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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작별인사’ 김영하 “예술가들에게 스스로 단결할 권리를!”

전자책 기반의 독서플랫폼 밀리의서재에서 첫 공개한 김영하 작가의 7년만의 신작소설 '작별인사'
아상문학상 사태에 "온마음으로 지지" 더불어 "예술인권리보장법' 통과되기를"
문학동네 임프린트 운영은 오보! 아내의 출판사 절판된 책 등 출간예정

입력 2020-02-2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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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기반 독서플랫폼 밀리의서재에서 7년만의 신작소설 ‘작별인사’를 선공개한 김영하 작가(사진제공=밀리의서재)

 

“약칭 ‘예술인권리보장법’(예술인 지위 및 권리 보장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어요. 총선(제21대 국회의원선거 4월 15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법안을 통과시키고 20대 국회가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7년만의 신작소설 ‘작별인사’를 전자책 기반의 독서플랫폼 밀리의서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에서 첫선을 보인 김영하 작가는 불안정한 예술인 지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수상거부, 작가의 절필 선언 등으로 이어진 이상문학상 불공정 계약 사태에 대해 “동료 작가들의 투쟁을 온마음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창작자, 예술가의 권리 찾기 투쟁, 자기 희생, 특히 (절필을 선언한) 윤이형씨의 결정은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저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예술인권리보장법’이 더 늦기 전에 통과되기를 바랍니다. 예술가의 지위는 불안정하고 약해요. 그래서 기업이든, 선배 예술가들이든 힘을 가진 사람에게 취약할 수밖에 없죠.”

그리곤 “지난 몇십년 동안 노동자들의 권리가 향상된 것은 노동자들의 단결 투쟁 권리가 법적으로 인정받았고 그로 인해 동료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가에게 예술가들을 먹여 살리라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단결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라는 의미죠. 미국 작가길드(Author‘s Guild) 등처럼 예술가들의 조합 같은 걸 만들고 스스로 단결해 같이 싸워나가는 것이 거의 유일하고 바람직한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토대를 만들어달라는 겁니다.”

이어 “매번 작가들이 자신이 가진 것을 희생시키거나 누군가 끔찍한 일을 당할 때만 이슈화하기 보다는 법제화를 통해 바꿔야 한다”며 “어려운 이름의 ‘앵떼르미당’ 같은 법 말고 이미 제출된 법을 잘 심사하고 합의해 통과시켜주시기를 예술가로서 요청하는 바”라고 강력하게 의견을 전했다.


◇김영하가 ‘밀리의서재’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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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기반 독서플랫폼 밀리의서재에서 단독 공개한 김영하 작가 7년만의 신작소설 ‘작별인사’(사진제공=밀리의서재)
“전자책 플랫폼이라 저도 낯설었어요. 처음 제안을 받고 며칠 사용을 해봤죠. 역시 저는 종이책이 가장 좋지만 항상 들고 다닐 수는 없어서 약간의 짬이 나거나 책을 들고 있기 괴로울 때 유용하게 활용했습니다.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밀리의서재’라는 전자책 플랫폼과 손잡고  집필하는 것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전한 김영하 작가는 “문학은 책이라는 형태로 고정돼 있지 않다. 오래 전엔 시도, 이야기도 두루마리에 적히거나 구전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전해져 왔다”고 덧붙였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에 의해 활자가 발명되면서 종이책을 서점에서 사고 조용히 목독하는 걸 보편적 독서법이라고 ‘패키지’로 생각하게 됐죠. 다양한 환경, 형태로 책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엔 부모님께서 신발을 사주면 헤질 때까지 3개월이든 6개월이든 신었죠. 하지만 요즘은 다양한 용도의 신발들이 있듯 때와 장소, 여건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그리곤 “종이의 질감이나 물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으로 읽고 비행기나 차로 장거리 여행을 갈 때는 오디오북, 전자책 등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점을 찾거나 책을 읽는 이들이 현저히 줄어드는 출판계의 고민에 대해 “책을 안사는 사람들을 서점으로 모을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일 것”이라며 “디지털이 익숙한 세대일수록 접근성이 떨어진다고들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종이책을 산다는 건 그걸 보관할 장소에 대한 지불이기도 해요.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책을 사겠어요. 책의 물성을 부담스러워하는 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로 보완돼야 하죠.”

김영하 작가
전자책 기반 독서플랫폼 밀리의서재에서 7년만의 신작소설 ‘작별인사’를 선공개한 김영하 작가(사진제공=밀리의서재)

 

김영하의 신간 ‘작별인사’가 첫 선을 보인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은 전자책 무제한 이용과 두달 단위로 배송받는 한정판 종이책을 결합한 형태의 서비스다. 이에 대해 김영하 작가는 “제가 오래 뭘 하는 걸 지겨워하는 편이고 하던 대로 하는 걸 답답해 한다”며 “팟캐스트를 아무도 모를 때 뉴욕서 먼저 시작해보기도 했고 홈페이지도 먼저 만드는 등 새 서비스는 무조건 이용해보는 편”이라고 털어놓았다.

“독자들과의 접점, 독서의 다양한 형태들을 계속 시험해보는 편이죠. 이번 (밀리의서재와 함께 하는) 스트리밍 방식도 공유경제로 새롭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유료 도서관 형태가 아닌가 싶어요. 도서관은 공공재로서의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지만 누구나 갈 수 있는 (시간적, 환경적) 여건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밀리의서재’로만 책을 볼 수는 없지만 보완하면서 이용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곤 “한편으로는 디지털 포맷으로만 책을 읽는 이들에게 종이책을 경험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서로 보완하면서 다양한 독서의 경험을 통해 책을 읽는 게 좋구나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또한 누군가의 편집을 거치면서 정제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경험을 다양한 형태로 하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독점 아닌 다양한 형태로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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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사진제공=밀리의서재)
“이번 소설은 지금까지 써온 것이 아닌 도전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보자 했어요. 더불어 일종의 회원제 서비스여서 처음에 확 공개되는 것보다는 부담이 좀 적어서 대담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그런 점들이 소설 내용이나 주제 선택에 용기를 줬을 거예요. 하지만 전자책이라서 특별히 맞춘 건 없었습니다. 좋은 이야기는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사랑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외면 당한다고 생각해요.”

이어 “지금 제가 쓸 수 있는 최선의 소설을 쓰려고 노력했다”며 “새로운 서비스고 일하시는 분들도 굉장히 도전적이어서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에서는 김영하의 ‘작별인사’에 앞서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와 이주란·정용준·조수경·정지돈·임현·김초엽이 도시와 랜드마크, 현대인의 일상을 각자의 시선으로 풀어낸 테마소설집 ‘시티픽션’과 ‘나는 농담이다’ 등의 김중혁 작가의 신간 ‘내일은 초인간’을 제일 먼저 독점으로 선보였다. 이로 불거진 독점 논란, 시장 잠식 문제 등에 대해 김영하 작가는 “근대문학이 시작한 이래 작가들이 해왔던 작업들”이라고 설명했다.

“신문, 계간지 등에 연재한 후 묶어서 책으로 내는 건 20세기 초부터 해온 일이죠. 신문독자, ‘문학과지성’ ‘창작과비평’ 등에만 제한적으로 제공하다 책으로 묶어 내곤 했거든요. 저 역시 ‘빛의 제국’은 계간지, ‘퀴즈쇼’는 일간신문에서 연재하다가 책으로 묶었어요. ‘작별인사’ 역시 밀리의서재에서 석달 정도 먼저 공개하지만 접근 불가는 아니고 3개월 후 서점에서 만날 수 있으니 독점이나 시장잠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밀리의서재에서 동네서점이나 독립서점에 책을 공급할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밀리의서재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를 포함해 10군데 정도의 동네서점, 독립서점과 논의 중이며 일부는 이번 주부터 만날 수 있다.” 이후 김훈 작가의 최초 판타지 소설이 4월 15일,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의 속편인 백영옥 작가의 신작에세이가 6월 15일 공개된다. 애초 올해 하반기로 계획됐던 공지영 작가의 신작은 “내년 상반기로 일정이 조정됐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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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사진제공=밀리의서재)

 

“시장에 플레이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작가에겐 좋다고 생각해요. 작가들에겐 나쁠 게 없어요. 오히려 없어지는 게 문제죠. 제가 1995년 등단할 때 생긴 출판사가 문학동네예요. 그 전에는 크게 문학과지성사, 창작과비평사 두 진영이었죠. 한번 진영에 들어가면 다른 데는 못가는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문학동네라는 플레이어가 나왔고 젊은 작가들이 이동하게 됐죠.”

그리곤 “문학동네가 문학계에 불어온 여러 가지 바람이 있다”며 “선인세를 주고 계약서를 쓰는 건 당시로서는 놀라웠다. 그런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기존 출판사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 여러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새로 뛰어들면서 여러 작가들을 등장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저 같은 사람이 필요하지만 서비스가 안착되면 작가들은 선택권을 가지게 되고 새로운 독자를 접할 기회를 얻게 되는 거죠. 그 전에 예술인권리보장법이 만들어져 법적 지위, 단결 권리 등을 보장받는 게 선결과제지만요. 플레이어가 많아지면 관행적으로 안이하게 해오던 사람들도 스탠다드를 바꿀 수밖에 없을 겁니다.”


◇문학동네 임프린트 운영 아닌 아내의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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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사진제공=밀리의서재)

“제가 출판사를 차렸다는 건 오보입니다. 출판사를 차린 사람은 제 아내이고 문학동네 임프린트(독자 브랜드)도 아닙니다. 제 아내는 저보다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다독가이고 (출판사를 내는 것이) 오랜 꿈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작가라서 오히려 못하고 있었죠. 대표도, 대주주도 제 아내예요. 그 출판사에서는 신간들도 나오지만 오래 전 출판됐지만 절판된 책들을 낼 겁니다.”

출판사 운영 보도에 대해 정정한 김영하 작가는 “출판사 규모가 작아 마케팅과 서점배본, 수금 등은 문학동네가 지분투자 방식으로 맡아주기로 했다”며 “4월부터 책이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오래 전 절판됐지만 걸작인, 하지만 분량이 어마어마해서 쉽게 재출간이 어려운 조이스 캐롤 오츠의 ‘블론드’ 같은 책들을 골라서 출판할 생각입니다. 출판사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제 책들 중 절판된 시칠리아 여행기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나 문학동네·문학과지성·창작과비평 등과 계약이 종료된 책들도 낼 계획이에요. 저의 구관들을 백리스트로 삼아 제 아내가 내고 싶은 책들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이어 “현재 ‘블론드’는 번역자 선정작업 중”이라며 “평소 내고 싶은 책들이 있어서 어느 출판사에 얘기도 했는데 안내줘서 내가 내자 했다”고 털어놓았다. 신간 ‘작별인사’의 종이책 출판에 대해서는 “새로 생기는 아내의 출판사에서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아직 계약은 안했지만 ‘작별인사’는 문학동네에서 나올 가능성이 커요. ‘빛의 제국’ 연재 때도 그랬지만 선공개함으로서 독자 반응을 살필 수 있어서 좋아요. 수정할 부분은 수정할 수 있으니까요. 수정할 부분이 많으면 시간이 좀 더 걸릴 테고…적절한 시기를 보고 있어요. 밀리의서재와의 계약상 3개월 이후에 내야해서 5월 이후로 생각 중이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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