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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최초의 질문> 이정동

입력 2022-06-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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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을 ‘선진국’으로 공인했다. 하지만 저자는 기술적인 부분에선 아직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자부하기에 미흡하다고 말한다. 상당 기간 ‘빠른 추적자’에 치중한 탓에 독창적 개념설계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도전적 시행착오’만이 기술선진국으로 올라갈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끊임없는 ‘최초의 질문’으로 산업의 룰을 개편하고 ‘의미 있는 축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진정한 기술선진국으로 거듭나려면 도전적인 최초의 질문, 기술 혁신, 그리고 이를 실현해 갈 적극적인 스케일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치열한 ‘추적’의 역사 - ‘돼지털’을 수출하다 ‘디지털’ 수출국이 될 정도로 놀랍고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를 보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1983년 삼성이 반도체산업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일본 미쓰비시연구소는 ‘삼성이 안되는 이유 다섯 가지’를 들며 무시했지만, 치열한 기술학습을 통한 비상식적인 도전에 우리는 성공했다. 연관 산업에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역량을 극대화한 것이 한국형 발전모델이었다. 저자는 “외국인직접투자라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직접 자본을 빌려 공장을 짓고 설비를 구해 생산하는 힘겨운 ‘계단오르기’ 끝에 스스로 기술을 배우고 축적한 덕분이었다”고 평가한다.

* 이젠 ‘기술선진국’ 꿈꿔야 - 2021년 10월 21일에 쏘아 올린 ‘누리호’는 우리 자체 기술개발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액체로켓 기술을 통해 1톤 이상의 실용급 위성을 궤도에 올린 ‘사건’이었다. 로켓 발사란 극저온(섭씨 영하 183도)과 초고온(섭씨 3300도) 사이에서 37만개 부품이 수십분의 1초 오차도 없이 정상작동한다는 뜻이다. 이로써 우리는 자동차와 반도체, 해양 플랜트와 전투기에 발사체까지 만드는 나라가 되었다. 아직 국제 학술지에 싣는 논문 수가 세계 12위, 피인용 수는 34위에 그치지만 저자는 우리가 이제 ‘다른 경계’를 마주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 산업계는 선진국의 로드맵을 더 빨리 더 낫게 달성하는데 탁월했지만, 이젠 스스로 게임의 룰을 제시하며 새로운 기술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술선진국이 되려면 모방이 아니라 창조, 추격이 아닌 개척을 통해 ‘화이트 스페이스’에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도 이젠 시작부터 실리콘밸리 기업과 같은 눈높이가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 혁신의 핵심 ‘최초의 질문과 스케일업’ - 저자는 지금의 인텔을 있게 만든 것은 ‘비지컴’이라는 일본 중견기업의 코지마 요시오 대표라고 말한다. 그는 1969년 인텔의 창업자 중 한 명인 로버트 노이스에게 “저장과 연산, 제어를 같이 수행할 수 있는 칩을 만들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인텔은 2년의 시행착오 끝에 1971년 겨우 시제품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해 11월 역사상 최초의 범용 CPU인 인텔 4004가 출시됐고, 1981년에는 마침내 IBM의 첫 개인용 컴퓨터인 5150 모델에 채택되면서 인텔 제국의 시대를 열게 된다. 최초의 도전적 질문에 그 가치를 알아보고 스케일업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 낸 것이다. “모하비 사막을 자율주행차가 달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자율주행차가 탄생했고, “청바위 위에서도 움직이는 마우스를 만들 순 없을까”라는 잡스의 질문에서 첫 마우스가 탄생했듯이 말이다.

* 최초의 질문, 자격과 종류 - 학계의 이단아 취급을 맞던 크레이그 벤터가 “생물을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던진 질문에서 ‘합성생물학’이 탄생했다. 합성생물학은 이제 바이오에너지, 백신, 생물 치료제 등 거대 분야가 되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컴퓨터 능력 향상 덕에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 백신 mRNA 역시 그 도움을 받았다. 영국 기업인 제임스 다이슨은 수요자 관점에서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생각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센터를 낮은 온도 바다속에서 유지하면 엄청난 전기가 절약되지 않을까 라는 질문으로 해저 데이터센터의 문을 열었다. 저자는 “시장에서 제기된 최초의 질문에 새로운 과학기술적 해법이 나오고, 이것이 과학기술 관점에서 새로운 최초의 질문이 되면서 또 다른 수요처를 찾는 노력이 전개된다”고 말한다. 이런 ‘공진화’ 과정이 원활히 진행되는 기업이 세계적 기술챔피언 기업이고, 이런 기업이 가득한 나라가 기술선진국이라고 정의한다.

* 기술의 미래를 결정하는 인간의 질문 - 많은 일을 로봇이 대신하고 인간은 유유자적 여가를 즐기리라는 유토피아같은 기술미래 전망이 많다. 기술발전의 가속화가 거대한 밀물같은 ‘자연궤적(natural trajectory)’의 상태에서 극단적인 ‘테크늄(techniume)‘의 상태까지 되면 기술 역시 스스로 진화하는 단계가 된다. 저자는 그러나 “세상에 필연적 기술이란 없다”고 말한다. 인간의 희망과 기술의 발전이 교차한 지점에서 형성된 ‘결과에 대한 사후관찰’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인간이 스스로 뭘 바라는 지 독창적인 최초의 질문을 던지며 기술발전을 능동적으로 이끌어 갈 것을 강조한다. 인간과 기술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하는 ‘공진화’다. 그는 우리가 호모사피엔스로서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기술의 시대에 인간이 소멸되지 않으려면, 현재의 우리와 미래에 되고 싶은 우리 사이를 메우려는 도전적 최초의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갈라파고스 증후군에 빠지지 말고 외부 시각에 열려 있는 개방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 스페이스X와 장르의 탄생 - “1단 로켓을 다시 쓰면 어떨까?” 우주로 날아오르는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방법이었음에도 누구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2002년 당시 31세였던 일런 머스크는 스스로 해답을 찾아 나섰다. 마침내 2015년 12월 1단 로켓이 성공적으로 착륙하는 장관이 연출되었고, 스페이스X는 오늘날 상업용 로켓 발사 시장에서 점유율 60%의 절대 강자다. 머스크는 스몰베팅을 하면서 단계별로 목표 수준을 조금씩 그러나 빠르게 높여갔다. 이렇게 작은 경험들을 축적해 간 것이 혁신의 성공요인이었다. 실패도 모아놓으면 이렇게 힙할 수 있다는 사실에 미래의 혁신가들은 열광했다. 정부와 NASA도 혁신 노력을 적극 도왔다. 기술혁신의 위험부담을 국가가 같이 져 주었다. 이에 머스크는 스케일업 중에 “위상을 싸게 올릴 수 있다면, 지구 궤도 상에 수많은 위성을 뿌려서 오지까지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졌고, 이를 바탕으로 ‘스타링크’ 사업을 일궈 2000기가 넘는 ‘위성 인터넷’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 장르를 여는 기업가 - ‘천재 창업가에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어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는 서사는 대표적인 착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재기발랄한 20대라야 혁신적인 벤처기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성공 사례가 일으킨 일반화의 오류라는 것이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창업한 미국 벤처 270만 곳의 설립 당시 창업자 평균 나이는 42세였다. 그 가운데 상위 0.1%급 고성장 기업의 창업 당시 나이는 평균 45세였다. 2021년 산업연구원이 스핀오프 창업 기업들을 조사해 보니 창업을 마음먹은 나이는 40세, 실제 창업 당시 나이는 43세였다고 한다. 어윈 제이콥스는 52세에 ‘퀄컴’을 세워 통신업계의 룰을 바꾸었고, 아리아나 허핑턴도 55세에 ‘허핑턴포스트’라는 새로운 저널리즘을 만들었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과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도 45세에 새로 사업을 시작했다.

* ‘나이’ 보다 ‘준비 과정’이 더 중요 - 저자는 ‘늦깎이 창업’이라는 특정 시점보다는 창업하기 까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긴 시간동안 같은 일을 반복한 것이 아니라 조금씩 다르게,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을 끊임없이 고민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축적된 전문성이 있었기에 창업을 결심했을 때 최초의 질문이 수준이 높았던 것이고, 시험 사업 단계에서 내놓은 해법도 수준이 높았다는 얘기다. 피터 드러커도 전 세계 내노라 하는 기업가들도 대부분 일반인보다 더 위험회피적이며, 그래서 더 열심히 탐색하고 준비하더라고 전했다. 준비된 자가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혁신적 기술과 상품은 예외 없이 조금 황당하고 불확실한 최초의 질문에서 출발하며, 어떻게든 전과 다른 방식으로 해 보자는 마음으로 혁신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 기술혁신의 네 가지 원리 - 저자는 첫째, 도전적인 ‘최초의 질문’을 꼽는다. 둘째는 작은 것에서부터 비전을 빠르게 높이는 ‘스몰 베팅’이다. 셋째는 외부의 지식과 시각을 도입하는 ‘오픈 네트워킹’, 넷째는 시행착오의 경험을 쌓아가는 ‘축적 시스템’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매 단계의 ‘철저한 실행’이다. 저자는 도전적인 최초의 질문은 리더가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혁신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이런 역량이라고 말한다. 자신도 답을 모르지만 최초의 도전적 질문을 던지고 여러 번 시험해 볼 수 있도록 스몰 베팅을 지원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번에 배운 것을 바탕으로 다음 시도를 빨리 할 수 있도록 지휘하는 사람이 리더라고 강조한다.

* 평생 질문하는 사람을 키우는 사회 - 저자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새로운 일자리를 가져다 주겠지만, 새 기술이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되려면 모든 사람이 새로운 기회에 접근해 독창적인 최초의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독일이 ‘산업 4.0’을 추진하면서 제조업에 인공지능과 지능형 로봇을 도입하는 등 산업의 룰을 바꾸는 변화를 선도하는 한편으로 노조와 협력해 미래 안정적 일자리를 위한 평생학습 강화에 나선 것을 예로 든다. 프랑스 교육기관 ‘에콜42’ 모델을 도입해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을 교육하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서울캠퍼스도 소개한다. 학위나 전통적인 진도 맞추기 교수도 없이 수강생 250명을 뽑는데 1만 110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그만큼 제도권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학습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저자는 “이제 교육보다 학습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말한다.

* ‘규제 철폐’보다는 ‘규제 업데이트’ - 고도의 역량을 갖춘 인증기관의 수가 곧 그 나라의 기술 수준이다. 스위스 인증회사인 SGS의 2021년 매출은 8조 원이 넘는다. 그래서 저자는 아직 우리가 기술선진국이라고 자신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신기술 규제와 관련해선 지금까지 보지 못한 기술이라면 제한된 조건으로 적용할 규제를 만든 다음, 경험을 쌓으면서 규제를 조금씩 그리고 빠르게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규제 철폐’보다는 ‘규제 업데이트’가 제대로 된 표현이라고 말한다. 선진국 역시 신기술 규제가 있지만, 기존 규제를 준용하거나 제한된 조건을 주며 일단 허용한 뒤 사례를 쌓아가며 규제를 다듬는다고 말한다. 시행착오를 쌓으면서 규제를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최근 ‘규제 샌드박스’가 자주 거론되는데, 이런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규제 업데이트 기관의 우수한 역량이 필수라고 말한다.

* ‘기술주권 확보’ 총력전 - 기술 주권을 가지려면 핵심 전략기술과 제조역량이 있어야 한다. 우리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에 전 세계가 협력의 손길을 내미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기술주권에 가속 페달을 밟는 가운데, 2021년 6월 중국도 ‘세계 공급망 보고서’를 공개했다. 6G와 양자컴퓨팅 등 자국 핵심기술 보호에 나서는 등 세계 기술패권 지도를 새로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2021년 10월 일본 기시다 새 내각도 4대 중점 정책 중 하나로 ‘경제안보’를 제시했다. 장관급 경제안보상을 새로 두고 미래전략기술에 1000억엔(약 1조원)을 지원하고, 대학 전략기술 기초연구 등에 10조엔(약 102조원)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생산시설 유치도 발표했다. 저자는 “이제 ‘메이드 인 더 월드’의 시대”라며 ‘상호적 기술주권’을 통해 글로벌 협업이 불가피한 시대가 되었다고 말한다.

* 국제표준을 장악하라 - 기술선도국은 표준 특허를 기반으로 로열티를 거둬 들이고,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며 게임의 규칙을 바꾼다. 최근 중국의 성과가 남다르다.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발휘하려 하고, 중국몽을 통해 세계적 표준을 선도하려 한다. 항공기 의약 인공지능 양자통신 클라우드 등 미래 첨단 분야의 질서를 주도하겠다며 ‘중국 표준 2035 계획’도 준비 중이다. 국제표준을 관장하는 3대 기구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표준화기구(ISO) 수장이 모두 중국인이다. 한국은 핵심적인 표준특허의 25.4%를 차지하는 등 5G 표준을 선도하고 있다. 3대 표준기구에서 인정하는 표준특허 숫자로도 어느덧 세계 5위다. 2021년 3월에는 6G 기술의 최초 밑그림을 그리는 비전 워킹 그룹 위원장으로 우리 기업 전문가가 선출됐다. 저자는 “여세를 몰아 ‘테스트베드 코리아’를 목표로 우리 산업 곳곳에서 많은 실험이 이뤄지도록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규제혁신과 외교적 리더십도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 미래를 위해 질문하는 국가 - 정부 구매는 기술혁신과 신산업 창출의 씨앗 역할을 한다. 중국 정부의 공공부문 구매정책은 풍력 등 청정에너지 기술 발전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기술 선진국은 정부가 국가적 문제에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국내에서 불가사리 뼈를 활용해 친환경 제설제를 만든 벤처기업이 성공한 것도 혁신 제품을 정부 구매로 이어주는 정책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연구개발자금과 고용 보조금 지원 이상으로, 물건을 사 주는 것만큼 긴요한 지원이 없다. 저자는 “이제 우리도 기술혁신을 위해 정부와 기업의 협력 방식을 선진국형으로 바뀔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문제 제시 능력을 높이고 공공의 문제를 보다 혁신적인 방법으로 찾아보겠다는 기업가적 발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수준 높은 질문을 키우는 제조역량 - 선진국형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산업도 서비스를 적용할 제조업이 없이는 존재하지 못한다. 지난 10년 이상 미국 산업의 최대 고민은 제조 현장이 사라지면서 혁신 역량도 따라 없어지는 ‘이중 공동화’ 현상이었다.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가 2018년 7나노공정 건설을 포기한 탓에 미국 반도체 디자인 설계 역량이 떨어졌다. 그래서 제조 기반을 ‘국가의 혁신 공유재’라고 한다. 1791년 ‘미국 제조업에 관한 보고서’가 의회에 제출된 이래로, 미국은 ‘강한 제조업이 안보의 초석’이라는 믿음이 굳건하다. 최근 미중 기술패권 경쟁도 미국의 제조역량 손실 우려에서 출발했다. 미국 산업계와 여야 정치권이 합심해 이런 전략을 뒷받침할 후속 법안을 잇달아 만들고 있다는 점을 우리도 주목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 적극 보강해야 할 ‘인내자본’ - 혁신이 가져올 미래 수익의 가능성을 믿고 투자된 자본을 ‘인내자본’이라고 한다. 참을성 있는 인내자본이 없으면 기술혁신도 없다. 가장 확실한 인내자본은 기업이 번 돈이지만 최근 영미식 주주자본주의가 득세하면서 자사주 매입과 배당이 늘며 장기적 투자여력이 쪼그라들었다. 은행 수익의 80% 이상을 안전한 이자수익에 의존하는 금융관행 아래서 적극적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인내자본을 기대할 수도 없다. 결국 국가가 인내자본 확보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중국이 대표적인 예다. 저자는 우리도 인내자본이 커지도록 금융환경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기보유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혁신기업에 더 많은 인내자본이 가도록 제도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말한다. 은행 평가 기준을 은행의 인내자본 제공 규모와 연계할 것을 권고한다. 정부 정책자금도 더 도전적인 프로젝트에 투자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 ‘좀비기업’과 ‘씨앗기업’ 가리기 - 2020년 기준으로 국내 한계기업은 전체의 15~20%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다. 우리는 재무제표 수치로 한계기업이란 딱지를 붙이고 무차별적으로 퇴출시키는 매우 위험한 양태를 거듭해 왔다. 저자는 한계기업에도 씨앗기업 ‘옥(玉)’과 좀비기업 ‘돌(石)’이 섞여 있다고 비유한다. 선제적 구조조정 대상은 구조적 경쟁력이 떨어지는 좀비기업이다. 금융권은 산업과 기술의 전문적 역량을 가진 획기적이고 조직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한계기업 지원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도 좀비와 씨앗기업을 식별할 역량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아울러 좀비기업은 구조조정을 하되 사람은 살려야 한다. 핀란드의 노키아가 망하고 나서 벤처 생태계가 오히려 더 활성화된 것도, 실업자 지원과 교육 훈련, 창업 지원 등 사람에 대한 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 ‘성장의 문화’라는 DNA - 저자는 미래를 지향하는 기업가 정신, 자본의 축적과 재투자를 진작하는 기업 제도, 혁신 활동을 뒷받침하는 금융시장, 산업 생태계의 창조적 파괴를 촉진하는 시장 경쟁제도, 지식활동을 장려하는 특허제도, 사회적으로 지식을 축적하고 전수하는 인재육성 시스템, 다양한 아이디어의 원천을 접하도록 자극하는 개방적 무역체제 등 이른바 ‘성장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기술선진국이 되려면 평생 언제든 시험할 수 있는 교육과 학습 기회가 풍부하고, 자기 역량을 스케일업할 수 있게 국가 공유지식과 경험 인프라가 든든하고, 과학자와 사업가로서 무모해 보이는 꿈도 두려움 없이 얘기할 수 있고, 실패했어도 다시 재도전 기회가 주어지는, 그래서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꿈과 야망을 품고 시험하며 도전하는 분위기가 충만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젊은 인재들이 기술혁신에 너도나도 뛰어들 수 있도록 도전적인 최초의 질문을 던질 기회를 제공하고 시행착오를 보듬어 주는 사회적 환경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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