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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출발은 '개혁가'… 최후는 '독재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21세기 스트롱맨 시대 조망 '더 스트롱맨'

입력 2023-05-20 07:00 | 신문게재 2023-05-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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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스트롱맨의 시대’다. 스트롱맨들은 대부분 자유주의 개혁가로 기대를 모았다가 예외 없이 민족주의자로 변신했다. 이들의 통치는 네 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개인숭배 조장, 법치주의 무시, 엘리트 아닌 국민을 대변한다는 주장, 그리고 공포 및 민족주의 정치다. 이들에게 법은 반대파 제압을 위한 정치무기일 뿐이다. 자유주의를 경멸하고 권위주의 통치방식을 강화한다. 경제난을 해결 못하는 정부로 인해 국민들이 느끼는 좌절감을 적극 이용한다. 저자는 “스트롱맨 통치는 자체 결함을 가진 불안정한 정부 형태라 결국엔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스트롱맨 시대가 사라지기까지 수많은 혼란과 고통이 따를 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독재자의 전형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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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무자비하고 폭력적이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계산적이기도 하다. 러시아를 세계경제에 편입시키겠다던 그를 ‘믿을 만한 지도자’라 다들 오해했다. 그는 집권 첫 해부터 모든 독립적인 권력기구를 통제했고 전쟁을 이용해 지위를 강화했다. 어릴 때부터 동경했던 ‘세계 최강 구소련’의 부활을 위해 15개 독립국가를 다시 직접 통치하는 날을 꿈꾼다.


남성우월적이고 권위적인 그는 러시아 밖 젊은 스트롱맨들에게 ‘영웅’이자 ‘닮고 싶은 인물’이다. 84세 되는 2036년까지 러시아 최장기 통치가 예정되어 있다. 저자는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백한 실패가 푸틴의 명성을 훼손시킬 것이라고 진단한다. 장기적으로 러시아의 미래도 암울하다고 전망한다. 노령화 속에 인구는 줄고, 아직도 위험하게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자유주의 개혁가에서 변심한 ‘에르도안’
 

에르도안

튀르키예의 통치자 에르도안은 옛 오스만제국의 ‘술탄’ 황제를 꿈꾼다. 지난 14일 치러진 대선에서 49.4% 지지에 그쳐 28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그도 집권 초에는 유럽연합 가입과 사법부 독립 등을 추진하며 ‘온건한 민주적 개혁가’로 인식됐다. 하지만 군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독재 본능을 드러냈고 이젠 노골적으로 서방을 적대시하고 자유주의를 비판한다. 시민의 자유도 계속 탄압한다.


그는 헌법을 고쳐 총리에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조국을 ‘다시 존경받는 나라, 무서운 나라’로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그는 튀르키예가 ‘국가’를 넘어 특정 문명과 문화를 대표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는 정치적 지지를 강화하려 극심한 사회 분열을 이용한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는 있지만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는 반대한다.

 


마오쩌둥 따라 개인숭배 나선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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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덩샤오핑의 진정한 제자’로 기대를 모았지만 사실은 마오쩌둥과 유사하다. 권력을 공고히 다지며 개인숭배를 조장한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라는 새 통치이념을 당헌으로 규정해 마오쩌둥 이후 자신의 사상을 당헌에 집어넣은 최초의 살아있는 중국 지도자가 되었다. 중국인 휴대폰에는 ‘시진핑 사상’ 학습 앱이 깔려 있다. 2018년에는 임기제한 규정을 삭제해 ‘종신 통치’의 길을 열었다.


그는 반부패 운동으로 수 많은 원로와 정적들을 제거했다. 서방의 의도적인 체제 전복적 자유주의 사상이 전파돼선 안된다며 홍콩과 신장에서 가혹한 인권 탄압을 저지르고 있다. 그러면서 외교적으로는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차관과 투자로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을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강대국이 되는 꿈을 펼치는 한, 갈등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세계 최대 민주국가의 스트롱맨 ‘모디’
 

모디

인도의 모디 총리는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사람’을 자처한다. 고향인 구자라트의 총리 시절엔 ‘경제개혁자’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지금은 포퓰리즘과 민족주의를 앞세운다. 재선 이후 더욱 노골적으로 ‘힌두 우월주의’를 펼친다. 무슬림을 ‘2등 시민’으로 여기는 것은 물론, 서구사상을 추종했던 ‘건국의 아버지’ 네루마저 부정하며 그를 넘어서겠다는 의지다.


2016년에 그가 느닷없이 단행했던 화폐 개혁의 피해는 온전히 빈곤층에게 돌아갔다. 경제적 타격이 컸음에도 그의 인기는 여전하다. 그래서 2021년 완공한 인도 최대 크리켓 경기장에 자기 이름을 붙이고, 자기 얼굴이 새겨진 위성도 발사했다. 인도는 이제 ‘자유국’에서 ‘부분적 자유국’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모디의 뿌리 깊은 ‘반 이슬람’ 정서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잠재적 폭탄 ‘트럼프’
 

트럼프

트럼프는 자신의 충성 지지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미국의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백인은 차별받고 있으며, 엘리트 집단은 부패해 제 잇속만 챙긴다.” 덕분에 그는 2016년과 2020년 대선 때 모두 백인 유권자의 과반수 표를 받았다. 취임 후 그는 ‘법’이 아닌 ‘자신’에 대한 충성을 강요했다. 국가기관들이 반기를 들었지만 트럼프의 ‘독재자 앓이’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텐안문 학살 30주년 성명서,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 10주년 비판 성명서, 러시아의 화학무기 사용 규탄 제재안도 모두 반대했다. 푸틴과의 관계는 여전히 의혹 덩어리다. 스스로 “나는 거칠고 비열한 사람일수록 더 잘 지낸다”고 말한다. 저자는 “트럼프 외교의 핵심은 스트롱맨들끼리 서로 편의를 봐줌으로써 자신들의 권력과 관대함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동남아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두테르테’
 

두테르테

2016년에 71세로 필리핀 대통령이 된 두테르테는 첫 6개월 동안 ‘마약과의 전쟁’을 빌미로 7000명 이상을 죽게 했다. 범죄와 부패 정치인에 대한 중산충의 혐오를 이용해 정치적 기반을 다졌다. 공무원 임금 인상과 국립대 수업료 면제 등으로 지지율을 80%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곧 독재자 마르코스의 시신을 국립영웅묘지에 안장하고 그가 약탈한 수십억 달러 국고를 회수하려던 특별조사단을 해체시켰다.


그는 가짜 뉴스를 남발하고 반대파 탄압을 사법부까지 확대함으로써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저자는 그가 다른 스트롱맨들과 달리 ‘이념’이 없는 ‘미숙한 민주주의자’라고 비판한다. 그는 중국 방문 중 “미국과의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친미 성향의 군부로부터 압박을 받으면서 지금은 중국 정책이 더 강경해지고 있다.

 


사우디의 새 독재자 ‘빈 살만’
 

빈 살만

살만 국왕의 여섯 째 아들인 빈 살만 왕세자는 나이에 따라 합의와 분할통치해 오던 낡은 ‘왕족 집단 지도체제’를 걷어내고 새로운 스트롱맨으로 자리잡았다. 군대와 석유산업, 정보기관과 경찰, 국가방위부까지 통제하며 기존 체제를 파괴해 갔다. 국방장관 임명 두 달만에, 이란의 지원을 받은 반군에 점령당한 이웃나라 예맨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하는 등 무자비한 면모도 보였다.


요즘은 사우디의 새로운 미래비전을 제시하며 ‘중동을 개혁할 큰 인물’로 기대를 받는다. 하지만 그의 지배 아래 사우디는 오히려 공포 정치로 점철되고 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사촌 왕족에 까지 충성 맹세를 강요하고 있다. 저자는 그가 보여준 무자비한 권력욕과 개인숭배 구축, 살인도 불사하는 의지 등이 ‘스트롱맨의 전형’이라고 말한다.

 


스트롱맨의 ‘공적’ 조지 소로스
 

소로스

소로스는 1990년대 공산주의가 무너진 유럽국가들이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는데 수십 억 달러를 지원했다. 확고한 자유주의자이자 억만장자 유대인 자선가로 ‘글로벌리즘’의 상징이 됐다. 이는 곧 ‘스트롱맨의 적’이 되었다는 얘기다. 민족주의 스트롱맨 시대에 그는 국제주의자였다. 집단이 아닌 개인의 권리를 중시했다. 나치에 침공당한 헝가리 출신이라는 태생적 배경이 그 배경이었다.


무엇보다 ‘열린 사회’ 이론으로 관용과 합리적 회의주의 등을 주창했던 오스트리아 철학자 칼 포퍼의 영향이 컸다. 자주 ‘교활한 국제금융가’라는 비판이 덧씌워지긴 하지만 그는 ‘정치적 자선’을 목표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열린 사회라는 대의 실현에 막대한 재산을 투입해 왔다. “소로스가 날 탄핵하려 했다”고 주장하던 트럼프는 여전히 ‘반 소로스’ 압박을 펼치고 있다.

 


스트롱맨 시대의 바이든은…
 

바이든

바이든은 국내에서는 트럼프의 영향력이 여전한 공화당과, 해외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독재적이 스트롱맨들과 대치 중이다. 그는 위험한 트럼프주의에 국민들이 현혹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2조 달러에 가까운 경기부양책을 펼쳤다. 그러나 2021년 여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로 대혼란이 야기됐다. 지금 미국 관료들은 바이든이 실패할 까봐, 그리고 트럼프가 재 집권했을 때 그것이 미국과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벌써 두려워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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