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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메시의 특별한 힘

입력 2023-10-23 14:35 | 신문게재 2023-10-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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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메시는 현존하는 최고의 선수이자 축구사에 특별히 기록될 인물이다. 스페인 라리가 득점왕 8회, 코파델레이 득점왕 5회, 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6회 등 바르셀로나 클럽 역사상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발롱도르 7회 수상 기록을 지녔으며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컵까지 들어 올렸다. 이후 미국프로축구(MLS) 정규리그 동부 콘퍼런스 하위권인 인터 마이애미로 이적해 7경기 10골을 기록해 득점왕과 최우수선수의 영광과 함께 리그스 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69㎝의 작은 체구로 어떻게 이런 위대한 성과를 기록할 수 있었던 걸까? 물론 작은 키가 무조건 ‘피지컬 약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87㎝ 다빈손 산체스, 195㎝ 예리 미나 선수와 몸싸움에서 메시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메시를 위대하게 만든 것은 따로 있다.

축구 경기 통계를 살펴보면 프로 선수들은 평균적으로 10㎞가량을 뛴다. ‘산소탱크’ 박지성은 전성기 시절 경기당 평균 12㎞를 뛰었다. 활동 거리가 많을수록 동료를 지원하는 플레이가 가능하며 이타적이고 헌신적인 선수로 인식된다. 그런데 메시는 경기당 활동 거리가 8㎞밖에 되지 않는다.

메시가 경기 중 많이 뛰지 않는 이유는 단지 체력을 비축하기 위함이 아니다. 메시는 360도 전체에서 모든 정보를 얻는다. 경기장 이곳저곳을 스캔하며 우리 팀 선수들과 상대 팀 선수들이 자리잡고 있는 위치를 관찰해 필요한 이동공간 찾고 필요한 위치로 공을 보내면서 자신의 의도대로 경기를 이끈다.

메시의 특별한 관찰능력은 다른 선수들이 보지 못하는 것까지 간파한다. 보통의 선수들은 골 에어리어에 가면 골대의 두 기둥과 크로스바로 구성된 골문에만 주목한다. 이 안으로만 차 넣자는 생각이다. 하지만 메시는 여기에 골키퍼를 같이 보고 어느 시점에 슈팅하는 것이 좋은지 계산한다. 그래서 메시의 시선은 늘 바쁘다. 선(先) 관찰, 후(後) 행동인 것이다. 뛰어난 관찰능력은 메시만의 특별한 능력이고 이것이 양이 아닌 질의 축구, 효율적인 축구, 성과가 높은 축구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공을 쥔 시간이 훨씬 적은 그의 90분은 대부분 이런 진득한 관찰 행동으로 점철돼 있다.

축구뿐 아니다. 영화의 제작과정을 보면 진득한 관찰이 주는 능력에 또 놀라게 된다. 영화 ‘타이타닉’은 실화를 바탕으로 1997년에 개봉했으나 지금도 회자되는 명작 중 명작이다. 영화 초반에 침몰한 타이타닉호가 나타난다. 과연 이 배는 진짜 타이타닉호였을까? 비극의 현장을 직접 관찰하기 위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12차례에 걸쳐 타이타닉호가 잠긴 4000여m 깊이의 잔해 속으로 잠수정을 타고 내려갔다.

촬영 지역까지 내려가는 데는 10시간이나 걸리지만 도착하고 나서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2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문제는 한번 내려갈 때마다 4만달러, 한화로 5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는 사실이다. 당시 카메론 감독은 총 12차례에 걸쳐 모래 폭풍같은 심해 폭풍을 당하면서도 집요하게 잠수하고 관찰했다. 관람객이 준 영화 타이타닉의 평점 9.86은 그렇게 탄생됐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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