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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30여년 가위손 외길… "고객 덕분에 명장됐죠"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더 클래식 바버샵’ 김경춘 대표
대한민국명장 이용 부문서 7년 만의 성과
“이발사는 내 천직, 30년 넘어도 늘 설레고 새로워”

입력 2023-06-26 07:00 | 신문게재 2023-06-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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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춘 더 클래식 바버샵 대표(사진=이철준 PD)
김경춘 더 클래식 바버샵 대표(사진=이철준 PD)

 

이용사(理容師)란 고객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면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이발사라고도 불리며 영어로는 바버(Barber)다. 최근 20~30대의 젊은 남성층에 익숙한 ‘바버샵’도 이발소다. 남성 전용 이발소인 바버샵의 특징은 전통적인 이발소와 달리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바탕으로 일대일 맞춤형 이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지만 커트 시간만 30분에서 1시간을 소요, 섬세한 가위질을 거쳐 정갈하고 깔끔한 헤어스타일을 만들어 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는 점도 그루밍족(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신조어)이 바버샵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김경춘 더 클래식 바버샵 대표, 이용 부문 전국 11번째 ‘대한민국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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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춘 더 클래식 바버샵 대표(사진=이철준 PD)

 

지난해 9월 ‘대한민국명장’으로 선정된 김경춘 대표도 바버샵을 운영하고 있다. 김경춘 대표는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강남에서 ‘더 클래식 바버샵’을 운영 중이다. 대한민국명장은 37개 분야 97개 직종 산업현장에 15년 이상 종사하며 숙련기술 발전과 기술자의 지위 향상에 공헌한 숙련기술자를 기리는 제도다. 숙련기술 장려법 제 11조 규정에 의해 대통령 명의로 선정된 사람을 말한다. 한해 97개 직종에서 총 20명 안팎의 인원이 선정되는 가운데 김경춘 대표의 명장 선정 소식은 이용 부문에서는 7년 만의 성과다. 현재 전국에서 이용 부문 명장은 김 대표를 포함해 11명이다.

30여 년을 ‘가위손’으로 살아온 김 대표는 슬럼프도 한번 온 적 없는 진짜 ‘바버(Barber)’다. “이발하는 자체가 행복하고 만족하는 고객의 얼굴을 볼 때마다 항상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설렘을 느낀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열정과 자부심이 엿보였다.

김 대표가 이용업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초등학생 때부터다. 어머니의 흰머리를 염색하면서 재미를 붙이게 됐고 고등학교 입학 전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 이용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지원했다.

1989년 고등학교 진학 이후 김 대표는 1992년 인천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땄고, 수차례의 노력 끝에 1996년 전국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이후 2006년 이용 분야 최고 수준의 숙련기능자에게 주어지는 공인 자격증인 ‘대한민국 이용장’을 취득했고 후학 양성에도 힘써왔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2017년에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임명하는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로 선정됐다. 이용 부문에서는 최초 선정 사례다. 산업현장교수는 대한민국명장, 기능경기대회입상자, 기술사, 기능장, 우수 기술 기능을 보유한 현장 경력자(15년 이상) 중에서 발탁한다. 김 대표는 현재까지도 산업현장교수로 활동하며 전국 각지의 바버샵과 고등학교를 방문해 틈틈이 강의를 펼치고 있다.

이용사가 ‘천직’이라는 그는 지난해 명장으로 선정된 당시를 떠올리며 “일하다 소식을 들었는데 거짓말인 줄 알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인력공단에 전화해 몇 번이고 확인도 해봤고, 일주일 넘게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꿈 같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8년의 도전 끝에 얻은 값진 성취였다.

김 대표가 오랜 시간 명장에 도전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건 나중에 그만두더라도 후회가 없도록 지금 일하는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최고의 작품을 완성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며 “국제기능올림픽 문제 출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발과 봉사활동, 후배 양성 등에 골고루 힘쓰다 보니 명장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사업 실패 경험이 준 교훈…서러움 털어내고 바버샵에 집중

 

바버샵명장
김경춘 대한민국명장(사진=이철준 PD)

 

명장이 된 김 대표에게도 어려운 시기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김 대표가 꼽은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사업 실패를 마주했을 때였다. 그는 “과거에 바버샵을 경영하면서 승승장구할 때 탈모샵을 함께 경영한 적도 있었고, 호텔에 미용실을 두 군데나 운영하기도 했지만 전략 부족, 직원 관리 어려움 등으로 정리하게 됐다”고 했다. 실패의 서러움이 컸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현재의 더 클래식 바버샵 운영에 집중하다 보니 역경을 이겨낼 수 있었다.

후학 양성에 남다른 열정이 있는 김 대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바버샵을 운영하는 후배들에게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보다 바버샵을 체인화하는 게 더 현명한 판단”이라고 조언했다.

앞으로의 인생 목표에 대한 질문에도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김 대표는 “현재 사단법인 한국이용사회 중앙회 기술 강사로서 협회 선배들과 바버샵을 운영하는 후배와 활발히 교류해 기술 혁신에 도움이 되는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피력했다. 또 “더 클래식 바버샵에서 함께 일하는 친구를 더 배출하고 대한민국 이용 명장으로서 후학 양성에 열정적으로 매진해 한국 바버샵이 세계에서 으뜸가는 샵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치지 않는 이발 열정 비결은 ‘고객’

 

김경춘 더 클래식 바버샵 대표(사진=이철준 PD)
김경춘 더 클래식 바버샵 대표(사진=이철준 PD)

 

김 대표가 꼽은 이용 기술의 매력 중 하나는 ‘싱글링’이다. 싱글링이란 빗과 가위를 이용해 헤어의 하단, 중단부를 커트하는 기술이다. 김 대표는 “1만 번 이상 가위질을 하다 보면 짧은 머리든 긴 머리든 정갈한 헤어스타일이 연출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바버샵을 택한 것도 싱글링의 매력을 고객에게 알릴 수 있어서다. 김 대표는 정교한 싱글링 덕분에 머리카락이 자라도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이 유지된다는 고객들의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바버샵이 커트 외에도 헤어컬러, 염색, 두피관리, 아이론펌, 로드펌, 면도, 맞춤가발, SMP 문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 대표가 지치지 않고 꾸준히 일하게 되는 원동력은 고객이다. 머리를 스타일링할 때마다 밝아지는 고객들의 표정을 볼 때 김 대표는 이발사의 길을 걸어온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김 대표는 “바버샵을 오래 하다 보니 단골손님이 하나둘 늘어가는 게 결국 성공이라는 걸 느낀다. 200명이 넘는 단골손님이 소중할 따름”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단골과 친밀감을 쌓으며 인생의 중대한 결정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 한 단골과의 일화를 소개한 그는 “어느 날 파격적인 급여조건에 안정적으로 일할 기회를 제안받았는데 지방으로 내려가야 했다”며 “흔들리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단골손님이 꿈을 더 크게 가지라며 말렸다”고 언급했다. 고객의 직언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안정적인 일자리 대신 서울에서 계속 바버샵을 운영하던 그는 도전을 택했고 결국 대한민국명장으로 거듭났다. 단골이 은인이 된 셈이다.

김 대표는 또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길 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발사가 된 이후 단 한 번도 직업을 바꾸는 일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그는 “이발은 내 삶이자 행복 그 자체”라며 “내 도움이 필요한 후배들에게도 최선을 다해 지식을 전수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명장이란…

숙련기술 장려법 제11조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한 직종별 15년 이상 종사하고, 해당 산업현장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술자 중에서 선정한다. 매년 대한민국 명장 심사위원회의 심사에 따라 약 30명 내외의 명장이 탄생한다. 명장에게는 증서, 휘장, 명패와 함께 일시 장려금이 수여되며 선정된 직종에서 계속 종사할 경우 직종 종사 장려금이 매년 지급된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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