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문화 > 연극 · 뮤지컬

연극 ‘알앤제이’ 이구동성 “동성애 아닌 소년들의 치열하고 열정적인 이야기”

입력 2018-07-19 07:0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연극 알앤제이] 단체사진_제공. 쇼노트 (2)
연극 ‘알앤제이’(사진제공=쇼노트)

 

“4명의 남학생이 금지된 책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고 연극에 빠져들면서 본인들의 쌓였던 것들을 분출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그 다음의 고민이 남는 이야기입니다.”

17일 열린 연극 ‘알앤제이’(9월 30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프레스콜에서 이렇게 말한 김동연 연출을 비롯해 학생 1, 2, 3, 4 역의 문성일·손승원(이하 가나다 순), 강승호·윤소호, 강은일·손유동, 송광일·이강우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소네트’ 대사, ‘한여름 밤의 꿈’ 이야기 구조 그리고 ‘동성애’ 코드라는 오해 등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연극 알앤제이] 강승호(학생 2)_제공. 쇼노트
연극 ‘알앤제이’(사진제공=쇼노트)
“실제로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관객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보게 하는 것이 이 작품의 목적이자 취지입니다.”

‘한여름 밤의 꿈’의 극 중 극 형태를 띠고 있는 ‘알앤제이’의 이슈는 ‘동성애’ 코드다. 프레스콜에서 던져진 질문 역시 동성애 요소 관련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김동연 연출과 배우들은 원작가의 글을 인용했다.

줄리엣, 벤볼리오, 존 수사 등을 연기하는 학생 2 역의 윤소호는 “이 작품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는 현실적인 측면, 보수적인 가톨릭학교의 학생으로서 그 측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에 대한 싸움을 치열하게 했다”며 “학생을 연기하는 배우, 로미오를 연기하는 학생으로서, 줄리엣이 됐을 때의 감정을 어느 선까지 가지고 가야하는지가 가장 의문”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렇게 말한 윤소호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웠던 이유는 원작가의 글과 김동연 연출의 디렉팅이었다.

“이 작품은 동성애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또한 동성애 혐오처럼 보여서도 안됩니다. 소년들의 치열하고 열정적인 이야기입니다”라는 원작가 조 칼라코의 글을 인용하며 “역할로 빠져들 때 동성애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했다면 연기 방향이 달랐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저희가 강조하고 연기하려는 것, 이 연극에서 얻을 수 있는 것, 빠져 들고 열망하는 것, 그 이유와 원초적 상황에 집중하다 보니 역할에 빠져들기 쉬웠어요. 극 중 극, 마지막 장면의 요정 퍽의 대사 등 ‘한여름밤의 꿈’과 연결이 많아요. 저희가 연습하면서 느끼기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안에 많은 것들이 담겼어요. 사랑, 욕망, 금기 등 그 모든 것들이 막혀서도, 막아서도 안된다고, 세상의 진리들이 맘껏 펼쳐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연극 알앤제이] 손승원(학생 1)_제공. 쇼노트
연극 ‘알앤제이’(사진제공=쇼노트)

 

이어 “연습 초반 현실적으로 키스신이나 육체적으로 닿는 신이 조금 어렵다고 했을 때 연출님이 열어준 방향은 ‘동성애는 아니지만 학생 2가 학생 1을 좋아하거나 호감 정도의 레벨을 가지고 연기하는 건 허용하겠다’ 였다”며 “(동성애) 그것이 주는 아니지만 줄리엣 역을 하기에 편하다면 그 정도 감정을 가지고 가도 된다고 하셔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00년대, 사랑 등 많은 감정을 글로만 배웠지 체감으로 알았을까 싶은 시대를 배경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하면서 ‘얘가 날 좋아하나’ 감정 보다는 ‘이 책으로 느끼는 감정들이 자유인가’에 대한 이야기예요. 사랑 보다는 갇힌 상황을 헤쳐 나가고 싶은 감정들인가에 포커스가 맞춰진 작품이죠.”

로미오를 연기하는 학생 1 역의 손승원은 “(윤소호가 인용한) 대본 맨 앞장 원작가의 그 말들을 보면서 동성애처럼 보여주면 안되겠다 생각해 철저하게 그렇게 임하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연극 알앤제이] 윤소호(학생 2), 송광일(학생 4)_제공. 쇼노트
연극 ‘알앤제이’(사진제공=쇼노트)

 

“오해할 요소들이 많기는 해요. 하지만 학생 1, 2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기하면서 저희가 가진 억압, 금기를 풀 수 있는 마음을 가지면서 하는 것 같아요. 뽀뽀신 이외에 원래 있던 강도 센 장난, 껄끄러운 질문들 등을 줄이기도 했어요. 최대한 (동성애로) 오해할만한 요소가 보이지 않도록 고민하고 노력했죠. 그래서 학생 2를 좋아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연기를 한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이에 대해 김동연 연출은 “배우들에게 얘기한 건 ‘그런 마음이 생기는 걸 억지로 막을 순 없다’였다. 동성애적 코드는 보는 사람의 느낌”이라며 “원작의 의도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연출로서 의도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학생 1이 사랑하는 대상에게 편지를 쓰는 것 등에서 시랑이라는 의미 자체가 가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동경이었고 그 세계로 가려는 것이었어요. 금기를 깨려는 의지가 넘치는 인물이 연극을 주도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