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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청계천 길 따라 ‘희망의 불’ 밝히며 다시 걷는 서울관광재단 길기연 대표이사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 "청계천 밝힌 한지등, 일상회복 희망도 밝혔으면"

입력 2021-11-26 18:30 | 신문게재 2021-11-2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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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관광재단 길기연 대표이사(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는 희망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코로나19는 여전히 어려운 여건이지만 서울빛초롱축제를 시작으로 서울도 다시 기지개를 켠다는 이미지를 주고자 했죠.”    

 

‘2021 서울빛초롱축제’(11월 26~12월 5일까지 청계천 일대)가 온·오프라인으로 병행되는 데 대해 서울관광재단 길기연 대표이사는 ‘희망’과 ‘서울의 다시 기지개 켜기’를 언급했다. 서울빛초롱축제는 20019년 출범해 13회를 맞는 서울 대표 축제 중 하나로 10여년 간 2400만명이 다녀갔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처럼 온라인 축제로 준비하다 “오프라인 행사가 주가 되는 온·오프라인 축제”로 급선회하면서 비용 부담이 발생하고 재게 발품을 팔아야 했다. 그럼에도 이같은 결단을 내린 것은 청계천을 따라 불을 밝히며 전할 ‘희망’과 ‘시민들의 만족도’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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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초롱축제 주제증 중 하나인 ‘비밀의 문’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이에 올해 행사의 주제도 ‘힐링, 도심 속 숲’이다. 그 주제에 맞는 ‘느릿나무’ ‘비밀의 문’ 등을 비롯해 ‘달무리’ ‘연꽃’ ‘도심숲’ ‘플랜테리어’ ‘꽃밭에서’ 등과 ‘거북이’ ‘다람쥐’ ‘장수풍뎅이’ ‘책 읽는 부엉이’ ‘팬더가족’ 등이 청계천을 따라 빛으로 물들이며 힐링숲을 조성한다.  


숲을 이루는 작품들과 더불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비롯한 ‘고양이나무’ ‘하트카드병사’ ‘모자장수’, ‘쿵푸팬더’의 ‘타이그리스’와 ‘시푸’, 전통적인 ‘말탄장군’ ‘호랑이’ ‘소리꾼’, 놀이인 ‘술래잡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알록달록한 ‘추억의 로봇’,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니션 주인공인 ‘로보카폴리’와 ‘로보카엠버’, ‘호두까지 병정’ ‘피노키오와 제페토’ ‘변신로봇’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 마블히어로 아이언맨트랜스포머의 범블비 등을 만날 수 있다. 

 

“자연적인 청계천과 숲이 어우러지는 걸 모티프로 했습니다. 숲과 자연이 어우러지면 그 자체로 힐링이잖아요. 청계천 나무와 밸런스를 맞춰 시민들이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달래고 초록 나무로 희망을 찾으시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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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관광재단 빛초롱축제 대상작 ‘별처럼 빛나는 고양이’(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청계천 따라 ‘희망의 빛’으로 물들이는 힐링 숲 

 

“온라인 축제 준비가 한창일 때는 등이 20, 30개뿐이었어요. 오프라인으로 전환하면서 발품과 수소문으로 우리 전통 한지등 56세트, 80점을 확보했죠. 100번 보는 것보다 한번 가는 게 낫잖아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는 아무도 몰라요. 방역과 안전사고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요.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저에게, 재단에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겠죠. 하지만 그 위험보다 축제현장을 찾은 시민들의 만족도가 훨씬 높고 좋아할 거라 믿어요.” 


길 대표의 결단으로 청계천 광장 앞 모전교부터 광통교, 광교, 장통교까지 화려하고도 섬세한 한지등들이 늘어선다. 축제 출범 후 처음으로 디자인 공모전도 진행해 콘텐츠 다양성과 새로움도 더했다.  

 

“13회째를 맞으면서 시민 참여도를 높이고 싶었고 시민들의 아이디어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다들 갇혀 지내다시피하면서 우울하실테니 공모전 작품을 준비하며 새로운 희망의 시간을 갖기를 바랐죠.” 


한국적인 것과 등 제작 가능성, 주제인 ‘힐링, 도심 속 숲’ 표현 등을 기준으로 심사해 ‘별처럼 빛나는 고양이’ ‘도심(渡心) 숲’ ‘달무리’ 등이 각각 대상,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대상을 차지한 ‘별처럼 빛나는 고양이’는 변상벽의 묘작도, 남계우의 꽃과 나비 등 조선 후기 민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전소희 작가 작품으로 날아다니는 나비를 쫓는 고양이의 형상을 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나비와 고양이는 장수를 뜻했다고 해요. 나비를 쫓는 고양이의 모습 자체로도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이면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며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근심과 걱정을 잊기 바라는 마음이 담겼습니다.”



◇우리등의 매력 알리는 축제 키워드 #온오프 #최첨단기술 #ESG경영

 

길기연 대표
서울관광재단 길기연 대표이사(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우리등의 매력은 고해상도와 고화질로 표현되는 다이내믹함이죠. 우리 작가들은 솜씨가 뛰어난데다 창의력도 풍부하고 섬세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한지는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고미술품 보관에 쓸 정도로 튼튼해요. 한지 작품을 따라올 게 없죠.”

한지를 재료로 하는 우리등에 대해 이렇게 전한 길 대표는 서울빛초롱축제의 차별점은 “도심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등축제”라 밝히며 이번 축제 키워드를 “온오프라인 병행, 최첨단 기술의 동원, 환경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ESG 경영의 일환”이라고 꼽았다. 이어 “온오프로 병행하면서 실물 한지등 작품 뿐 아니라 증강현실, 가상현실 등으로 표현된 온라인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관광재단 길기연 대표
서울관광재단 길기연 대표이사(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한지등 자체가 친환경 작품이에요. 천이나 플라스틱, 비닐 등이 아니라 한지를 배접(여러 겹 포개 붙이는 작업)해 만들거든요. 전시가 끝난 후에도 유지보수를 거쳐 재활용되기 때문에 폐기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요. 특히 올해는 온오프라인 병행 축제로 전환되면서 ‘전시’에 방점을 찍고 기념품, 체험 프로그램 등을 축소하다 보니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제작되던 체험·판매 물품들을 줄일 수 있게 됐죠.”  

 

그리곤 “나무, 숲 등 관련 한지등들이 주로 전시되면서 숲을 잘 가꾸면 탄소제로에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도 전할 수 있게 됐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뉴노멀로 자리잡은 ESG경영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는 서울관광재단의 슬로건인 ‘시민과 세계인이 함께 하는 국제관광도시 서울’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어 길 대표는 “코로나19 발생 후 6637개 관광사업체에 약 150여억원의 지원금 지급을 완료하고 10월에는 부패방지경영시스템(ISO37001) 인증을 받는 등 ESG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모객에만 몰두해 약속 불이행이 만연하던 여행문화를 불식시키는 공정관광을 위한 노력과 여행 스타트업 육성·지원, 관광 정보를 위한 방송 제작 지원, 해외 디지털 통합마케팅, MICE 기업지원센터 및 글로벌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등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 서울의 MICE산업 육성을 위해 설립한 서울 MICE 얼라이언스(SEOUL MICE ALLIANCE, SMA)를 통한 해외 MICE 전문박람회 공동참가, 국제기구 서울 현장 답사 지원, 미디어 초청 팸투어 등을 진행 중이다. 2011년 6월 설립한 SMA는 컨벤션센터, 호텔, 국제회의기획자(PCO), 여행사 등 MICE 업계 10개 분야 300여개사가 가입된 민관협력체다.

 

더불어 장애인, 고령자, 영유아, 임산부 등 관광 약자를 위한 원스톱 관광센터 ‘서울다누림관광센터’ 적극활용, 코로나19로 중단되거나 백신접종 수송 차량으로 활용되던 휠체어 리프트 차량(서울 다누림 미니밴) 서비스 재개, 관광안내시설을 활용한 재활용품 수거시설 설치를 통한 탈플라스틱 운동 등도 진행된다.  

 

길기연 대표
서울관광재단 길기연 대표이사(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이미 만들어진 작품들을 활용해 서울의 25개구를 돌며 찾아가는 빛초롱축제를 기획하기도 했었어요. 10대의 트럭에 실어 금천사거리, 강동사거리 등에서 이동식 축제를 벌일까 했죠. 하지만 5, 60킬로로 달리는 차에서의 안정성 등 기술적 문제와 교통정리 등 진행상의 문제로 차후로 미뤄야 했어요.”  

  

이렇게 아쉬움을 토로한 길 대표는 “처음부터 25개구 전부를 돌 수는 없지만 점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구청 차원에서 먼저 전시를 하고 시청으로 집결하든, 시청에서의 대규모 전시 후 구로 분산되든 구별 순회전을 구상 중”이라고 귀띔했다.

“평등한 문화향유권, 지역 특색 강화, 서울빛초롱축제의 다양성 확보 등 중앙과 지역 분산은 매우 효용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빛초롱축제가 개최되는 중구나 종로구 사람들만 서울시민은 아니니까요. 지역순회를 비롯해 청계천에서 곧 완공될 광화문광장, 서울시청, 인사동, 삼청동까지 이 일대를 하나로 아우르는 축제로 확장시켜갈 계획입니다. 그렇게 서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축제로 키워나가야죠.”


길기연 대표
서울관광재단 길기연 대표이사(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K콘텐츠 르네상스에 대처하는 자세

 

“전세계적으로 ‘한국’이 문화 키워드가 되고 있어요. ‘기생충’ ‘미나리’ 등이 오스카 상을 거머쥐었고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한 K팝, ‘오징어게임’ ‘지옥’ 등까지 K콘텐츠 열풍이죠. 이로 인해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주시하고 있어요.”


이는 재단의 홍보대사인 방탄소년단이 출연한 영상 조회수로도 증명되고 있다. 길 대표 설명에 따르면 3억9000만뷰에 달하던 BTS의 홍보영상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6억만뷰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가 워낙 극성이라 뜻을 제대로 펼 수 없는 입장이고 비대면이 많지만 열심히 국내외 소통 채널을 운영 중”이라는 길 대표가 직접 나서 전세계 14개국과 소통한 컨퍼런스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서울을 궁금해 하고 오고 싶어 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온오프라인으로 치러지는 서울빛초롱축제가 별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되는 것이 ‘서울은 안전하다’는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전세계에서 ‘안전’의 기준점으로 삼을 것이고 지구상 어디에도 없는 체계적인 코로나19 방역체계 구축과 손님 맞을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겠죠.”


길 대표는 “안전과 더불어 한국의 문화적 우월성, 고도화된 디지털 인프라 등을 알릴 콘텐츠 및 프로그램 개발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조선이나 고려처럼 사관들이 왕 옆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는 문화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 문화가 한국을 문화강국으로 이끈 뿌리”라고 전했다.

 

“그 기록 문화와 더불어 훈민정음, 팔만대장경 등을 통해 지금의 스트롱 포인트를 가지게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역사적 근거들과 현재의 문화적인 것이 어우러져 서울 마케팅의 포인트가 돼줄 거예요.”

 

길기연 대표
서울관광재단 길기연 대표이사(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이에 취임 4개월차를 맞은 길기연 대표는 서울빛초롱축제를 신호탄 삼아 임기 내 이루고자 했던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드라마 촬영장소, 관련 소품 및 MD개발과 ‘펫카운티’ ‘뮤직카운티’ 등 지역자치구의 특색을 살린 테마 및 관광자원, 콘텐츠 개발, 도심에 등산하기 좋은 산들이 둘러싼 서울의 특성을 살린 강북지역 서울 산악관광안내센터 등을 추진 중이다.

“서울은 남산·낙산·북악산·인왕산 4개의 내사산과 관악산·아차산·북한산·덕양산 4개의 외사산으로 둘러 싸여 있죠. 서울의 이 특성을 살려 도심산악관광(Urban Climbing Tour) 센터를 구상하고 있어요. 초중고급으로 나눠 산악의류부터 자일 등 전문장비까지 대여할 예정입니다. 실제 한국인들이 향유하는 등산 후 막걸리, 파전, 도토리묵을 먹으며 친목을 다지는 문화도 알리고 관광 소외 지역의 레스토랑, 카페, 음식점 등 소비도 활성화할 수 있죠.”

 

길기연 대표
서울관광재단 길기연 대표이사(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이와 더불어 각 자치구만의 특성을 살린 테마를 발굴하는 작업도 이미 시작됐다. 길 대표는 “반려동물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위드 반려견’ 투어 7개 코스를 만들었다” 귀띔하며 “뛰어놀 공간을 비롯해 견주들을 위한 레스토랑, 카페 등과 사료, 옷, 미용 등 반려동물의 모든 것을 갖춘 ‘펫카운티’를 관련 기업들과 협력해 조성하는 식”이라고 부연했다.  


“벨기에 브뤼셀 인근의 디낭은 색소폰이 처음 탄생한 도시예요. 인구 2만명도 안되는 작은 도시지만 축제가 열리는 일주일 동안 전세계에서 50만명이 다녀가죠. 하나의 구로 안되면 여러 구를 묶어 테마별 클러스터를 조성할 수도 있어요.” 

 

더불어 전세계 55개국에서 활동 중인 130명의 외국인 서울관광 홍보단 ‘글로벌서울메이트’를 통한 콘텐츠 홍보 전략도 수행하고 있다. 길 대표의 설명처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행·관광 생태계는 이미 다 무너져 버렸다.” 

 

관광객을 주요 타깃으로 하던 명동, 인사동 등의 상가들이 텅 비어 버린 상황에서 길 대표는 “하루라도 더 머물게 만드는 도시 서울을 위해 지속가능한 관광콘텐츠를 개발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울관광재단은 서울 마케팅 기관이죠. 홍보대사인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소프트웨어적인 것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간 서울관광하면 고궁, 남산, 시장 위주였지만 이는 한계가 있어요. 동일한 패턴화로 서울 이탈 현상이 심화되지 않도록 보다 다채롭고 서울의 진면목을 보여줄 콘텐츠 및 프로그램 개발에 고심 중이죠. 서울은 여전히 개발되지 못한 저력과 가능성들을 가진 도시예요. 보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영국의 런던아이나 영화 ‘아바타’를 떠오르게 하는 싱가포르의 ‘슈퍼트리쇼’ 등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도 서서히 고민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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