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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전상열 나우버스킹 대표 "소상공인은 우리 파트너, 어려울 때 당연히 도와야"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입력 2020-04-06 07:00 | 신문게재 2020-04-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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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열 나우버스킹 대표
전상열 나우버스킹 대표(사진=나우버스킹)

 

“직원들이 줄 서는 모습을 못 보거든요.”

 

마스크를 구매하려고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참지 못하고 나선 회사가 있다. ‘대신 줄 서주는 서비스’ 나우웨이팅을 제공하는 나우버스킹이다. 원래 나우웨이팅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고객사는 맛집이나 유명 카페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모두의 일상을 바꿔놓으면서 요즘, 나우버스킹은 기존 고객사가 아닌 약국에 나우웨이팅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설치 없이 가게 앞에 놓인 태블릿PC에 연락처만 입력하면 순서가 됐을 때 카카오톡을 통해 알림 메시지가 전달되는 나우웨이팅만의 간단한 서비스 제공 방식이 빛을 발했다.

기존 고객사가 아니었음에도 약국의 서비스 도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좋은 의도로 도입한 만큼 나우버스킹은 태블릿 임대료 1만원과 월 사용료 3만5000원은 받지 않기로 했다.

나우웨이팅 서비스를 도입한 약사들은 ‘마스크 재고가 얼마나 있냐’, ‘마스크를 빼놔줄 수 있냐’, ‘있는데 데 숨기는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들으며 수백 번 같은 답을 반복했던 수고로움을 덜게 됐다.

전상열 나우버스킹 대표는 “본연의 업무는 전혀 못 하고 마스크 판매하는 일에만 집중해야 했던 약사들의 어려움이 서비스 도입으로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말했다.

나우웨이팅은 현재 서울에 위치한 약국 10여곳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에 대해 전상열 대표는 “약사분들이 우리 매장에도 나우웨이팅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을 잘 못 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나우버스킹은 중소벤처기업부에 정식적으로 협조 요청을 해 약국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나우버스킹이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약국뿐만이 아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가장 심각한 대구·경북 지역 소상공인들에게도 나우버스킹은 나우웨이팅 서비스 사용료를 받지 않고 있다. 소상공인들을 단순히 고객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함께 성장해 나가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는 회사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전상열 나우버스킹 대표
전상열 나우버스킹 대표(사진=나우버스킹)

 

사실 소상공인들의 형편이 어려워지면 나우웨이팅도 그만큼 타격을 받는다. 줄을 설 정도로 장사가 잘돼야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조인데 장사가 안되면 서비스 도입 문의도 그만큼 줄어들고, 평소 이용하던 고객사들도 이용을 중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전 대표는 “서비스 비용을 받는다는 의미는 저희 서비스가 매장에 잘 이용되고 도움을 드리고 있다는 것인데, 불가피한 이유로 웨이팅이 발생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서비스 이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파트너로서의 역할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부에서 누구도 대구·경북 지역에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에 대해 돈 문제와 관련해서 얘기한 사람이 없었다”며 “우리 일을 가지고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빨리하자고 의견이 모여 의사결정이 쉬웠다”고 덧붙였다.

전 대표는 이번 위기를 함께 잘 극복해 나간 뒤 소상공인들과 더 끈끈한 관계를 맺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소상공인들이 나우버스킹의 더 다양한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게 될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며 “우리가 꿈꾸는 방향은 오프라인의 불편함을 해결해서 소상공인이 지속해서 사업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인데 그런 수요가 늘어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나우버스킹은 나우웨이팅 서비스 외에도 원격 주문 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톡 챗봇 주문, 고객관리 마케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 대표는 “챗봇 주문 서비스의 경우 잘 쓰는 매장은 주문의 20~30%를 챗봇으로 받고 있다”라며 “특히 역삼역 인근 매장은 출근시간에 챗봇으로 주문이 밀려 들어온다”라며 챗봇 주문 서비스가 일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상열 나우버스킹 대표
전상열 나우버스킹 대표(사진=나우버스킹)

 

고객관리 마케팅도 코로나19 극복 이후 ‘더 체계적으로 가게를 운영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을 소상공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으로 전 대표는 예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고객별 평균 대기 시간, 방문 빈도 등을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작은 가게도 대기업과 같은 고객 데이터가 쌓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처럼 나우버스킹은 철저히 파트너인 소상공인만을 위해 고민하며 서비스의 양도 질도 늘렸지만 이용료는 오히려 낮췄다. 사용량에 따라 최대 80만원까지 월 이용료를 받던 것을 월 3만5000원으로 동결했다.

전 대표는 “가게가 잘 되는 건 그 가게의 능력”이라며 “그 능력에 편승해서 이득을 취하기보단 나우버스킹이 가게가 번창하는 기본 인프라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가 작았을 때는 부담할 능력이 안 됐지만 앞으로도 가능하면 이용료를 더 낮춰보고 싶다”며 “‘가게가 잘 되면 월세를 올려야지’라는 식의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우리’, ‘공동체’라는 말을 유독 많이 사용했던 전 대표는 최근에는 회사 내에서 파트너의 의견을 청취하는 파트너케어팀에 지속적으로 접수된 소상공인들의 골칫덩어리를 발 벗고 나서 해결하기도 했다. 지난 3일부터 스마트오더를 이용한 주류 판매를 허용하는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안이 그것이다.

전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에 있는 고객이 주문한 것임에도 모바일로 한다는 이유로 온라인 주류 판매로 법에 접촉돼 왔다”며 “이번 개정안 통과는 소상공인들의 작은 목소리에서 시작해 직접 행동으로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항간에선 ‘온라인 주류 판매 시장이 얼마나 크길래 나우버스킹이 저렇게 나서느냐’는 말도 있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로 신청한 이 서비스가 법 자체가 바뀌는 국세청의 ‘적극 행정’으로 처리됨에 따라 나우버스킹은 규제 샌드박스 신청자의 혜택인 우선사업권조차 누리지 못 한다.

끝으로 전 대표는 소상공인을 향한 회사의 이런 진심이 언젠가는 와 닿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그동안 서비스를 제공하면 ‘나한테 뭐를 팔아먹으려 한다’라는 인식이 강했다”라며 “매장주 분들이 나우버스킹에 돈을 주는 게 당연하다고 느낄 정도로 우리를 위해 일한다는 인식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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