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영화연극

[‘쁘띠’ 리뷰+오브제] 발레 ‘더 세븐스 포지션’, 뮤지컬 ‘스모크’, 연극 ‘킬롤로지’의 거울

정형일의 ‘더 세븐스 포지션’ 중 막스 리히터 음악에 맞춘 파드되 불균형과 불치, 한계를 넘어 선 창작의지
김재범·김경수·김종구·임병근, 윤소호·강은일·박한근·황찬성, 유주혜·김소향·정연의 뮤지컬 ‘스모크’, 뚫고 나가야할 갇힌 공간
이석준·김수현, 이율·김승대, 장율·이주승의 연극 ‘킬롤로지’, 현실에 발 디딘 나의 인식

입력 2018-06-05 20:0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musical_mirror222

 

시인 이상은 ‘거울’이라는 시를 통해 결결이 흩어져 얽혀버린 자신의 자의식을 표현했다. 미당 서정주는 시 ‘국화 옆에서’ 중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처럼’이라는 시구로 번뇌와 불안, 시련을 넘어선 자아를 성찰하는 마음을 담기도 했다.

내가 잊고 있는 실체, 틀에 갇힌 자의식, 견딜 수 없거나 거부하고 싶은 현실 때문에 분리 시켜버린 또 다른 나, 한계를 넘어서려는 일탈과 의지 표명…. 이처럼 자의식을 둘러싼 상징들을 품은 거울은 여러 형태의 공연에서 다양한 감정과 의미를 표출한다.



정형일의 ‘더 세븐스 포지션’ 중 파드되…불균형과 불치, 한계를 넘어 선 창작의지
 

더세븐스
정형일의 ‘더 세븐스 포지션’(사진제공=포레버스냅)
두 발레리나가 무대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선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다. 비발디 ‘사계’ 편곡으로 유명한 영국 작곡가 막스 리히터(Max Richter)의 곡이 흐르고 데칼코마니처럼 춤을 추던 두 여자는 잠시 일탈을 하기도 한다.

제8회 대한민국발레축제(6월 24일까지 Ballet Festival Korea)에서 정형일 안무가가 선보이는 ‘더 세븐스 포지션’(The 7th Position) 중 한 신이다.

프랑스 발레 무용가 겸 안무가이며 루이 14세의 무용교사이자 왕립무용아카데미 초대 발레 감독이었던 피에르 보샹(Pierre Beauchamp)이 창안한 5가지 포지션을 보다 깊이 파고들어 그 한계를 넘어 서려는 창작의지를 분출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 중 거울 신에 대해 정형일 안무가는 “사실 우리의 내면과 외양이 거울로 볼 때처럼 똑같지 않을 때가 많다. 내가 생각하고 바라던 것과 현실의 내 모습은 또 다르다. 예술가로서 생각하고 꿈꿔왔던 이상이 현실에서는 완벽히 달성되지 못할 때도 있다”며 “내적 갈등은 이 같은 불균형과 불합치에서 나온다. 이 경계는 눈에 보이지만 뚜렷하지 않고 누구도 양쪽을 완벽히 정의내릴 수 없다. 그렇게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예술가가 갖는 내외면의 갈등은 같은 듯 다르지만 둘 다 나의 모습이에요. 마주볼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지만 한계도 분명 존재하죠. 그 속에서 느껴지는 혼란스러움을 표현했습니다. 그 카오스 같은 집착과 이상 속에서 만들어지는 예술가의 모습과 완성돼 가는 예술을 표현한 부분이죠.”


뮤지컬 ‘스모크’, 꿈꾸던 이상의 공간 아닌 뚫고 나가야할 갇힌 공간

 

mirrorr
뮤지컬 ‘스모크’(사진제공=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이상의 시와 일생을 모티프로 한 뮤지컬 ‘스모크’(7월 15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는 시 쓰는 초(김재범·김경수·김종구·임병근,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 바다를 그리는 해(윤소호·강은일·박한근·황찬성), 고통 속에서도 살자 종용하는 홍(유주혜·김소향·정연)이 엮어가는 이야기다.

뮤지컬 ‘스모크’에는 “나는 여자도 남자도 아닌 예술가”라는 외침을 표현하는 중요한 상징으로 거울이 등장한다. 시인 이상이 자신을 또 다른 타자로 인식하는 매개가 되는 상징물이다. 초이기도, 해이기도, 홍이기도 한 이상이 자의식을 가둘 수 있고, 떠돌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분명 속해져 있지만 외로운 공간이 거울이다. 

 

mirrorr001
뮤지컬 ‘스모크’(사진제공=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지난해 초연에서 무대 전체를 가로지르는 틀로 표현됐던 거울은 재연에서 빔 조명, 보이지 않는 경계선 등으로 현란하게 혹은 보이지 않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방식으로 구현됐다.


거울에 대해 “얼마나 외로웠으면 나를 닮은 나를 만났을까? 얼마나 괴로웠으면 아무도 없고 그 적막한 공간으로 도망을 갔을까”라며 안쓰러움을 표한 추정화 연출은 “뮤지컬 ‘스모크’ 속 거울은 시인 이상이 꿈꾼 이상의 공간이 아니라 그가 뚫고 나가야 할 갇힌 공간이 아니었을까 ”라고 설명했다.

 

연극 ‘킬롤로지’, 현실에 발 디딘 나의 인식

연극 ‘킬롤로지’(7월 22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의 거울은 현실에 발 디딘 나를 인식시키기는 도구다.

알런(이석준·김수현), 폴(이율·김승대), 데이비(장율·이주승) 세 사람이 저마다의 독백처럼 읊어대지만 결국 하나의 이야기를 하는 ‘킬롤로지’는 개인의 삶을 통해 사회 시스템 문제를 파고드는 게리 오웬의 최신작으로 2018년 영국 올리비에 어워드 작품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거울처럼 함께 움직인다”는 박선희 연출의 귀띔처럼 데이비는 생사의 경계를 넘어 현실에 발 딛기 위해, 폴은 혼돈과 분노로 얼룩졌지만 현실에 발 딛기 위해 수시로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곤 한다.  

 

wgrhtjykuul
연극 ‘킬롤로지’(사진제공=연극열전)

 

반면 “내가 손잡아 줬더라면 될 수 있었던 그 아이의 모습을 꿈꾼다”는 알런은 현실에 발 딛기보다는 데이비가 될 수 있었던 환상 속을 수차례 넘나들며 고통과 후회, 죄책감과 다 주지 못한 사랑에 대한 통한을 더 무겁게 쌓아 간다.

등장인물이 수시로 들여다 보든, 존재조차 깨닫지 못하든 ‘킬롤로지’ 속 거울은 데이비이고 폴이고 알란이며 각각이 비추고 품은 서로다. 더불어 그들을 바라보는 나 자신이며 사회상이기도 하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