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광한(사진제공=럭키제인타이틀) |
“이제 60% 정도 이룬 것 같아요. 대만에서는 60% 정도면 낙제는 아닌 합격점, 봐줄만한 정도거든요.”
대만 드라마 ‘상견니’(想見你, 네가 보고 싶어)의 배우 허광한(許光漢)은 한국에서의 첫 팬미팅 ‘Present in Seoul’(9월 3, 4일 세종대학교 대양홀)을 앞두고 한국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꿈꾸던 모습에 얼마나 가까워졌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어 “100%는 어떤 모습이냐”는 질문에는 “상상이 안된다”고 털어놓았다.
허광한(사진제공=럭키제인타이틀) |
“100%를 달성한 모습은 상상조차 안돼요. 우선 한국 작품을 하나 해본 다음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는 기회와 작품에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요.”
29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허광한은 가가연(柯佳嬿), 시백우(施柏宇) 등과 호흡을 맞춘 타임워프 로맨스 드라마 ‘상견니’로 ‘상친자’(상견니에 미친 사람)를 양산시킨 주역답지 않게 겸손한 모습이었다.
그가 입국하는 것을 보기 위해 공항에 적지 않은 팬들이 운집했고 팬미팅이 5분 만에 매진되는 사건(?)에도 그는 “사실 지금도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며 웃었다.
“공항에도 한명도 없을 거라는 생각에 백팩 하나 둘러메고 조용히 나와서 사라지면 되겠다 싶었는데…. 마음의 준비도 못하고 있다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습니다. (팬미팅 티켓도) 그렇게 빨리 매진될 거라고 생각 못했어요. 5분만에 매진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충격을 받았죠. 혼자 생각에 2주에서 한달은 걸리지 않을까 예상했었거든요.”
‘상견니’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달라진 점에 대해 허광한은 “드라마를 통해 저 자체가 많이 성장한 것 같다”며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시다 보니 제 자신을 좀 더 잘 인식하고 돌아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제가 필요한 방향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떤 것인지 드라마(‘상견니’) 방영 전보다 더 많이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한국, 한국 배우와 감독, 한국 작품
허광한(사진제공=럭키제인타이틀) |
허광한(사진제공=럭키제인타이틀) |
“지금 대만은 굉장히 더운데 한국은 편하게 햇볕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아요. 원래 햇볕을 쬐면서 광합성하는 걸 좋아하는데 땀이 많은 편이어서 너무 더우면 곤란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한국 날씨는 거리를 걸으면서 기분 좋게 햇볕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두 번째 한국 방문 소감을 밝힌 허광한은 “두 누나가 한국을 굉장히 좋아해서 한국엘 자주 왔었다. 저 역시 한국에 처음 왔던 게 한 6~7년 전이었는데 치킨이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며 “최근에는 제가 치킨을 먹지 않고 있어서 이번에는 먹을 수 없어 정말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한국 영화 ‘너의 결혼식’을 리메이크한 ‘여름날 우리’(你的婚禮)에도 출연했던 허광한은 “한국 영화 보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며 “미술 뿐 아니라 촬영, 감독, 스타 배우들까지 모든 면에서 탁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최근에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재밌게 봤어요. 흔한 우리 주변 인물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작품이었거든요. 이야기를 펼쳐가는 스토리텔링 방법이라든가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 방식 모두가 굉장히 좋은 작품이었죠. 이 작품의 스토리 자체가 가진 생명력과 힘이 굉장히 컸고 무엇보다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고 저도 제주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최근 한국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재밌게 봤다는 허광한은 “예전에 한국 콘텐츠를 접했을 때도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오징어게임’ 같은 작품들을 통해 대중성과 작품성에서 전세계적으로 선두적인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허광한(사진제공=럭키제인타이틀) |
허광한(사진제공=럭키제인타이틀) |
“바람이 있다면 한국 버전의 ‘상견니’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허광한의 추천곡 ‘수플레’와 영화 ‘아호, 나의 아들’
그는 2020년 ‘별재상견아’(別再想見我, 다시는 나를 보려고 하지 마)라는 싱글, 그에 이어 2021년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로 내건 정규앨범 ‘허광한’(Greg Han)을 발매하면서 가수로도 데뷔했다.
이에 대해 허광한은 “가수가 된 것도 좋지만 음악을 통해 저 자신을 소개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쁜 기회였다” 표현하며 추천곡으로 정규 앨범 수록곡인 ‘수플레’(Souffle, 舒服累)를 꼽았다. ‘수플레’의 중국어 표현인 ‘舒服’이 의미하는 것처럼 ‘편안함과 안락함’을 선사하는 곡이다.
“굉장히 편안한 상태로 들을 수 있는 노래예요. 소파에 앉아서 맥주 한잔, 한국이라면 소주 한잔 마시면서 들을 수 있는 노래 같아요. 현대사회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량이 굉장히 많죠. 한 사람이 습득하게 되는 정보량이 좀 과하게 많을 때가 있는데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씩 그렇게 밀려드는 정보들과 거리를 좀 두고 뇌를 쉬게 하고 싶을 때, 자신의 내면과 대화할 수 있게 하는 노래라는 생각이 들어요.”
더불어 ‘상견니’ 외에 추천할 만한 작품으로는 영화 ‘아호, 나의 아들’(陽光普照)을 언급했다. 2019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됐던 가족극이다.
“현대 가족에 대한 이야기죠. 스토리의 힘도 굉장히 크지만 이 영화를 통해 타이페이라는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도 만날 수 있거든요.”
◇‘청춘 아저씨’의 다음 행보는 블랙코미디의 경찰
허광한(사진제공=럭키제인타이틀) |
“이제는 ‘청춘’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나이인데…아저씨? 특별히 듣고 싶은 호칭은 없어요. 그냥 여러분들이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청춘 아저씨?”
한국어로 또박또박 “청춘 아저씨”라고 스스로를 칭한 허광한은 ‘상견니’를 비롯해 ‘여름날 우리’, ‘해길랍’(海吉拉) 등 풋풋한 로맨스 물에 주로 출연해 왔다.
“평소에는 블랙코미디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블랙코미디 중에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들을 좋아하죠. 더불어 실화를 배경으로 한 스토리도 좋아해요. 기회가 된다면 그런 작품에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 최근에는 의료 환경 등에 대한 의사들 이야기나 법정물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과거와 미래를 반복적으로 타임워프하는 첫사랑, 특별한 성(性)을 지닌 연인과의 힘겨운 사랑, 결국은 놓쳐버렸음에도 충만한 첫사랑 등의 눈물겨운 순정남을 주로 연기한 허광한의 후속작은 블랙코미디다.
“내년에 개봉할 작품인데요 블랙코미디 물이고 저는 경찰로 출연합니다. 이미 촬영은 끝난 상태고 그간 제가 했던 역할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러분들 마음에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