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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코멘트] ‘상실의 서른 여섯 달’ 댄 리 “죽음의 상여와 탄생을 알리는 금줄이 공존하는!”

입력 2024-02-1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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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리
한국 첫 개인전 ‘상실의 서른 여섯 달’에 대해 설명 중인 작가 댄 리(사진=허미선 기자)

 

“사실은 어려서부터 한국 이민자가 많은 동네에 살았어요. 학교를 그런 친구들이랑 같이 다니기도 했고 성인이 돼 자리를 잡고 활동했던 곳도 한국계 이민자들이 많은 동네여서 한국 문화를 이미 어느 정도는 접한 상태였죠.”

전시장 전체가 마치 죽은 이를 태운 ‘상여’ 같다 느끼는 순간 정 반대 의미를 지닌 금줄(아이가 태어났을 때 짚을 꼬아 문에 걸어두던, 아들일 때는 고추를, 딸일 때는 솔잎 혹은 숯을 끼워 걸어두던 새끼줄)이 연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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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개인전 ‘상실의 서른 여섯 달’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아이가 태어났을 때 짚을 꼬아 걸어두는 한국 전통 문화는 이미 알고 있었어요. 다만 상여는 작업을 할 때는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나중에야 관계자에게 이야기를 들었죠.”

한국 첫 개인전 ‘상실의 서른 여섯 달’(36 Months of Loss, 2월 16~5월 12일 아트선재센터, 더 그라운드 한옥)로 한국 관람객을 만날 채비를 마친 댄 리(Dan Lie)는 그렇게 탄생과 죽음, 확산 그리고 새로운 탄생으로 이르는 생명의 순환을 탐구하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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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개인전 ‘상실의 서른 여섯 달’에 대해 설명 중인 작가 댄 리(사진=허미선 기자)

인도네시아계 브라질인이자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2022년 뉴욕 뉴뮤지엄, 카네기 인터내셔널, 싱가포르 비엔날레, 상파울루 비엔날레 등에 참여하며 주목받고 있는 신진 아티스트다. 

 

‘상실의 서른 여섯 달’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생태시스템을 통해 질금을 발효시키는 막걸리, 옹기, 곰팡이, 진흙 위에 뿌린 씨앗에서 싹을 틔운 보리, 어디서 날지 모를 버섯 등 한국 전통 발효문화와 3년상, 탈상 등 장례문화 그리고 활짝 피었던 꽃들이 시들어가는 과정 등을 재해석한 전시다.

이를 위해 그는 전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 과장을 만나 한국 전통 문화를 탐구하고 배웠으며 정관 스님과 떠난 이에 대한 애도의 방식을 논하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2024년은 그가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상을 치른 지 3년째가 되는 해이며 ‘상실의 서른 여섯 달’ 준비를 위해 한국에 도착한 날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1000일째였다.

이 경험과 전시 준비 과정을 통해 “종결이라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전한 댄 리는 전시장에 울금으로 노랗게 물들인 삼베 천으로 장막을 치고 장례식이나 고인을 기리는 데 쓰이는 노랗고 흰 국화꽃다발들을 매달았다.

더불어 짚으로 속을 채우고 삼베 천을 두른 후 진흙을 발라 보리 씨앗과 버섯 포자를 뿌린 구조물, 누룩·물·쌀 등 막걸리 재료를 담은 옹기들, 장례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자 등도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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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현재는 노랗게 염색된 그대로의 빛을 내거나 향기를 내뿜는 오브제들이 전시 기간 동안 서서히 빛 바래는가 하면 시들어 말라가고 싹을 틔우고 곡식을 맺거나 발효돼 퀴퀴한 냄새를 풍기기도, 막걸리로 재탄생되기도 하는 과정을 관람객들과 함께 할 예정이다.

 

그렇게 부패와 발효, 삶과 죽음, 시들어감과 싹 틔움, 소멸과 탄생 , 인간과 비인간 등 극과 극의 것들을 공존시키고 공유함으로서 전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쪽 동네를 다니다 보면 옹기가 놓여져 있는 풍경을 많이 보게 돼요. 현대적이면서도 그런 오랜 전통이 아직까지 존재한다는 것이 이번 전시를 위한 리서치의 출발점이었어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한국문화를 더 깊이 있게 살펴보면서 여러 가지 흥미로운 관점을 가지게 됐죠. 특히 식민지였던 과거 그리고 지난 40여 년간 매우 빠르게 경제를 발전시킨 부분이요. 굉장히 빠르게 진보했지만 전통과 나름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제 마음을 크게 움직였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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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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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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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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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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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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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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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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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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