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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1000만 VS 1만', 영화 '행복한 라짜로'가 주는 충만함

지난해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이탈리아의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이 연출맡아
목가적인 시골마을 배경으로 계급사회가 주는 야만성 다뤄

입력 2019-07-17 07:00 | 신문게재 2019-07-1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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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라짜로
영화 ‘행복한 라짜로’(사진제공=슈아픽쳐스)

 

디즈니의 실사영화 ‘알라딘’이 국내 25번째 ‘1000만 영화’가 됐을 때 조용하게 개봉해 가장 크게 웃은 영화 한편이 있다. 제71회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인 ‘행복한 라짜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알라딘’이 흥행 역주행의 아이콘이라면 ‘행복한 라짜로’는 고작 35개 스크린에서 출발해 입소문의 힘을 제대로 증명했다. 수치적으로는 1000만 영화와 고작 1만명이 본 영화라고 하겠지만 그 파장은 남다르다. 국내에서 다소 생소한 이탈리아 영화라는 핸디캡을 단번에 극복한 이 영화는 이미 각종 포털과 영화게시판 SNS에 ‘행복한 라짜로의 결말’ ‘행복한 라짜로 해석’ 등이 연관검색어로 등장하고 있다.
 

라짜로
국내에서는 생소한 이탈리아 영화 ‘행복한 라짜로’가 조용히 1만명의 관객을 돌파했다. (사진제공=슈아픽쳐스)

흡사 이탈리아 버전의 ‘기생충’을 보는 듯 하다. 올해 칸영화제의 경쟁부문 심사의원 중 한명이기도 했던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영화는 세상과 단절된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소작농들은 후작 부인의 비호아래 살아가지만 가난의 굴레는 반복된다. 아이를 포함해 50명이 넘는 이들의 삶은 가난하고 비루하다. 전구 몇개 만으로 어둠을 밝히고 굶주린 늑대를 피해가며 닭과 농작물을 키운다. 


40년 전 홍수로 끊어진 다리는 건너갈 수도 없다.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이들을 세상과 이어주는 건 후작부인과 그 집안의 비서가 유일하다. 이들은 그들의 노동력을 식료품과 바꾸고 종교와 사회적 질서를 제공하는 일종의 지배자들이다. 계급의 가장 밑에는 주인공인 라짜로(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가 있다. 분명 이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는 없고 온갖 갖은 일을 도맡아 하는 라짜로는 불평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는 순박한 청년이다. 평온할 것 같은 이들의 일상에 후작부인의 아들이 요양차 마을을 방문하고 묘한 군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누가 봐도 목가적인 마을을 배경으로 ‘행복한 라짜로’의 반전은 라짜로가 갑자기 사라진 마을 주민을 찾아 나서면서부터다. 열병을 앓다가 일어난 라짜로는 마을 주민들이 도시에서 자유와 기회가 아닌 사회의 밑바닥 삶을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에게 호기심을 빙자한 우정을 나누어주었던 후작의 아들은 이미 늙고 병들어 추악해졌다. 성당에서 퍼져나오는 오르간 소리조차 평등하지 않다는 걸 깨달은 주인공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 선택을 한다.

 

행복한 라짜로
영화 ‘행복한 라짜로’(사진제공=슈아픽쳐스)

 

세계적 거장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이 영화의 미스터리함에 끌려 직접 제작에 참여했다고 전해진다. 단순히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한 라짜로’는 불행의 끝을 관객들의 눈 앞에 펼쳐놓는다. 너무나도 가학적인 설정임에도 이 영화가 찬란하게 빛나는 건 시대가 변해도 반복되는 계층의 아이러니와 인간의 이기심이 한 폭의 그림 같은 절경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사실은 과하게 소박하고 다소 황량한 배경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행복한 라짜로’의 비극을 강조한다.

 

행복한 라짜로
영화 ‘행복한 라짜로’(사진제공=슈아픽쳐스)

 

극중 후작 부인의 아들로 나온 루카 치코바니는 한국의 흥행 소식을 듣고 촬영하던 영화도 중단하고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의 영화팬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깜짝 내한한 그는 이미 유명 유튜버로 활동하는 스타기도 하다. 이미 ‘행복한 라짜로’는 극장에 있을 때 봐야 할 영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아트버스터의 길로 들어섰다. 2019년 극장가에 상반기에만 3편의 천만영화가 탄생한 만큼 이 영화가 주는 상징성과 의미를 되새겨봐야 할 때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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