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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나오는 조단위 유상증자, 마냥 악재일까?

입력 2023-09-10 11:20 | 신문게재 2023-09-1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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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치솟은 금리와 자금 융통이 막히면서 유상증자 열기는 올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다만 현재 기업들의 유상증자 성격이 과거와는 현저히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사업 확장,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위한 증자를 택했다면, 올해는 특히 ‘채무상환’을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기업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돈으로 빚갚는 형국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가 올해 1월부터 이달 초까지 올해 진행했거나 진행하고 있는 공모 유상증자 규모는 약 11조2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었던 지난 2020년 공모 유상 증자 규모는 7조원대에 불과했다. 유동성 장세가 최대치로 늘어난 2021년 15조원에는 못미치는 규모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2022년 공모 유상증자 규모인 8조4500억원보다는 큰 수치다. 올해에만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선 기업 수도 지난해(46개 기업)보다 2곳 늘어 48개다.

특히 이번 년도에는 조단위 큰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 기업들이 연달아 나왔다. 지난 1월 롯데케미칼이 주주배정 후 일반 공모방식으로 1조2155억원을 모집했고 SK이노베이션이 1조3014억원, 한화오션이 2조원 등 대규모 증자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의 유상증자는 지속 투자에 대한 수요가 늘자 신사업 확장 및 해외 진출 등을 명분으로 공모자금을 투입하는 성격이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인수 등에 공모 자금을 투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 화학 기업에서 그린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는 데 자금을 넣기로 결정했다. 한화오션 역시 해외생산 거점 확보 및 신형 선박 개발 등 새사업 확장을 위해 쓴다.

문제는 최근의 유상증자 방식이 신사업 투자나 사업 확장이 아닌 채무상환에 연동돼있다는 점이다. 주주 주머니에서 꺼낸 돈으로 기업의 위기를 막겠다는 것인데, 최근 진행된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례로 CJCGV는 지난 6월 20일 415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는데, 이중 54%인 2253억원이 채무상환을 위한 자금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발표에 CJCGV 주가는 지난 6월21일 하루만에 21% 넘게 급락했다. 최근 CJCGV는 지난 6~7일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상증자에서 청약률 89.4%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증권가는 올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한 기업들의 주가 향방이 크게 갈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부족한 자금을 갚기에 급급한 기업의 유증이 있는가 하면 신사업 확보를 위한 투자 목적의 유증을 진행한 기업을 가려내는 것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화오션과 CJCGV에 대한 유상증자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NH투자증권은 한화오션의 유상증자에 대해 “한화시스템 해양 사업 등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 유상증자의 주된 목적이 해양 방산인 점에 주목해야한다”며 “한화시스템이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함정 전투 체계와 정찰, 전투 역할을 하는 해양 무인체계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한화오션의 방위 사업 확대는 오히려 호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CJCGV에 대해서는 향후 미래 투자 지속성이 주가 향방을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본확충 완료 시 부채비율은 지난 2분기 1045%에서 약 323%로, 리스부채 제외 시는 약 122%로 개선되며, 신용등급도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며 “CGV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7억원으로 4년 만에 흑자 전환했으며 자본확충으로 극장 운영 첨단화와 재무구조 개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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