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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제목도 엄정화 처럼, 우주최강 '화사한 그녀'

[人더컬처] 영화 '화사한 그녀' 엄정화
허당미 넘치는 변신의 귀재, 다양한 아이디어 제시하며 촬영
"올해는 제 인생 최고의 해, 연말엔 23년만에 콘서트 열 계획"

입력 2023-10-16 18:30 | 신문게재 2023-10-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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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역전을 꿈꾸면서도 매번 허탕만 치는 작전꾼이 엄정화가 맡은 배역이다. 사기가 당연한 딸(방민아)을 보며 큰 한방 후 은퇴를 꿈꾸는 인물. (사진제공=제이엔씨 미디어그룹)

 

롱런하는 배우이자 탤런트, 가수로 엄정화 만큼 ‘잘 된’ 스타가 또 있을까. 그의 말대로 “히트곡도 많아서 연기할 때 초반엔 욕 좀 먹었다”는 말이 밉지 않은 건 그 역시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가수 출신의 배우가 훨씬 더 많은 끼를 발휘하며 스크린을 넘어 뮤지컬까지 활약하는 시대지만 엄정화는 그 외로운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올 초 ‘닥터 차정숙’을 통해 전세대의 사랑을 받으며 엄정숙으로 불렸던 그는 예능 ‘댄스가수 유랑단’으로 다시금 가수로서의 매력을 발휘해 연말에는 대규모 콘서트도 예정돼 있다. 지난해 개봉 예정이던 영화 ‘화사한 그녀’가 개봉하는 건 ‘대세 엄정화’의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야심이 가늠되는 대목이다.

 

“올 한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 많아요. 이 영화의 본분인 즐거움을 관객들이 극장에서 많이 느끼고 가셨으면 합니다. 되도록 직언을 해주는 동생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일단 안심하고 있어요. (송)혜교가 즐거운 영화라고 하고 (홍)진경이도 ‘무슨 코미디가 이렇게 웃겨?’라고 하는 걸 보니 아직까진 코믹발랄한 장르가 저에게 잘 맞는 옷 같아요.” 

 

화사한그녀
지난 11일 개봉한 ‘화사한 그녀’는 영화 ‘30일’이후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키며 예매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제공=제이엔씨 미디어그룹)

 

극 중 엄정화가 맡은 ‘꾼’ 지혜는 화려한 변장술의 대가로 영혼까지 끌어 모아 작전을 펼치지만 허당미가 가득한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마지막 큰 판을 계획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범죄 오락물로 걸스데이 출신의 방민아와 모녀로 호흡을 맞춘다. 액션부터 코믹, 멜로를 오가는데 특화된 엄정화의 존재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건 송새벽, 박호산, 김재화의 몫이다. 이들은 지혜의 조력자이자 먹이(?)가 돼 스크린 가득 웃음폭탄을 적재적소에서 터트린다.

“제 작품의 누적 관객수가 벌써 3500만명이에요. 정말 뿌듯하고 그 소식을 듣고 울 뻔했지 뭐예요. 관객들이 나를 믿는다는 의미니까 그만큼 책임감을 더해 매번 작품에 임합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시절 ‘화사한 그녀’의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마음이 많이 갔죠. ‘이렇게 힘들 때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즐기며 보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엄정화는 지혜가 가지고 있는 고달픔이나 삶의 무게는 그저 가슴에 안고 코믹함에 집중했다. 장르는 범죄 코미디물이지만 장르에 너무 집착하거나 웃기려는 욕심은 되려 내려놨다. 그는 “변신의 달인이니까 누구도 지혜의 본모습을 모르게 하고 싶었다”면서 “연기하면서 그냥 이 영화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밝게 웃었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일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해요. 오래오래 이 일을 하고 싶어요. 무대 위에선 땀방울이 다이아몬드처럼 느껴지는데 연기는 늘 긴장하게 돼요. 더 많이 고민하고 후회도 많이 한답니다.”

‘화사한 그녀’는 현장에서 엄정화로 하여금 어깨춤을 추게 만들어준 영화다.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분장 아이디어를 낸 건 배달 라이더, 금고털이범, 미술학교수 등 다양한 직업군을 오가는 지혜의 본분을 조금이라도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서였다고. “모니카 벨루치로 변장했을 때는 현장의 모든 스태프들이 박수를 쳤다. 아름다움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그녀를 오마주한 신도 의미있었지만 환호 소리에 더 신나서 연기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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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화는 1992년 영화 ‘결혼 이야기’로 데뷔했던 엄정화는 이후 1993년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의 OST였던 ‘눈동자’로 가수 데뷔했다. (사진제공=제이엔씨 미디어그룹)

 

“저의 데뷔연도가 1993년이니 벌써 시간이 꽤 흘렀잖아요. 젊고 어렸을 때는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면 지금은 현실을 직시하자로 바뀐 것 같아요. 잘 하는 후배들을 봐도 치고 올라온다는 느낌보다는 ‘이 사람은 연기에 진심이구나’가 보이면 작품으로 꼭 만나고 싶은 생각 뿐이예요. 제발 나에게 기회가 와라, 하고요.(웃음)”

엄정화가 요즘 눈여겨 보고 있는 배우는 ‘무빙’에서 봉석이로 열연한 이정하다. 과거 ‘베스트셀러’라는 영화로 만난 류승룡, 이성민을 보는 느낌이 강하다고. 그는 이후 다양한 장르에서 열일하는 그들을 보며 ‘내가 이런 대단한 배우들과 연기를 했다니’하고 기쁜 마음이 종종 든다고 토로했다.

“나만의 화사한 비법이요? 당연히 웃음이죠. 일 욕심이 많은 편인데 늘 작품에서 관객들을 이해시키고 공감시키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완성도가 떨어진 시나리오라도 내 캐릭터가 얼마만큼 유연하게 갈 수 있는지를 봅니다. 그걸 완성시키려고 노력하는게 배우로서의 본분이니까요.”

그리곤 “설탕과 탄수화물을 줄이는 게 건강에 정말 좋아서 힘들더라고 지키려고 노력한다. 잠도 정말 잘 자고 몸의 질서가 잡히는 느낌? 진짜 마법이 일어나니 관객들도 그 즐거움을 느껴보셨으면 한다. 건강이 최고”라며 12월에 열리는 콘서트에 대해 “2000년도가 마지막 무대였다”고 밝혔다.

“매년 작품을 하다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댄스가수 유랑단’으로 오랜만에 예전 무대에 오르면서 팬들과 함께 나의 20대, 30대, 40대가 들어있는 노래를 무대에서 나누고 싶어지더라고요. 아직 자신감은 없지만 해내고 싶은 마음만큼은 우주최강이죠.”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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