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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약간은 어그러지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그냥 삶’ 그 특별함에 대하여! 문성식 개인전 ‘Life 삶’

입력 2022-01-2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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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식 개인전
문성식 개인전 ‘Life 삶’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제 드로잉 호흡이 아기자기한 것 같아요. 제비집을 짓듯 연필로 휘두르는데 감당 가능한 크기도, 호흡도 이 정도인 것 같아요.”

두껍게 유화를 바른 자그마한 캔버스를 연필로 긁는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문성식 작가의 개인전 ‘Life 삶’(2월 28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관)이 한창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우리가 새삼 깨달은 것은 ‘일상의 소중함’이다. 대단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그냥 삶’의 가치를 주제로 하는 문성식 작가는 작업의 주요 도구인 ‘연필’에 대해 “장식성이 없다”며 “유화 위에 연필로 긋는다는 행위가 유일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문성식 작가
문성식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어떤 습성을 가지고 휘두르는지, 그것이 그림의 오리지낼러티(Originality, 독창성·고유성)라고 생각합니다. 그 오리진에 도달하고 싶어 연필로 유화라는 막에 휘둘렀어요. 유화는 반젤리 상태로 휘두르는 알리바이, 궤적을 고스란히 남기거든요. 종이보다 실존적인 느낌이죠. 제가 캔버스 앞에 있었다는 사실과 휘두른 히스토리가 그대로 남아 있거든요. 원래 인간의 행위, 나다운 것을 그리는 데 대한 열망이 있었어요. 모든 장식을 제거하고 제 생각과 의지를 드러내는 가장 미니멀한 재료가 연필같아요. ‘그린다’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 할 말이 있다는 거잖아요.”

이번 전시에는 작가 스스로 일상에서 보고 느낀 풍경들, 그 안에 담긴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이면들이 담겼다. “보지 않은 건 그리지 못한다” 고백한 문 작가는 작업하며 지내는 부산 집과 김천 고향집의 능수벚꽃, 나리꽃, 매화, 목련, 배나무, 석류나무, 모과나무 등과 그 안에서 지내는 사람들, 고속도로를 오가며 목격한 산, 구차하지 않은 묘사가 부러운 정선을 닮고 싶어 그냥 따라 그려보거나 차용한 폭포들 등 본 것들을 “게워내듯 그린다.” 

 

문성식 작가 설들
문성식 작가가 “앞으로 드로잉은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느꼈다”는 그림 ‘설득’(사진=허미선 기자)

소품처럼 아기자기한 작품들과 더불어 2019년부터 선보여온 대형 장미 연작 ‘그냥 삶’의 새 작업, 2021년 전남 수묵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그저 그런 풍경: 땅의 모습’ 시리즈 10여점도 함께 만날 수 있다.

그의 그림에는 기쁘고 화목해야 할 어머니의 칠순 잔칫날 불거진 가족간 갈등과 그 와중에 가족사진을 찍어야하는 난감함, 좋기도 하지만 애처럽고 밉기도 하지만 슬픈 어머니, 아들을 먹이겠다 닭을 잡는 아버지와 수돗가에 널부러진 닭의 내장 등 누구나 경험했을 극과 극 감정들과 풍경들이 공존한다.

 

더불어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는 세명의 불량 청소년, 교통위반딱지를 끊은 재수없는 날, 이별을 앞두고 설득하려는 남녀 등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상적인 풍경들이 다닥다닥 붙어 아기자기하게 전시된다.

문 작가는 “잘된 그림은 제 기준에서 선의 됨됨이가 잘 된 것”이라며 ‘설득’을 “앞으로 드로잉은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느낀 그림”이라고 털어놓았다.

‘설득’은 같은 빌라를 배경으로 다양한 상황을 담은 그림 중 하나로 그는 “너무 공예적이지도, 과하게 격정적이지도 않은 중간 언저리의 됨됨이가 구현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선이 좋은가 고민하곤 하는데 테크니컬한 선은 재미가 없어요. 어그러져야하는데 너무 사진적인 선은 잘 못그렸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왜 우둔한 선이 더 좋을까 고민 중이죠. 원하는 정도치는 리얼리티가 살아있는데 어그러져 변이된 상태예요.”

그리곤 “궁극적인 목표는 자유로워지기”라며 “너무 맘먹고 그리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생긴대로, 좀더 자연스럽게, 평소처럼 그리고 싶다”고 말을 보탰다. 

문성식 개인전
문성식 개인전 ‘Life 삶’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제 삶을 별로 즐긴 적이 없어요. 그림 그리는 게 전부였거든요. 그림 그리고 마트 갔다가 다시 나무를 그리는 식이었죠. 누구나의 삶, 누구나 보는 세계, 우리집 동물들, 시드는 꽃들 등 일종의 세계의 조각을 지금 사람의 감수성으로 새겨 넣는 작업이었어요. 그림을 까탈스럽게 그렸죠.”

 

이어 “예민한 편이어서 어지간할 때도 있고 무심하게 판단하지 않고 그릴 수도 있는데 너무 재고 뜸을 들였다”며 “그러다 보니 오히려 그림을 그리는 빈도수가 적어졌다”고 덧붙였다.

“뜸을 제대로 안들이려고 노력하며 자주 그리다 보니 좋은 그림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너무 애쓰는 그림을 그리기 보다는 작가로서 좀더 유연한 태도를 가져보려고 해요. 제 생활에서 개입되는 그런 그림이요.”

부산=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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