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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코로나19가 인류의 에너지를 바꾼다

[김수환의 whatsup] 코로나가 앞당긴 에너지시장 지형변화

입력 2020-06-22 07:00 | 신문게재 2020-06-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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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지난 수 백년간 인류의 산업을 이끌어온 화석연료의 대표주자 석탄. 인류는 석탄을 태워 산업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후 기후위기에 봉착하면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많은 석탄 발전을 줄이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석탄을 완전히 포기하지 못하는 사정도 있었다. 특히 신흥국에서 그랬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며 에너지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코로나19는 석탄 시대의 종말을 더욱 재촉하고, 깨끗하고 고갈될 염려가 없으며 무공해인 재생에너지 사용을 재촉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인류의 에너지를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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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현지시간) 독일의 한 석탄화력발전소 (EPA=연합)

 

◇ 기후변화에 환영받지 못하는 석탄, 코로나19로 풍전등화 신세

석탄은 오랜 기간 에너지원의 주역이었다. 영국이 석탄산업을 중심으로 산업발전을 촉진시키면서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고, 석탄은 증기를 데워 J.와트가 발명한 증기기관을 움직였다.

하지만 CO2 배출량이 많은 석탄은 심각성이 대두된 기후위기와 함께 인류가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석탄산업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을 불러왔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의 국제연구팀은 약 2억 5200만년 전 석탄의 광범위한 연소가 가져온 지구온난화로 생태계가 멸종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으니 지구온난화 관점에서 보면 석탄은 환영받지 못하는 에너지원임이 분명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석탄발전 의존도를 줄여 결국 발전소를 폐쇄하거나, 신흥국의 석탄발전소 신설을 억제해야 한다. 그러나 탈(脫) 석탄 정책을 추진하는 한국은 2019년 기준 석탄 발전 비중이 40.4%(한국전력통계)다. 세계 각국에서도 여전히 석탄 발전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왜일까.

에너지 전문가들에 따르면 석탄을 버릴 수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다른 에너지원이 지정학적인 변동성에 영향을 받을 때 에너지안보를 보장해주는 측면에서 석탄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석탄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의 하나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예로 들자면, 카타르의 LNG 수송 경로는 페르시아만에 있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중동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유럽은 LNG 공급을 러시아에서 오는 파이프라인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나 중동 정세가 불안정할 때 상대적으로 비축이 용이한 석탄은 에너지원의 부족분을 메워줄 수 있는 중요 수단이 된다.

석탄산업이 고용이나 정부에 재정적으로 기여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미국 전체 석탄 매장량의 15%를 차지하는 웨스트버지니아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석탄을 정치적으로도 배제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38년까지 탈 석탄화를 추진하는 독일은 석탄발전소 폐쇄로 경제적 피해를 보는 지역에 400억 유로(51조50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고용유지 등 경제적 측면에서나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나 석탄발전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 같다. 하지만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석탄발전을 줄이고자 하는 니즈는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새롭게 석탄의 지위를 위협하는 요인이 등장했으니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글로벌 에너지 리뷰 2020’ 보고서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동제한, 봉쇄조치 등이 시행되면서 전기 사용량이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세계 석탄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8% 가량 줄었다. 여기에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었다.

먼저 석탄 기반 경제인 중국 경제가 1분기에 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스와 재생에너지의 지속적인 성장도 석탄의 입지를 위협했다. 온화한 날씨 역시 석탄 사용량을 줄이는데 거들었다.

올해 전체 세계 석탄 수요는 8%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폭 감소다. 사실상 전세계 모든 지역, 모든 분야에서 석탄 사용 감소가 예상된다.

중국은 전세계 석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소비한다. 이 석탄 최대 소비국의 경제가 코로나19에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특히 1월과 2월에 산업생산이 가파르게 하락했는데 자동차 생산의 경우 약 50%, 시멘트 생산은 30% 줄었다. 이는 중국에서 에너지원 비중 60%를 차지하는 석탄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올해 1분기 중국의 석탄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8% 줄었다. 석탄발전은 9% 가량 감소했다. 중국은 지난 2월 봉쇄조치를 완화해 경제가 점진적인 회복을 향하고 있지만 올해 전체 석탄 수요는 5%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탄발전은 비용변동성이 적은 수력이나 풍력, 태양열, 원자력 등 타 에너지원 때문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2위 석탄 소비국 인도에서도 코로나19로 전기 수요가 감소하자 석탄보다 태양열 에너지에 우선순위를 두게 됐다. 덕분에 40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탄소배출량이 감소하며 공기질이 좋아졌다고 한다. 경제성장률과 전기생산이 현저히 둔화되고 있는 인도의 올해 석탄 수요는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석탄 발전이 줄어들면서 석탄 사용량은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천연가스 생산이 풍부해 가스 가격이 낮아졌고, 재생에너지 발전도 늘었다. 여기에다 봉쇄조치로 전기 사용량이 줄면서 석탄 사용을 더욱 줄이게 됐다. 1분기에 석탄 사용량은 30% 줄었다.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석탄회사를 위한 연방정부 긴급구제 자금과 트럼프 행정부의 우호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올해 13곳의 석탄발전소가 폐쇄될 예정이다. 미국의 올해 석탄 수요는 25%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영국은 이달 10일부터 두 달 동안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로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로 했다. 불과 10년 전 만해도 영국의 전기 생산은 석탄발전의 비중이 40%를 차지했었다.

한국(5%↓). 일본(10%↓) 등 세계 각국에서도 올해 석탄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석탄산업 전망에 불확실성을 제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석탄 사용의 대부분이 전력 생산에 집중돼 있고, 이는 전기 수요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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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내려다본 태양열 전지판 (게티이미지뱅크)

 

◇ 재생에너지 ‘라이즈 업’, 관건은 신흥국

사실 석탄이 에너지원의 왕으로 군림하기 전 인류의 에너지는 재생에너지였다. 전통적인 재생에너지 ‘나무’가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인류에게 난방과 따뜻한 음식을 제공해준 덕분에 인류 역사는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

20세기 들어서 석탄과 석유 등이 에너지시장을 재패했고, 재생에너지는 수력발전 이외에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20세기 말이 되자 기후변화와 에너지자원 고갈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양한 재생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코로나 사태는 경제활동을 둔화시켰고 에너지 수요를 줄였다. 감염이 확산되면서 일부 국가에선 석탄을 캐는 탄광이 폐쇄되기도 했다. 반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조치에 가장 회복력 있는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가 떠오르게 됐다. 화력이나 원자력발전소는 운전에 많은 인력이 참여해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이 큰 반면, 태양열발전이나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한번 설치하면 일손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기술혁신으로 재생에너지의 비용경쟁력이 크게 향상된 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데 영향을 주었다. IE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계 재생에너지 사용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3% 가량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세계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1% 가량 증가할 것으로 IEA는 추산한다. 코로나발 위기로부터 회복이 더디더라도 코로나19 위기에 가장 내성 있는 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는 여전히 사용량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IEA는 “재생에너지는 운전비용이 저렴하고, 코로나 확산의 영향으로부터 가장 회복력 있는 에너지원”이라고 평가했다.

선진국으로 한정한다면 석탄 등 화석연료의 소비는 확실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은 인구 증가가 한계점에 도달해 있다. 에너지효율 개선이 지속되면 에너지 소비량 자체가 줄어들 것이고, 재생에너지 이용이 늘어나면서 탈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에서 이탈하게 될 수 있다.

문제는 신흥국이라는 지적이다. 화석연료 소비 증가 추세가 중국, 인도 등 신흥국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는 자국 산업보호와 에너지안보 문제로 석탄화력발전의 추진 속도를 늦추는 일은 있어도 석탄발전 자체를 포기하는 움직임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데 중국 등에서도 올해 1분기에 석탄 소비가 크게 줄었다는 것은 결국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석탄발전소를 문 닫게 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진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석탄산업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다시는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위기가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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