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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비록 회사생활 안 해 봤지만…" 엄지원의 기획실장 도전기

티빙 '잔혹한 인턴'으로 오피스물 도전 "다소 센 대사, 직장인 친구들에게 영감얻어"
작품으로 사회적인 목소리 높이는 소신배우 "그저 환기시킬 뿐"손사래

입력 2023-09-2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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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원
(사진제공=티빙)

 

도시적이고 능력있는 캐릭터에 배우 엄지원만큼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지난 15일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선사하며 종영한 ‘잔혹한 인턴’은 경단녀의 현실을 다룬 드라마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직장인 시절 독종으로 불리며 승승장구 하던 고해라(라미란)가 성공한 동기 최지원(엄지원)에게 은밀하고 잔혹한 제안을 받으며 7년 만에 회사에 복귀하면서 화려한 서막을 알린다.

극중 해란은 임신포기각서를 요구하는 조직 안에서 순종과 성과로 보답한 인물. 그에 가려지긴 했지만 인간적이고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는 늘 총대를 메던 지원은 가장 먼저 도태될 것 같았지만 역시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세월이 흘러 누구보다 빨리 임원을 달 것같았던 해라는 전업주부가 되어 있고, 지원은 성과에 있어서는 사내에서 알아주는 베테랑 중간 관리자가 되어 있었다. 비록 사생활은 포기했지만 질척이는 가족, 친구, 연애라는 인간관계를 일찌감치 쳐 낸(?)덕분이기도 하다. 

 

엄지원1
(사진제공=티빙)

 

“제가 그간 오피스물을 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자 사회 구성원으로 걱정하고 고민하는 것들이 모두 녹아있는 작품이라 흔쾌히 출연했습니다. 직장을 다니지 않았기에 회사에 다니고 있는 또래 친구들에게 열심히 물어가며 ‘정말 그래?’라는 질문도 많이했어요.”

의도한건 아니지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자신의 이름과 같은 캐릭터인 것도 뭔가 운명처럼 느껴졌다. 엄지원은 철저히 성공지향적인 해라와 전혀 다른 타입으로 각자도생의 회사 생활을 해온 캐릭터를 연기한다.인간적이고 정 많은 초년생을 벗어나 이제는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지닌 성과위주의 상사로 돌변한 것.

같은 긴 머리라도 머리띠를 하고 가디건을 겹쳐 입으며 순수함을 표현한 사회 초년생과 달리 극 후반부로 갈수록 비주얼과 스펙, 매력을 탑재한 기획 실장 특유의 매력을 풍긴다. 엄지원은 “깔끔하게 묶은 포니테일 헤어가 아니면 차라리 긴 머리를 단정하게 풀어 멋을 냈다. 거기에 다양한 액세서리를 함께 매치해 더욱 고급스런 오피스룩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 덕분일까. 외모에서 풍기는 프로패셔널함은 과거의 상처로 인해 결혼과 연애등 사생활은 차치하고 이기적인 워커홀릭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엄지원1
(사진제공=티빙)

 

 

“제 직업이 프리랜서에 가깝다보니 실장, 부장, 대리 등 직함의 개념도 없는 무지한 상태였죠. 그래서 더더욱 ‘저거 너무 연기인데……’싶은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동의하지는 않아도 성공을 위해 참는 부분이 분명 사회 생활에는 필요한데 그걸 최대한 표현하고자 했어요.”

엄지원은 인터뷰 중간 중간 “대본을 보면서 ‘요즘 세상에 이런 말을 한다고?’라고 많이 물어봤다”며 경험의 간극을 토로했다. 자신이 맡은 최지원이 한 때 동기였던 해라에게 정직원을 미끼로 고해라에게 ‘각같은 거 하지말고 회사에서 시키는 일이나 똑바로 해’라는게 너무 세다고 느낀것. 하지만 이내 과하지 않은 절제된 제스처와 말투가 성공이 우선인 캐릭터라면 충분히 할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배우가 안됐다면 저 역시 지원이처럼 성공 욕구가 있을거라 생각해요. 자기 생활의 일정 부분을 성공을 위해 희생하는건 배우로서도 물론 있거든요. 그 교집합을 잘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컸고 안쓰러우면서도 공감이 갔습니다.”

에너지는 남았는데 만날 사람이 없고 공허한 상황에는 극중 역할처럼 혼 술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지원이도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지 않나. 사회에서 업무를 잘하기 위해서 하고 있는 노력이 정말 공감갔다”고 미소지었다. 

 

엄지원
(사진제공=티빙)

 

‘잔혹한 인턴’은 단순히 사회의 부조리를 넘어 회사라는 조직에서 겪을 수 있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뻔한 클리셰를 답습한듯 보인다. 하지만 성별을 떠나 성공을 향해가는 인간의 욕망과 화해, 그리고 연대를 그리며 훈훈하게 마무리 된다.

그간 ‘소원’,‘미씽:사라진 여자’를 비롯해 환경보호 다큐멘터리 ‘보통의 용기’에 출연하며 어린이와 여성인권, 환경에 대해 작품으로 목소리를 내는 행보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의도를 갖고 하는 편은 아니다. 본능적인 행동과 결정에 가깝다. 그저 환기가 됐으면 하는 소소한 바람”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제가 임신과 출산을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자아실현과 생존의 도구인 ‘일’이 끊어진다는 것에 대한두려움에 많이 공감하며 ‘잔혹한 인턴’에 임했습니다. 일희일비하지 않으려는 성격도 한 몫했지만 감사하게도 연기적으로 큰 슬럼프를 겪지 않았기에 앞으로 남은 20km 잘 뛰어보려고요. 연기를 마라톤 으로 비유했을때 42.195km에서 딱 반 온 것 같아서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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