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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느닷없이 욕하고 끊임없이 계산하고...강박증 하나 정도 없는 사람 있나요? 연극열전 '톡톡’

[혼자보기 아까운 히든콘] 조금 달라도 괜찮아, ‘사연 충만’ 강박증 환자들의 ‘웃픈’ 연극 ‘톡톡'
서현철, 최진석, 김진수, 김대종, 정수영, 정선아, 김아영, 이진희, 손지윤, 김지휘, 김영철 등 출연
이해제 연출, 오세혁 각색 2017년 1월 30일까지 대학로 TOM 2관

입력 2016-11-14 07:00 | 신문게재 2016-11-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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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유명 작가이자 배우이며 TV쇼 진행자 로랑 바피(Laurent Baffie)가 집필한 연극 ‘톡톡’(2017년 1월 30일까지 대학로 TOM 2관)이 한국에서 아시아 초연 중이다. 

 

강박증의 영어표현(Troubles Obsessionnels Compulsifs, TOC)에서 제목을 딴 ‘톡톡’은 어딘가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강박증 환자들이 한데 모여 한참을 오지 않는 강박증 치료의 최고 권위자 스텐 박사를 기다리며 벌이는 왁자지껄 코미디다. 

 

2010년부터 시작된 ‘연극열전’ 시즌6의 ‘나무 위의 군대’, ‘킬 미 나우’, ‘햄릿-더 플레이’에 이은 4번째 작품이다. ‘웃음의 대학’, ‘키사라기 미키짱’ 등의 이해제가 연출하고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라흐마니노프’, 연극 ‘보도지침’, ‘헨리 4세-헨리왕자와 폴스타프’ 등으로 작·연출을 넘나드는 오세혁 작가가 각색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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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톡톡’.(사진제공=연극열전)

 

시간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약속시간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교통상황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직업이 직업인지라 기자회견, 인터뷰 등 시간을 쪼개 스케줄을 짜다보면 이동시간, 일정수행 시간 등을 자꾸만 확인하게 된다. 

 

어느 한군데서 어긋나는 날에는 그야 말로 지옥같은 하루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누구에게나 강박증이 있다. 그리고 강박증에는 분명하든 어슴프레든 원인과 사연이 존재한다. 연극 ‘톡톡’ 속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시도 때도 없이 욕설이 튀어나오는 ‘뚜렛증후군’ 프레드(서현철·최진석), 끊임없이 계산하는 ‘아리스모 마니아’인 택시기사 벵상(김진수·김대종), 어딘가 누군가의 손길만 닿아도 씻기 바쁜 ‘질병공포증후군’의 무균실 연구원 블랑슈(정수영), 가스밸브·수도꼭지·전기스위치·열쇠 등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마리(정산아·김아영), 같은 말을 반복해야하는 ‘동어반복증’ ‘반향언어증’ 릴리(이진희·손지윤), 선을 밟으면 호흡곤란에 빠지는 ‘선공포증’, ‘대칭집착증’에 시달리는 밥(김지휘·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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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톡톡’.(사진제공=연극열전)

 

점잖고 소심한 프레드는 느닷없이 욕설을 퍼붓고 끊임없이 계산하는 강박증에 이혼까지 당한 벵상은 그런 프레드가 몇분만에 욕을 몇번이나 했는지를 꼼꼼히 계산한다. 가장 먼저 도착해 시도 때도 없이 ‘ㅆ’의 향연을 선사하는 프레드에 벵상도, 마리도 “욕먹고 사과하기는 처음”이라고 미안해한다. 느닷없이 파이(π)의 소수점 50자리까지를 외워대는 벵상은 자신만은 정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마리는 시시때때로 가스를 켜두고 왔다고 뛰쳐나가려고 하거나 열쇠가 없어졌다고 벌떡 일어서 사람을 놀래키고 블랑슈는 옷깃만 스쳐도 큰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이다. 두번씩 말하는 강박증에 좀체 말을 않던 마리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두번씩 말하느라 진을 빼고 밥은 등장하자마자 바닥의 선을 밟고는 호흡곤란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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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톡톡’.(사진제공=연극열전)

보는 이마저 혼이 빠질 지경으로 내모는 이들 역시 증상이 좀 심하고 많이 달라 보이지만 사연과 원인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속내를 감추기만 했거나 사랑하는 이에게 제대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지 못했다. 언제나 놀림거리였던 6명이 모여 오지 않는 스텐 박사를 기다리며 어울려 게임을 하는가 하면 로맨스도 생겨난다. 서로를 위안하고 다독이는가 하면 치료 의지를 불태우기도 한다. 

극 초반 우리와는 너무 다르다는 생각에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들던 그들의 왁자지껄 코미디가 어느 순간 ‘내 이야기’가 된다. ‘톡톡’의 이해제 연출은 “연극 자체가 세상 안에 조그만 세상을 만들어 배우라는 전언자를 통해 우리가 가진 문제점, 삶의 의미 등의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던 의도는 꽤 적중했다. 

외롭게도 혼자 떠돌거나 대중 사이에서 놀림거리 혹은 기피대상이었던 6명이 한데 모여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깨닫는 순간에는 마치 내 이야기처럼 환호를 지르게 된다. 그들은 의학적으로 치료에 실패했다. 하지만 어느 찰나라도 강박증을 떨쳐 버렸던 순간을 찾기 위해 애쓰며 서로에게 외치는 “괜찮아”가 보는 이에게도 위로가 되는 걸 보면 꼭 실패만도 아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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