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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불교 안에서 '나'로 서고자 했던 여성들,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Cultjure Board]

입력 2024-03-27 18:30 | 신문게재 2024-03-2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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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 중 송광사 ‘팔상도’ 중 네 장면(사진=허미선 기자)

 

경전이나 이야기, 미술 속 주인공 대부분이 남성인 불교에 여성의 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교미술 속에 분명히 존재했고 존재하고자 노력했던 여성들을 돌아보는 전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Unsullied, Like a Lotus in Mud, 3월 27일~6월 16일 호암미술관)이 개막했다.

전시제목은 석가모니부처의 말씀을 모은 최초의 불교경전 ‘숫타니타파’에서 인용한 문구로 불교를 신앙하고 불교미술을 후원하고 제작했던 여성들을 빗댄다. 

 

질척하고 모든 것을 삼켜버리거나 더럽힐 것만 같은 진흙 속에서도 그 고고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잃지 않는 연꽃과도 같았던 불교 속 여성들, 그들이 겪은 번뇌와 염원, 공헌을 돌아보는 전시다.  

 

호암미술관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

 

‘다시 태어나는 여성’ ‘여성의 행원(行願)’ 2개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의 특징은 한국, 중국, 일본 불교미술의 걸작품이 대거 출품된다는 것이다.

 

리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송강사성보박물관, 이건희 회장 기증 작품,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보스턴미술관, 쾰른동아시아미술관, 영국박물관, MCH재단, 퍼시벌 데이비드경 중국미술재단, 일본민예관, 규슈국립박물관 등 전세계 27개 컬렉션(한국 9, 미국 4, 유럽 3, 일본 11) 92건이 전시된다. 

 

삼성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호암미술관 1층에 펼쳐지는 ‘다시 태어나는 여성’은 불교미술 속에 재현된 여성상을 어머니, 보살, 여신으로 나눠 살핀다. 1부는 ‘여성의 몸: 모성母性과 부정不淨’ ‘관음: 변신變身과 변성變性’ ‘여신들의 세계: 추앙과 길들임 사이’ 3개 섹션에 그 시대와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이야기한다.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중 ‘구상시회권’의 한 장면(사진=허미선 기자)

 

송광사 ‘팔상도’의 석가모니부처의 일생 중 여성이 등장하는 4장면,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대여된 ‘시왕도’ 속 어머니의 모습, 사람의 신체가 죽음 이후 분해되고 섞여 가는 과정 9개 장면을 담은 두루마리 회화 ‘구상도’ 속 무성의 존재들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15세기경 조선에서 원래 세트로 그려졌지만 일본 후쿠오카 혼가쿠지라는 사찰에 소장된 ‘석가탄생도’와 쾰른동아시아미술관 소장품인 ‘석가출가도’가 처음으로 나란히 전시된다.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중 '구상도'의 한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중 해외 수출됐던 백자 백의 관음보살 입상과 불상들(사진=허미선 기자)

 

더불어 한중일 관음보살도들이 나란히 걸려 각국이 여신들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했는지를 살필 수 있는 불화들, 중국 원·명·청시대의 백자 관음보살 상들 등도 만날 수 있다. 

 

특히 백자 관음보살 상들 사이에 자리잡은 백자성모상 입상과 백자 백의 관음보살 입상 등은 내수시장 뿐 아니라 유럽 등 서구권에서 주문 받아 제작된 것으로 당시 해외에서의 높은 수요를 입증하기도 한다.

2부 ‘여성의 행원’은 불교미술의 후원자이자 제작자였던 여성들을 발굴한다. 사회와 제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신으로 살고자 했던 여성들을 조망한 2부는 ‘간절히 바라옵건대: 성불成佛과 왕생往生’ ‘암탉이 울 때: 유교사회의 불교여성’ ‘여공女工: 바늘과 실의 공덕’ 3개 섹션으로 나뉜다.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승혜 큐레이터는 “불교가 당시 여성에게 매력적이었던 건 단지 누군가의 어머니나 딸이 아니라 자신으로서 깨달음을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기 때문”이라며 “2600년 전부터 출가 수행자의 존재를 인정한 급진적 종교였던 불교마저도 내부에서는 여성이 성불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입장들이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8살에 깨우침을 얻었지만 남자의 몸으로 변신해 부처가 돼야했던 여성을 향한 당시의 시선, 불교도가 궁극적으로 지향했던 목표와 이를 여성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성취하려 했는지, 유교적 가치관이 지배하던 조선시대 왕실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발원한 불상과 불화 등의 의미 등을 가늠할 수 있는 그림과 법전들, 불상들에 녹아 들어있다.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자수 가사(사진=허미선 기자)

 

마지막 섹션에서는 비단에 자수로 새긴 아미타여래, 관음보살 등 다양한 불상도 족자, 번 형태의 자수품, 첩본 형태의 자수경, 화려한 자수가사, 순천 송광사 관음전에 봉안된 목조관음보살좌상 내부에서 발견된 저고리와 발원문, 직물조각, 인쇄본 다라니, 유리편 등 화려한 불교미술과 그 너머에 존재했던 수많은 여성들 그리고 그들의 염원을 만날 수 있다.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이 진행되는 호암미술관 외부에는 전통정원 희원, 가실 벚꽃길,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oniel)의 ‘황금연꽃’(Golden Loust), 루이스 브루주아(Louise Bourgeois)의 거미 모양 조각작품 ‘마망’(Maman) 등을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마련돼 있다.

더불어 삼성문화재단 관계자의 전언대로 “호암미술관의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과 리움미술관의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의 ‘보이스’(Voice)를 동시에 관람하실 수 있게”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 사이에 매일 2회(화~금요일) 무료 셔틀버스를 예약제로 운영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입구(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사진=허미선 기자)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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