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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대사마다 사이다, 장면마다 울컥…이번 ‘판’은 더 신명나게 꾸립니다! 변정주 연출·김지철

[Pair Play 인터뷰] 뮤지컬 ‘판’ 12월 7~31일 정동극장, 조선시대 전기수와 매설방 이야기! 변정주 연출, 달수 김지철, 호태 김지훈, 이덕 유주혜, 춘섬 최은실, 분이 임소라
전통적 요소 강화, 최순실게이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어 MB 등 풍자

입력 2017-12-06 07:00 | 신문게재 2017-12-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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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사또, 오방색, 선의의 도움, 민정수석 같은 일을 하는 내시 등 등장인물마다, 대사마다 풍자와 해학이 넘친다. 2015년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 선정작이자 CJ문화재단의 첫 제작 뮤지컬 ‘판’(12월 7~31일 정동극장)이 돌아온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나 그렇잖아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예술가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꾼들을 싫어하고 귀찮아하죠.”

우리 전통 연희를 바탕으로 하는 ‘판’은 변정주 연출의 말처럼 검열이 횡행하고 비선실세를 둔 사또가 세상을 풍자하는 패관소설들을 불태우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공부나 세상일에는 도통 관심이라곤 없던 양반가 자재 달수(김지철)가 세책가 앞에서 만난 이덕(유주혜)에 첫눈에 반해 매설방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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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판’ 변정주 연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전하는 조선 후기의 직업적인 낭독가 전기수와 유기전을 가장한 매설방을 중심으로 양주별산대의 꼭두각시놀음, 솟대쟁이 놀이, 가면극, 타령 및 판소리, 산받이(극을 이끌어가는 연희자)를 비롯해 서양 오페라 요소까지 가미된 신명나는 유희극이다.


◇자꾸만 ‘거리’를 던져주는 ‘그 분’ 덕에 어려움 없이 판 벌렸죠!

“걱정을 했죠. 이미 정권은 바뀌고 세상도 변했는데 (초연) 그대로 가야하나…게다가 내년에 또 본공연이 있다고 알고 있어서 더 고민이 많았죠.”

변정주 연출의 토로처럼 초연(3월 24~4월 15일 CJ아지트 대학로)을 준비할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기 직전이었다. 변정주 연출은 ‘시민들과 함께 하는 뮤지컬배우들’(이하 시함뮤)을 이끌며 적극적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했고 달수 역의 김지철 역시 시함뮤의 일원으로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를 부르며 울컥거리기 일쑤였다. 탄핵이 안될 경우에 대한 주변의 걱정은 하늘을 찔렀다. 


“남자 셋이 얼싸안고 엄청 울었어요.”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던 순간을 김지철은 이렇게 회상했다. 그 기억을 안고 신명나게 뮤지컬 ‘판’에 임했던 김지철은 극 중 달수 그 자체였다.

“정치적인 이슈나 나라 일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판’을 하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많은 걸 배웠죠. (정치나 나라 일에 관심 없던) 저 같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이끌고 사고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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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판’ 달수 역의 김지철(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비선실세, 범국민 촛불집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등 당시에는 충분히 공감을 일으키던 이야기와 장면들에 대한 고민은 변정주 연출과 김지철의 표현대로 “자꾸 거리를 던져주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시시각각 변해가는 정국, 세상일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번엔 초연 걸 잘 옮기는 데 주력하자 했는데 ‘거리’를 너무 많이 던져주셔서 어려움 없이 바꿨습니다. 남사당의 꼭두각시 놀음을 가져다 응용한 (은퇴 후 머물기 위해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짜) 절을 짓고 허무는 거리(꼭두각시 놀음에서 장을 세는 단위 혹은 음악, 연극 등에서 단락, 과장, 마당을 이르는 말)의 절을 탑으로 바꿨어요.”

변 연출의 말대로 초연에서 은퇴 후 거처로 삼을 절을 짓던 사또(윤진영)가 이번엔 ‘국민 성공 시대를 열기 위해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 테니스를 치며 금으로 탑들을 쌓아올린다.

“그분이 뭘 많이 쌓아두신 것 같더라고요. 탑을 여러 개 쌓아서 허물어버리는 걸로 장면을 바꾸고 잠깐이지만 사대강도, ‘다스는 누구 거’도 슬쩍 나오죠.”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새가 날아든다’, 짠한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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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판’ 달수 역의 김지철(왼쪽)과 변정주 연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거의 마지막 ‘새가 날아든다’ 장면은 배우들이 되게 힘들어해요. 종이를 계속 날려야 하니까. 게다가 이번엔 더 큰 공간에서 날려야 해서….”

변정주 연출의 토로에 김지철은 “꾀를 좀 써야 한다”고 거든다. 꾀라고 해봐야 호태(김지훈)가 이미 날리고 있으니 그가 안날리는 쪽으로 날리는 정도로 소박하다. ‘새가 날아든다’는 보는 이는 물론 연기를 하는 배우들까지도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사실 힘들지만 카타르시스를 주는 장면이기도 해요. 연기하는 저희도 울컥하고 뭔가 시원하고 그렇거든요. 의도치 않게 리딩공연(정식공연 전 개발단계에서 대본을 읽고 넘버를 부르며 관객에게 선보이는 공연)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고 본공연 때는 우는 분들도 있을 정도였죠. 하는 저희도 사다리에 매달리고 뛰느라 헉헉거리면서도 울컥하고 시원해지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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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판’ 달수 역의 김지철(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어 3월 본공연 막바지에는 ‘새가 날아든다’ 직전 “시경 편에서 말하길 땅에 사는 새들의 정조는 한결 같으니, 군자가 세운 작은 준칙 하나에도, 마음 단단히 맺은 약속과 같이 꼭 지키더라. 헌데, 요 근래 들려오는 이야길 듣자니 그 약속이 깨지기 일쑤요, 개와 같이 주둥이가 얄팍한 그는 오히려 땅에서 모이를 쪼아먹는 새들을 올곧게 괴롭히니…그 세월이 족히 십 년은 되었다더라”라는 달수의 대사를 외며 울컥했던 기억을 털어놓기도 했다. 

 

“시함뮤로 촛불집회에 참여해 170만명 앞에서 노래했을 때, 탄핵이 되던 순간 등이 떠오르기도 하고…많은 생각이 들면서 울컥하더라고요. 어떤 때는 책을 불태워야 하는 상황에서의 춘삼(최은실), 이덕, 분이(임소라)를 2층에서 바라보다 울컥하기도 해요.”

김지철의 말에 변정주 연출도 “매설방을 철수하고 세 여자 캐릭터가 ‘그런 이야기’를 부를 때면 짠해지면서 울컥한다”고 동의를 표했다.

“볼 때마다 다른데 저는 ‘줄 위에 설 때면’이 좋아요. 인형으로 줄타기를 하면서 달수가 이덕한테 높이 날아오르라고 하는 그 장면이 너무 예뻐요. 시대의 편견 때문에 꿈을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한 여성에게 인형을 통해 달수가 얘기해주는 장면이 너무 좋아요.”


◇달수의 성장드라마? 그 시대의 전기수처럼! “이제는 놀이판 형식이 더 중요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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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판’ 변정주 연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철없던 한 아이가 전기수 호태(김지훈)를 만나 이야기의 가치를 느끼고 그로 인해 변화해 부조리한 세상에 소리를 지르는 일종의 성장드라마예요.”

변정주 연출의 설명에 김지철은 “지난 시즌까지 드라마적인 데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놀이판 형식이 중요해졌다”고 말을 보탠다.

“한 배우가 한 인물을 연기하다 빠져나와 저 스스로가 되기도 하고 자유자재로 바뀔 수 있는 순발력이 더 중요해졌죠. 이름만 달수일 뿐 배우들 모두가 뭐든 할 수 있고 뭐가 와도 받아칠 수 있는 상태로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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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판’ 달수 역의 김지철(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김지철의 말에 “전기수는 작가, 연출가, 배우, 연주자 등을 혼자 다 했다”고 부연한 변정주 연출은 이번 ‘판’은 우리 전통 연희의 구성 방식과 소리요소에 좀더 충실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바이올린·베이스 기타 등 멜로디 악기가 대금·소금·아쟁으로 바뀌고 소리꾼 전영랑에게 경기민요 스타일의 발성법을, 고기혁으로부터 양주별산대 탈춤 동작을 훈련받기도 했다.

  

“우리 전통 연희가 대단한 게 기승전결이 아닌 에피소드의 나열방식인데 어느 시대나 통하는 보편성들을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이야기를 어떻게 바꾸든 적용이 된다는 걸 신기해하면서 하고 있어요. 정말 무궁무진하죠. 그 과정에서 배우들은 주어진 하나의 역할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책무를 수행해요. (김)지철이도 달수지만 때로는 김지철이라는 자연인으로 돌아가기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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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판’ 변정주 연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에 배우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극 중 캐릭터인 달수, 이덕, 호태, 춘섬, 이조·사또, 분이 등으로 분하다 꼭두각시 인형을 조정하고 솟대쟁이 놀이의 일원이 되는가 하면 신명나게 박스를 두드리는 퍼포머가 되기도 한다. 

 

“두세 군데는 진짜 즉흥으로 가는 장면들이 있어서 배우들도 이슈들을 계속 지켜봐야 해요. 정치적 이슈 뿐 아니라 지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문제들, 트렌드에 대해 파악하고 있어야 하죠. 즉흥으로 하다보면 배우 개인의 생각이나 얘기들이 튀어나올 수 있어서 정치적 혹은 사고의 올바름이 정말 중요한 극이거든요.”

이에 변정주 연출은 부지불식간에 여혐이나 외모에 대한 비틀린 말을 던지고 배우의 반응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수시로 가지기도 한다.

 

그들의 표현대로 “훈련되지 않았거나 자기답지 못한 상태에서 당황해 튀어나온 것들”에 대해 토론하고 수정하는 작업에 꾸준히 공을 들이는 이유 역시 그래서다.

“훨씬 더 자유롭게 그리고 합심해서, 그 순간에 그 이야기를 가장 재밌게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내면 되는 것 같아요. ‘판’은 그래도 되는 극이거든요.”


◇무궁무진하게 만날 사람들과 그 만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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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판’ 달수 역의 김지철(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최근 정치적인 문제들, 사회이슈들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무엇이 그릇되고 옳고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정당성이나 국민으로서 가져야할 권리에 관심을 계속 가지려고 하고 있어요. 주체가 돼서 주관을 이야기해야하는 배우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있고 없고는 극에 영향을 주더라고요. 어떻게 극을 꾸릴까 고민하기보다 정말 ‘판’을 재밌게 만들 수 있는 일원이 되고 싶어요.”


이는 변정주 연출이 뮤지컬 ‘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재미’ ‘신명’과 맥을 같이 한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너무 좋기는 한데 아무런 압박이 없어서 이래도 되나 싶어요. 그럼에도 할 얘기는 많은 것 같아요. 사실 대통령만 바뀌었지 언제나 나쁜 놈들은 있고 사회적인 권력은 아직 그대로거든요”  

 

이렇게 전한 변정주 연출은 “시원하게 이야기하고 풍자하던 당시의 전기수와 매설방을 현재는 배우들과 연극, 영화, 문학 등이 대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진짜 중용, 사회적 균형을 잡는 건 옳다고 생각하는 쪽에 정확하게 서 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무조건 가운데 있다고 중용이 아니잖아요. 시소의 무게가 한쪽으로 크게 쏠려 있는데도 중간을 고집하는 건 기계적 중립이고 비겁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한쪽으로 치우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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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판’ 변정주 연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어 “맨 마지막에 산받이가 ‘이제 무슨 얘기를 할 건가’하고 물으면 달수가 하는 대사가 있다”며 부지불식간에 김지철에게 “뭐냐?”고 질문을 던진다.

“뒷골목 서민들 얘기도 좋고 음란한 양반님네들 사생활 얘기도 좋고!”

차분하게도 김지철의 입을 통해 던져진 달수의 대사처럼 뮤지컬 ‘판’은 무궁무진하게 만날 사람들과 그만큼의 이야깃거리를 주고받을 이 시대 전기수들의 모임이자 매설방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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