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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독립출판작가' 에리카 팕 "우울한 회사 생활 극복하려다 책 쓰게 돼"

입력 2018-12-07 09:14 | 신문게재 2018-12-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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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웃_픈’과 ‘우_잉’을 출간한 박지윤 작가

 

출판부터 유통까지 혼자 시작해서 끝내는 독립출판. 기성 출판물에서는 볼 수 없던 개성이 살아있는 게 독립출판의 가장 큰 매력이다. 최근 서울 역삼역 인근에서 만난 독립출판물 ‘우_잉’과 ‘웃_픈’의 저자 박지윤(28) 작가 역시 이름부터 독특했다. “리을과 기억 받침에 팕이요”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박 작가는 한국에서 세 번째로 많다는 박씨. 그는 ‘박’ 대신 ‘팕’을 붙여 에리카 팕이란 활동명을 지었다.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퇴근하면 인스타그램에 춤 추는 영상도 올리고, 독립출판물 북콘서트 사회도 보러 다닌다. 최근 개봉한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나온 것처럼 작가에게 여러 개의 자아가 있는 것이다. 대외적인 나인 회사원 박지윤은 조용하고 내성적이지만, 개인적인 나인 독립출판물 작가 에리카 팕은 누구보다 밝고 활발하다. 우울한 사회초년생이었던 작가는 독립출판물을 통해 또 다른 자아를 찾았다.

 

◇ 회사에 지치던 찰나, 독립출판물 출간
 

창의적인 활동에서 즐거움을 찾았던 박 작가는 어릴 때부터 카피라이터를 꿈꿨다. 그는 “입사 시험을 치르면서 희망부서 1지망으로 광고부서를 써냈는데, (광고가 아닌) 2지망이 돼버렸다”면서 “코딩 교육을 6개월 정도 거쳐 성향과 전혀 맞지 않는 전산업무를 보는 곳으로 배치됐다”고 말했다. 결국 그 회사에서 퇴사한 박 작가는 “퇴사하기까지 2년의 시간 동안 많은 좌절이 있었다”고 했다. 적성에 맞지 않는 부서에서 근무하는 동안 박 작가는 “‘난 이런 곳에 있을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며 “스트레스, 울분, 화,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들을 주로 느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좌절하던 박 작가가 찾은 돌파구는 독립서점 ‘스토리지북 앤 필름’에서 진행한 책 만들기 워크숍이었다. 이 워크숍을 통해 작가의 첫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는 “회사에서 자아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밖에서 찾아보려고 노력했다”며 “그러다 알게 된 책 만들기 워크숍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는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그의 책에 실린 내용들은 대부분 카피라이터를 꿈꾸며 써 놓은 아이디어들이다. 독립출판물로 오랜 꿈을 이룬 것이다. 박 작가는 “항상 막연하게 꿈만 꿔왔는데 이런 식으로라도 실현시키니까 너무 행복했다”고 첫 출판물이 나왔던 당시의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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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작가의 독립출판물 ‘웃_픈’과 ‘우_잉’

◇ ‘마음에 멍든’ 청춘의 공감

 

‘마음에 멍이 들다 들어 시푸르뎅뎅 푸르러졌다. 그래서 청춘이란 말을 푸를 청(靑)에 봄 춘(春) 자를 쓰나’ 박 작가의 저서 ‘웃_픈’의 한 구절이다. ‘괜찮아 씩씩해’라는 챕터에 들어가있다. 소제목은 청춘. 박 작가의 책에 실린 글들은 이처럼 광고 카피같이 짧지만 마음 한구석을 찌르는 매력이 있다. 특히 대학생들에게 공감을 많이 얻는다고 한다. 고민을 안고 여행을 떠났다가 여행지에서 작가의 책을 우연히 만나 위로를 얻은 뒤 작가의 북콘서트까지 찾아 온 팬도 있었다고 한다. 박 작가는 “대학생들에게 SNS를 통해서 공감이 많이 갔다거나 위로를 받았다는 내용의 메시지도 받는다”고 말했다. 작가의 메시지가 공감을 얻는 이유는 작가도 또래들과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 시대를 사는 청춘들은 ‘X와 Z사이에 낀 Y세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간에 끼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지만 너무 착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건 말도 잘 못 하며 산다”며 “요즘 젊은 세대들이 독립출판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도 참고 살았던 것들을 누군가 대신 말해주거나, 직접 내뱉을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관심을 받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남의 행복보다 내 행복부터

 

사이에 끼인 Y세대들에게 작가는 자신의 행복부터 챙기라고 조언한다. 박 작가의 활동명 에리카는 작가가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책에서 따온 것이다. 그 책에서 분홍돼지 에리카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캐릭터다. 작가는 본인도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어 에리카라는 이름을 쓰게 됐지만 최근에는 생각이 좀 바뀌었다. 그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밝은 모습만 보여주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개그맨들이 느끼는 고충 같은 게 느껴졌다”면서 “늘 누군가를 웃기게 해줘야 하고 기쁘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내게 소모적인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요즘 그는 단호해지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작가는 “내가 너무 지치지 않기 위해서는 선을 그을 부분에서는 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분홍돼지는 노력으로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게 아니라 존재만으로도 기쁘게 해주는 것이니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너무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처럼 회사 밖에서 자아를 찾고 싶어하는 사회초년생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믿고 기량을 분출해 보길 권유한다. “나는 이런 곳에서 이런 일이나 하고 있을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그 생각이 맞는 거다”면서 “요즘은 유튜브나 팟캐스트 방송 등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길이 많으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내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도전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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