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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임무 마친 항공기·유니폼, 아낌없이 주네

항공업계 부는 '업사이클링' 바람

입력 2023-06-21 07:00 | 신문게재 2023-06-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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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사들을 중심으로 ‘업사이클링’ 열풍이 불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링(recycling)을 합친 말로 기존에 버려지던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가치로 다시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의 ‘탄소 감축’ 추세에 맞춰 항공업계가 ESG 경영을 강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 대형항공사, 환경 지키기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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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업사이클링 네임택·볼마커.(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지난 5월 은퇴한 보잉 777-200ER 항공기 자재를 활용해 만든 네임택과 골프 볼마커를 출시했다. 이 제품들은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합금인 ‘두랄루민’ 소재의 항공기 동체 표면을 잘라내 만든 것으로 사용된 동체 부분에 따라 두께와 색상이 다르다. 두 제품에는 ‘BOEING 777-200ER’ 레터링과 항공기 일련번호인 HL7715가 새겨졌고, 제품마다 고유 일련번호가 부여됐다.

대한항공이 퇴역 항공기를 활용해 친환경 업사이클링(새활용) 상품을 제작·출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2021년 1월 운항을 종료한 여객기인 보잉 777 기종 HL7530 항공기의 표면을 업사이클링해서 네임택으로 제작했다. 자재 본연의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후가공을 최소화했고, 로고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색상의 디자인을 구현했다. 네임택 표면에는 고유 넘버링까지 각인했다. 해당 네임택은 주문 폭주로 당일 품절된 바 있다.

보통 퇴역 항공기는 제작사에 반납하거나 매각하지만, 대한항공은 “최초의 보잉 777 항공기의 은퇴를 기념하고자 해체되는 항공기 표면을 새롭게 활용 가능한 네임택으로 업사이클링했다”고 밝혔다.

같은 해 9월에도 보잉 747-400기종 HL7641 항공기 자재를 활용한 네임택과 골프 볼마커를 선보였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기내 용품 등을 활용해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에는 부분 훼손으로 재사용이 어려워진 기내 담요를 활용해 보온 물주머니를 만들어 기부했고, 올해 2월에는 노후 구명조끼로 만든 친환경 파우치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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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리사이클링 파우치. (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월 친환경 브랜드 ‘단하’와 협업해 유니폼을 활용한 새로운 5종의 여행용 파우치를 선보였다. 지난해 1월 국내 항공사 최초로 유니폼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태블릿파우치를 선보인 이후 두 번째 프로젝트다. 해당 제품은 아시아나항공 취항지인 서울, 하와이, 방콕, 홍콩, 다낭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디자인이 특징이며 여권, 화장품, 충전기 등 여행필수품을 간편하게 수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아시아나 항공은 수익금 전액을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 기부해 강화 매화마름군락지 생태계 보전 활동에 사용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연간 폐기되는 각 직종의 유니폼은 3만 여벌이다. 항공사 특성상 유니폼을 착용하는 직종은 운항승무원, 캐빈승무원, 정비사, 공항 직원 등 약 8000명이 넘는다. 아시아나항공은 해마다 폐기 소각되는 유니폼을 재활용하여 업사이클링함으로써 자원의 선순환과 환경 보호에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업사이클링을 통해 환경 보호와 함께 디자인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새로운 제품으로 제작하기 위해 노력했다” 고 밝혔다.

 


◇저비용항공사도 친환경 실천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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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에어가 친환경 업사이클링 제품을 제작했다. (사진제공=진에어)

 

진에어는 지난 1일 유니폼 청바지를 재생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제작했다. 진에어는 자원의 순환과 환경의 보호 등 ESG 경영 실천을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낭비를 줄이는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필통을 선정했다. 버려질 뻔한 청바지가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재탄생했고, 청바지 폐기 시 매립 및 소각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유해 물질 배출을 감소시켜 환경 보존에도 도움이 된다.

진에어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친환경 플랫폼 ‘지구랭’, 업사이클링 전문 브랜드 ‘할리케이’와 협업했다. 또한, 봉제 전문가로 구성된 대구 지역의 시니어클럽에서 유니폼의 선별·해체·재단 작업을 맡아 품질까지 챙겼다.

진에어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이러한 환경보호 활동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며 “ESG 경영 실천에 앞서 나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꾸준하게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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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유니폼 업사이클링 상품. (사진제공=제주항공)

 

제주항공도 지난 4월 항공 폐기물 자원을 재활용해 제작한 굿즈를 선보였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기내에서 사용한 구명조끼의 폐자재로 여권 지갑, 여행용 가방, 미니 파우치 등 여행용 기획상품 3종을 제작해 판매했다. 해당 재활용 제품은 기내 폐자재인 구명조끼 부위에 따라 모든 제품의 디자인과 패턴이 달라 나만의 소장품으로 간직할 수 있고, 여행할 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월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폐기 처분된 유니폼을 재활용한 상품인 ‘리프레시 백’ 시리즈를 제작했다. 지속적인 친환경 경영으로 올해는 한국경영인증원이 선정한 그린스타 LCC 부문 5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항공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제품 생산, 폐기와 관련된 부분에서 발생하는 탄소 저감 활동에도 참여 중”이라며 “ESG경영의 일환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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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부산 기내면세 종이 쇼핑백. (사진제공=에어부산)

 

에어부산은 이달부터 국내 항공사 최초로 기내 면세품 구매 시 제공되는 비닐백을 종이백으로 전면 교체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에서다. 종이 쇼핑백 제작 수량을 고려해 오는 11월까지는 기존의 면세백과 혼용해서 제공될 예정으로 화장품이나 가벼운 상품을 담는 쇼핑백부터 점진적으로 재생지 및 비목재지 등 친환경 소재 쇼핑백으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폐기되는 승무원 캐리어가방을 활용해 업사이클링 열쇠고리를 출시하기도 했다. 캐리어가방은 승무원의 비행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지급품으로 평균 2~3년에 한 번씩 교체하지만, 재사용이 어려워 전량 폐기처분된다. 서핑복 역시 대부분 합성고무로 만들어져 관리가 까다로워 원단이 찢기거나 갈라지는 경우가 많아 쉽게 버려진다. 에어부산은 당시 기내 판매 수익금을 부산 바다 정화 활동에 사용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버려지는 자원의 지속적 선순환을 통해 환경문제도 해결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ESG 경영 시대에 맞춰 지속적으로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업사이클링 열풍, 고객 확보에 긍정적

항공사들의 업사이클링 제품 판매는 고객 유치와 ESG 가치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환경보호 중요성과 미닝아웃 현상(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것)이 맞물려 업사이클링 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그룹이 지난해 발표한 트렌드 보고서 ‘소비자가 본 ESG와 친환경 소비 행동’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3분의 1은 ‘제품 구매 시 기업의 친환경 활동 여부’를 고려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9명은 향후 친환경 제품 구매 의향을 갖고 있었다. 또 응답자의 54.3%는 ‘10% 이내’의 추가 비용을 내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업사이클링 제품 판매가 당장의 수익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항공사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환경 보호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치소비 현상이 늘어나고 있는데, 업사이클링 제품 출시는 이들을 충성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라며 “최근 국내 항공사들의 친환경 마케팅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여 앞으로 업사이클링 제품은 다양화되고, 수량도 많아지는 등 ESG 경영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아영 기자 ay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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