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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뮤지컬 ‘마틸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창작진과 출연진들(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이지영 연출은 “해외 라이선스 작업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번역과 윤색이다. 원작의 오리지낼리티는 유지하면서 정서의 이질감을 최소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지만 ‘마틸다’는 언어적인 영어의 특수한 이슈들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 예가 ‘스쿨송’이라는 노래입니다. 해외에서 이 뮤지컬을 본 분들이 이 노래를 대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걱정과 기대를 보이셨죠.”

이렇게 전한 이지영 연출은 ‘스쿨송’에 대해 “일명 ‘알파벳 송’이라고 불릴 만큼 A부터 Z까지의 단어를 재치 있게 엮어서 만든 노래”라며 “무대 위에 가사에 맞춘 해당 알파벳이 나오기도 한다. 비영어권에서 공연된 선례도 없어서 더욱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토로했다.

“알파벳 가사에 반드시 넣어야 하는 내용이 있었고 한국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가사로도 만들어야 했죠. 알파벳 소리와 같은 우리 말에 뜻을 잘 맞춰 넣었습니다. (번역가가) 알파벳 발음들이 곳곳에 숨은 기발한 가사를 만들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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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뮤지컬 ‘마틸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그리곤 “(완성된 후) 해외 전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마틸다’를 할 수 있겠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귀띔했다.

“가사의 중의적 표현, 난해하면서 철학적인 부분 등을 최대한 담아보려고 노력했어요. 미스 트런치불은 언어를 사랑하고 맛갈나게 말하는 걸 좋아하는 캐릭터죠. 마틸다는 어른스럽게 얘기하고 어른스러운 단어를 선택하는 아이예요. 인물들의 이런 특성들을 살린, 맛있는 한국 버전 대본이 나온 듯합니다.”


◇특별한 매력의 ‘마틸다’를 비롯한 개성강한 캐릭터들의 향연

“한국만큼 훌륭한 배우들을 만나기는 처음”(닉 애쉬튼), “매일 150% 에너지를 쓰는 배우들, 호주 배우들보다 훨씬 더 잘한다”(스티븐 에이모스)

마틸타 역의 설가은·안소명·이지나·황예영(이하 가나다 순), 미스 트런치불 김우형·최재림, 미세스 웜우드 강웅곤·최정원, 미스 허니 박혜미·방진의 등 해외 창작진들이 찬사를 쏟아놓는 배우들은 1800여명이 지원한 오디션에서 선발된 실력자 중 실력자다.

닉 애쉬튼 연출은 마틸다 역의 배우가 갖춰야할 덕목에 대해 “굉장히 다양한 요소들을 아주 잘 섞어야 한다”며 “우리가 한번도 경험 못한 새로운 면을 가진 아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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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틸다’ 영국 공연(사진제공=신시컴퍼니)

 

“재능적으로 잘하고 못하고의 얘기가 아니에요. 8~9000명의 아역 오디션을 봤고 그들 중 재능이 넘치는 아이들도 굉장히 많았지만 마틸다는 좀 다른 아이예요. 굉장히 반짝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아주 작은 천재죠. 아이들에게 설명할 때 마틸다의 머리통을 잘라 안을 볼 수 있다면 수많은 생각과 에너지가 반짝거리고 있을 거라고 해요. 겉으로는 무표정에 가까워 아무 것도 없어 보이지만 강렬한 눈빛과 그 뒤로 수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체력, 정신력 등 힘을 꼭 가지고 있어야 하죠.”

닉 연출의 설명에 마틸다 역의 안소명은 “마틸다가 가장 가져야할 덕목은 강력한 눈”이라며 “손도 발도 아닌 눈으로 물건을 움직일 수 있는 아이다. 강렬한 눈빛 아닌 강렬한 눈을 가져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또 다른 마틸다 이지나는 “책임감이 강하기도 하고 누구도 무서워하지 않는다”며 “저도 그럴 수 있도록 좀 연습해 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뮤지컬 ‘마틸다’에는 마틸다 뿐 아니라 다양한 개성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최재림이 “제가 도전했던 역할 중 이렇게 특이한 인물이 또 있었나 싶을 만큼 분장과 코스튬이 어마어마하다”고, 김우형이 “오디션부터 너무 어려웠다. 연습 첫날 포기해야하나 할 정도로 어려웠다”고 밝힌 미스 트런치불은 마틸다의 정반대편에 선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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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뮤지컬 ‘마틸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뮤지컬 ‘마틸다’ 출연진과 창작진(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최재림은 “아이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어른상이다. 그런 역할 연기할 생각하니 너무 즐겁고 어떻게 하면 이 아이를 괴롭힐까, 잠을 설칠 정도로 흥분된 상태”라고, 김우형은 “아주 행복하게 괴롭혀주겠다”고 트런치불을 연기하게 된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마틸다와 미스 트런치불을 비롯해 최정원이 “언제나 에너지가 넘쳐서 줄여야 했는데 이제야 저랑 딱 맞아 떨어지는 작품을 만났다”고 할 정도로 힘이 넘치는 마틸다의 엄마 미세스 웜우드, 박혜미가 “용기 있는 마틸다에 영향을 받아 내면의 상처를 딛고 강해지는 인물”이라고 소개한 미스 허니 등 다양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말맛을 살려 선사하는 뮤지컬 ‘마틸다’는 씩씩한 네명의 마틸다가 부른 ‘너티’의 가사처럼 일깨움과 용기를 선사한다.

“잡아 잡수라고 다 포기하는 건 옳지 않아…그 누구도 나 대신 해주지 않지. 내 손으로 바꿔야지 나의 얘기. 때론 필요해 약간의 똘! 끼!”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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