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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40주년 뮤지컬 ‘캣츠’ 브래드 리틀·조아나 암필·댄 파트리지 “용서와 수용, 지금 그리고 나에 대한 프라이드”

[Pair Play 인터뷰]40주년 뮤지컬 ‘캣츠’ 브래드 리틀·조아나 암필·댄 파트리지 “용서와 수용, 지금 그리고 나에 대한 프라이드”

입력 2020-10-26 18:00 | 신문게재 2020-10-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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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 올드 듀터러터미 역의 브래드 리틀(왼쪽부터), 그리자벨라 조아나 암필, 럼 텀 터거 댄 파트리지(사진제공=에스엔코)

 

“정말 놀라운 사실은 지금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배우들이 태어나기도 전 이 공연이 처음 만들어졌다는 거예요. 채 5명도 태어나지 않았을 때였을 거예요. 그때 만들어진 그대로의 요소, 의도, 열정 등을 지금까지 유지 중이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 공연계가 셧다운, 투어 중단으로 점철되고 있는 가운데 40주년을 맞은 ‘캣츠’(Cats, 11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의 브래드 리틀은 이렇게 말했다.  

 

뮤지컬 캣츠 브래드 리틀
뮤지컬 ‘캣츠’ 올드 듀터러터미 역의 브래드 리틀(사진제공=에스엔코)
브래드 리틀은 ‘캣츠’를 비롯해 ‘오페라의 유령’ ‘지킬앤하이드’ ‘레미제라블’ 등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사랑받으며 한국에 살고 있는 배우로 40주년 ‘캣츠’에서도 올드 듀터러노미로 출연 중이다. 

 

영국 시인 T.S 엘리어트의 우화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를 바탕으로 한 ’캣츠‘는 뮤지컬의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와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Cameron Mackintosh)의 첫 의기투합작이다.


2018년 세상을 떠난 발레리나 출신의 안무가 故 질리언 린(Gillian Lynne)이 고양이들의 습성들을 안무화한 ‘캣츠’는 1981년 런던 초연 후 다음해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일년에 단 한번 천상으로 보내져 새로 태어날 기회를 얻을 고양이를 선택하는 무도회 ‘젤리클 볼’(Jellicle Ball)에 모여든 각양각색의 고양이들이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를 기다리며 털어놓는 저마다의 사연을 담은 성스루((Song Through, 대사 없이 노래로 이루어진 형식의) 뮤지컬이다.

40년 동안 30여개국, 300여개 도시에서 15개 이상의 언어로 공연되며 8000만여명의 관객들을 열광시킨 존재는 ‘캣츠’에 등장하는 개성 넘치는 젤리클 고양이들이다.

모든 고양이들이 존경하는 예언자 올드 듀터러노미부터 ‘캣츠’ 대표 넘버의 주이공 그리자벨라, 강력한 카리스마로 여심을 사로잡는 럼 텀 터거, 화자이자 사회자 멍거스트랩, 사라진 올드 듀터러노미까지 돌아오게 하는 마법사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배우 출신으로 중풍을 앓고 있는 극장지기 거스, 고양이들을 괴롭히는 마피아 같은 존재 맥케비티, 순수하고 순진한 빅토리아….


◇코로나19 속 40주년 ‘캣츠’…기적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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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그리자벨라 조아나 암필(왼쪽)과, 럼 텀 터거 댄 파트리지(사진제공=에스엔코)

 

“40주년이라는 사실 말고도 감사할 일이 너무 많아요. 지속적으로 공연을 할 수 있게 산업을 지키고 굳건히 희망을 끈을 놓지 않게 해준 한국에 너무 감사해요. ‘캣츠’ 40주년 공연을 함께 하는 건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해요. 고국의 많은 친구들은 무대에 서고 싶어도 설 수 없거든요.”

매혹적인 젤리클 고양이였지만 모험을 떠났다 늙고 초라해져 돌아온 그리자벨라 역의 조아나 암필은 ‘캣츠’ 40주년을 함께 하고 있는 감사한 마음, 기쁨과 더불어 셧다운된 글로벌 공연계에 무대을 잃은 동료들 생각에 씁쓸함이 교차되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조아나의 말에 자유롭고 화려한 럼 텀 터거 역의 댄 파트리지 역시 “저 역시 상반된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뮤지컬 캣츠 배우
뮤지컬 ‘캣츠’ 럼 텀 터거 역의 댄 파트리지(사진제공=에스엔코)

“아주 신나는 마음이면서도 그걸 느끼면 안될 것 같은 죄책감이 들기도 해요. 고향에서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친구들을 대신해 잘 해야한다는 생각도 들고…그래서 사실 좀 힘들고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 순간들도 있었죠. 하지만 제가 최선을 다하며 잘하는 것이 무대에 서고 싶어도 서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친구들의 에너지와 사랑까지 다 담아서 매일매일 무대에 쏟아내고 있어요. 그것이 첫 공연부터 지금까지 제가 무대에 설 수 있는 원동력이죠.”


그리곤 “지금 이런 시기에 공연을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말 특별하다”고 말을 보탰다. 

 

그리자벨라 역의 조아나 암필은 ‘미스 사이공’의 킴, ‘레미제라블’의 판틴과 에포닌, ‘지저스 크라이스 수퍼스타’ 마리아 등을 두루 거쳤고 럼 텀 터거 댄 파트리지는 ‘캣츠’ 투어를 비홋해 ‘그리스’ ‘맘마미아’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 등 최근 웨스트엔드에서 주목받는 스타다.

조아나와 댄의 말에 브래드 역시 “리허설을 하고 무대에 오르고…늘 하던 일을 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그럴 수 있는 때가 아니다”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서 연습하며 2단계, 2.5단계로 오르는 불안한 상황이었지만 한국이 늘 해내 듯 다시 단계를 내렸다. 미국인으로서 말할 수 있다. 미국이라면 못했을 것”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브래드의 동의에 댄은 “제가 한국에 와 있는 게 기적”이라고 말을 보탰다.

“한국분들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철칙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똘똘 뭉쳐 열심히 철칙을 지켜 이 난관을 이겨내고 있잖아요.”

브래드, 조아나, 댄의 말처럼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바꿨고 차단시켰다. 글로벌 공연의 메카 브로드웨이도, 웨스트엔드도 셧다운됐고 투어는 멈췄다. 무대를 잃은 배우들은 생계를 위해 다른 일들을 찾고 있지만 있던 일자리도 사라지게 만든 코로나19로 그 마저도 쉽지 않은 지경이다.  

 

조아나 암필
뮤지컬 ‘캣츠’ 그리자벨라 역의 조아나 암필(사진제공=에스엔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40주년 기념공연이 가능해진 ‘캣츠’ 내한공연 역시 변화를 맞았다. 배우들은 입국과 더불어 2주간의 자가격리를 경험했고 철저한 방영 수칙을 지키며 연습에 돌입했으며 각 고양이 캐릭터의 메이크업과 동일한 프린팅이 된 마스크를 쓰고 객석을 가로 질러 등장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우들이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역시 2주 간의 자가격리다. 

 

“자가격리 기간 동안사람을 대면하는 것이 가장 간절했다”는 조아나는 “자가격리가 끝나고 진짜 얼굴을 보며 대화하고 껴안을 수 있었던 순간이 감명 깊고 잊을 수 없는 순간”이라고 털어놓았다. 댄 역시 2주간의 자가격리에 대해 “기이한 림보상태”라고 표현했다. 

 

“방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초현실적인 순간을 보내면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어요. 어떤 면에서는 재밌기도 했지만 자가격리가 끝나는 날은 잊을 수가 없어요. 햇볕도 좋았죠. 밖으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처음 본 동료 엘라가 저를 보자마자 뛰어들어 안기기도 했어요. 전세계에서 온 캐스트들을 만나 기뻤고 접촉할 수밖에 없는 날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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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주년을 맞은 뮤지컬 ‘캣츠’ 공연 장면(사진제공=에스엔코)

 

조아나와 댄의 말에 “나는 현지(한국) 사람”이라며 “나는 자가격리 안해도 됐지롱~”이라고 눙친 브래드도 소중했던 순간들을 털어놓았다.

“동료들의 자가격리 동안 줌을 통해 필라테스 강습을 받았어요. 강사는 영국에 있고 동료들은 호텔방에서 자가격리 중이었고 저는 집에서 딸과 함께 했죠. (각자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가족이 똘똘 뭉치거나 가족이랑 인연이 있는 재밌고 소중한 시간들이었어요. 필라테스 강사가 (크리시 카트라이트) 연출의 딸이기도 했죠.”

 

◇조아나 “용서와 수용”, 브래드 “지금의 소중함”, 댄 “나에 대한 프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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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 올드 듀터러터미 역의 브래드 리틀(왼쪽부터), 그리자벨라 조아나 암필, 럼 텀 터거 댄 파트리지(사진제공=에스엔코)

“제가 공연을 통해 전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받아들이는 것, 수용과 용서입니다.”


조아나 암필은 아름다웠던 시절 모험을 떠나 늙고 초라해져 돌아와 겉도는 그리자벨라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수용과 용서”를 꼽았다. 

 

그는 “요즘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되돌아 볼 시간이 많아졌는데 특히 제가 한국에 입국해서 자가격리했던 시간은 마음을 깨끗이 하고 명상을 하기 좋은 시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얼마나 삶이 소중하고 또 깨지기 쉬운 연약한 존재인지 상기시켜준 시간이었죠. 만약 우리가 모든 미움과 괴로움을 지우려고 노력한다면 언제나 희망은 있고 용서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댄 파트리지는 “럼 텀 터거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나쁜 짓을 하면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재미를 느끼는 유일한 고양이이기 때문일 것”이라며 “그는 작품 내내 즐기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장난꾸러기 같은 면이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댄이 연기하는 럼 텀 터거는 젤리클 고양이들 사이의 우상이다. 인트로를 장식하는 ‘젤리클 고양이의 제리클 노래’에서 외치듯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불가사의한 신비로움, 매혹적인 고양이다운 당당함을 가지고 대성당을 감도는 기원의 소리를 내는 젤리클다운 젤리클”이다. ‘젤리클 다운 제리클’ 럼 텀 터거처럼 ‘나 다운 나’로 서기 위해 해야할 일에 대해 댄은 “나에 대한 프라이드 갖기”라고 답했다.

“우리 모두 일상 생활 속에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어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고 (럼 텀 터거처럼)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 것이 자신감을 찾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캣츠 브래드 리틀
뮤지컬 ‘캣츠’ 올드 듀터러터미 역의 브래드 리틀(사진제공=에스엔코)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표현하는 브래드 리틀은 뮤지컬 ‘캣츠’ 중 젤리클 고양이들의 멘토이자 구원자인 올드 듀터러노미처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지금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지금 이런 때 올드 듀터러노미가 ‘지금 당신의 행복한 순간들을 찾고 그 이전 어느 때보다 더 그것을 소중히 하라’고 말할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는 ‘이리 와서 젤리를 고양이에게 발바닥을 부딪혀 보라(Give a Paw)’고 말하겠죠. 그리고 저 브래드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단결을 보여준 한국에 고맙다고 말할 거예요. 여러분은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모범이 돼줬어요. 여러분들의 노력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보여줬거든요. 이런 여러분들의 모든 모습들을 사랑하고 한국이 제 고향이 됐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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