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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우주'로 쏘아올린 대기록, 일본 간 소녀상 끝내 눈물… 명암 짙었던 전시·미술계

[2019 문화계 결산 ⑥ 전시]

입력 2019-12-20 07:00 | 신문게재 2019-12-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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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045억원(예술경영지원센터 발표)으로 정점을 찍은 한국 미술시장규모는 2013년 3249억원으로 급감한 이래 5000억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와 아트프라이스의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결산’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도 지난해 동기대비 19.8%(204억원)나 줄었다. 설상가상 정부의 미술품 과세 강화 움직임으로 미술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침체 일로에도 데이비드 호크니 展, 마르셀 뒤샹 회고전 등이 관람객 몰이에 나섰고 미술계는 해외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김환기의 대표작 ‘우주’(Universe 5-IV-71 #200, 이하 우주)가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또 다시 경신했고 백남준, 이우환, 양혜규, 정우범, 구본창, 이영희 등의 해외 전시들이 주목받았다.  

 

아트페어들은 끊임없이 열렸지만 모호한 정체성, 변별력 없이 비슷비슷한 성향, 인사 불공정 시비 등으로 숙제들만 산적했고 미술가그룹 ‘옥인콜렉티브’의 멤버 이정민·진시우 부부가 돌연 세상을 떠났다. 부산시립미술관장 갑질 논란, 광주시립미술관 검열 논란, 울산시립미술관 건립 갈등, 50주년 맞은 국립현대미술관 신임관장 코드인사 논란 등으로 얼룩지기도 했다.

 


◇ 침체 속에서도 문전성시 호크니·뒤샹 展 

 

호크니전
데이비드 호크니 전(사진=허미선 기자)

 

테이트모던 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이 공동기획한 ‘데이비드 호크니’展은 3월 22~8월 4일 37만 5350명의 관람객을 만났다. 20세기 팝아트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데이비드 호크니는 2017년 탄생 80주년을 맞아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 뉴욕 메트로플리탄 뮤지엄과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동시에 전시회를 진행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는 현대미술의 거장이다.

서울시립미술관 관계자는 “그간은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미술관을 찾았다면 ‘호크니’ 전은 젊은 층이 부모와 같이 오거나 부모를 위해 관람권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고흐, 르느와르, 샤갈 등 고전 명작이 아닌 현대미술 작가의 전시회로는 가장 많은 관람객이 다녀간 전시이기도 하다. ‘좋은 건 N차 관람’이라는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이 고스란히 반영돼 미술계로까지 확산됐고 작가 및 작품에 대한 사전정보 숙지, 아카이브나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증가한 체류기간 등 관람문화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이 공동주최로 진행했던 마르셀 뒤샹의 회고전도 23만 5000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지난 8월 15일 부산현대미술관에서 개막한 ‘레인룸’은 하루 최대 540명만 수용할 수 있는 제한조건에도 수만명이 다녀가는 등 침체일로에도 선전하는 전시들은 존재했다.



◇ 해외로 발길 돌린 작가들
 

테이트모던에서 개막한 백남준 회고전
테이트모던에서 개막한 백남준 회고전 (전혜정 런던 동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연합)

 

시장 침체가 심화되면서 국내 주요 작가들은 해외로 발길을 돌렸다. 영국의 테이트모던은 지난 10월 고(故)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와 TV 설치, 작곡, 공연 등 200여점을 망라한 특별전을 개막했다.

단색화가 이우환은 파리 퐁피두센터·워싱턴 DC 허시혼 박물관, 설치작가 앙혜규는 재개관하는 뉴욕현대미술관, 사진작가 구본창은 도쿄 젠포토갤럴리, 비누조각가 신미경은 런던 바라캇갤러리, 수채화가 정우범은 자카르타 국립현대미술관과 반둥 수나리오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었거나 글로벌 관람객을 만날 채비에 한창이다.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원로미술가 19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해외로 향하는 발길이 분주한 한해였다.

 

전시되어 있는 김환기 1971년작
홍콩 홍콩컨벤션전시센터(HKCEC) 그랜드홀에 전시된 김환기 1971년작 ‘우주’(Universe 5-IV-71 #200). 이 작품은 23일 열린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32억원에 낙찰됐다. (연합)

  

그 가운데 김환기 작가의 작품은 호황을 이뤘다. 지난해 5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3-II-72 #220’이 6200만 홍콩달러(85억3000만원)에 낙찰되면서 한국 미술품 최고 낙찰가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김환기는 지난 11월 ‘우주’로 다시 한번 한국 미술의 역사를 새로 썼다. 

 

11월 23일 홍콩컨벤션전시센터에서 진행된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우주’는 33번의 경합 끝에 8800만 홍콩 달러(약 131억8750만원)에 낙찰됐다. ‘우주’의 기록 경신으로 한국 미술품 경매가 베스트 10 중 9개가 김환기의 작품이다.  



◇ 열띤 생존의 현장, 아트페어들 그러나…  

 

부산국제아트페어 주말 관람
부산국제아트페어(연합)

 

화랑미술제, 아트부산, 한국국제아트페어, 부산국제아트페어 등 한해에만 70여개의 아트페어들이 열렸다. 더불어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작가미술장터’까지 합세했지만 작가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시회를 열수록 손해’라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전시 기회도 줄어들면서 아트페어는 작가들로 넘쳐났다. 아트페어는 일년 내내 쉴 틈 없이 열렸지만 모호한 정체성, 변별력 없는 그만그만한 성향, 인사 불공정 시비 등으로 얼룩지며 인적 네트워크에 기댄 판매에 그쳤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KEB하나은행과 6월부터 금융지원사업인 예술인생활안정자금대출 시범사업 시행으로 예술가들의 창작환경 개선 및 생활고 해갈에 나섰다. 내년부터는 지원대상도, 예산도 늘 것으로 알려져 전업작가들의 숨통이 어느 정도는 트일 전망이다. 



◇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 논란  

 

일본 예술제에서 소녀상 전시 재개
일본 예술제에서 소녀상 전시 재개 (연합)

 

3·1운동·건국 100주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전시가 풍성했던 미술계에 어이없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위안부 및 강제징용 문제로 경제보복에 나선 일본으로 인해 한일 갈등이 고조되던 8월 일본에서 열리는 예술제인 아이치트리엔날레가 주최하는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에 출품됐던 김운성(55)·김서경(54)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사흘만에 중단됐다.  

일본 정치권의 외압과 우익의 항의에 의한 전시 중단에 한국 뿐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더불어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산하기관으로 전세계 현대미술관장, 기획자들의 네트워크인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CIMAM)는 정치적 협박과 위협으로 전시가 중단되며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 데 대해 강력한 비판을 가했다. 

10월 일주일 간 전시는 재개됐지만 주최 측이 구성한 일본 검토위원회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나 부당한 제한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려 다시 한번 속내를 드러냈다.


◇미술가그룹 ‘옥인콜렉티브’의 멤버 이정민, 진시우 부부작가 별세

옥인
이정민, 진시우 부부작가 별세(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8월에는 옥인콜렉티브의 이정민·진시우 부부작가의 별세 소식이 전해졌다. 각각 향년 48세, 44세로 두 사람은 세상을 떠나기 전 지인들에게 이메일 편지를 예약 발송했다. 2018년도 12월부터 불거진 옥인 내부 갈등에 대한 책임을 언급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옥인콜렉티브는 1971년 인왕산 자락에 들어선 옥인아파트가 철거 위기에 처했던 2009년 그곳 주민이던 김화용 작가와 이정민·진시우 부부를 주축으로 꾸린 작가그룹이다. 도시개발 과정 문제를 공동체와 개인 관계를 중심으로 고찰하며 도시재개발, 부당해고, 위험사회 등을 주제로 라디오방송, 영상, 퍼포먼스 등으로 풀어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시리즈 # 즐거운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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