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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치인트’ 이윤정 PD가 그리는 청춘예찬, MBC ‘태릉선수촌’

[혼자보기 아까운 히든콘] MBC 베스트극장 '태릉선수촌'

입력 2016-02-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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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베스트극장-태릉선수촌’ (사진제공=MBC)

 

 

설익었지만 빛이 난다. 서투르지만 열정적이다. 그래서 '청춘'의 시간은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추억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통스런 아픔으로 기억된다. 불투명한 미래를 향해 밭은 숨을 내쉬며 땀 흘렸던 열병같은 시간은 '성장통'이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지난 2005년 방송된 MBC 드라마 ‘베스트극장-태릉선수촌’(극본 홍진아 연출 이윤정)은 이러한 청춘들이 앓는 ‘성장통’을 집대성한 보고서다. 드라마는 태릉선수촌 내 수영, 양궁, 유도, 체조 국가대표 선수들의 성공과 좌절, 시련과 방황 그리고 일과 사랑을 8회에 걸쳐 내밀하게 묘사했다. 


국가대표 1인자지만 나이라는 신체적 한계에 무릎 꿇어야 했던 수영의 이동경(이선균),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 앞에 극심한 슬럼프를 앓는 양궁 방수아(최정윤), 뚜렷한 비전도 목표도 없지만 청춘이라는 특권을 누리며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유도 홍민기(이민기), 촉망받는 천재지만 사람을 진심으로 대할 줄 모르는 체조 정마루(송하윤)까지.

드라마 속 네 주인공은 냉철한 승부의 세계에서 청춘의 시간을 아로 새긴다. 자신의 분야에서는 1인자지만 여전히 어리고 혼란스러운 국가대표들은 혹독한 땀의 배신에 눈물을 머금고 새로운 사랑의 유혹에 흔들린다.

드라마는 당시 풋풋했던 배우들의 모습과 감정선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극심한 슬럼프를 앓는 수아에게 이마를 통해 기를 나눠주거나 과자 산을 쌓아놓는 민기에게 ‘심쿵’하고 별 것도 아닌 일에 말다툼을 벌이는 수아와 동경의 냉기류에 고개를 끄덕인다. 훈련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 하늘을 향해 활시위를 쏘는 수아의 몸짓에서 망망대해 같은 미래를 향한 불안함과 막막함이 느껴진다.

 

이 드라마의 백미는 네 주인공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가 내리는 진흙탕에서 뒹구는 신이다. 앞으로 이들에게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모르지만(이 장면 뒤 동경과 수아는 결별하고 마루는 부상을 입는다) 찰나의 일탈을 즐기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드라마는 “청춘이니까 괜찮다”고 다독이며 위로한다.

지금은 재벌가 사모님이 된 배우 최정윤은 11년 전 싱그럽고 풋풋한 외양으로 슬럼프를 앓는 양궁선수 역을 소화해내며 배우로서 자리매김했다. 당시만 해도 재연배우로 오해 받았던 배우 이선균은 ‘태릉선수촌’에 이어 ‘커피프린스1호점’에 연이어 출연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내딸 금사월’의 오월이 송하윤은 김별이라는 예명으로 출연했고 이민기 역시 이 작품을 통해 청춘스타로 발돋움했다.

이는 최근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 이윤정PD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이PD는 당시 1회성 단편드라마 위주로 방송됐던 베스트극장에 처음으로 8부작 드라마를 선보였다. 100% 야외촬영, 인디밴드와의 협업을 통한 여성 특유의 감성적인 음악 선곡 등 당시만 해도 흔치 않은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모았다. ’태릉선수촌’을 밑거름 삼아 성장한 이PD는 이후 ‘커피프린스1호점’ ,‘트리플’에 이어 ‘치즈인더트랩’을 선보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PD로 자리잡았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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