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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캤다! 찾았다! 진짜 원조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강인욱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입력 2023-11-04 07:00 | 신문게재 2023-11-0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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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고고학은 어찌 보면 ‘원조’를 다루는 학문이다. 역사학이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한다면, 고고학은 발굴된 유물에 근거한다. 저자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출신으로 현재 경희대 사학과 교수 겸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 소장이다. 발굴과 연구 만큼이나 대중과 고고학의 거리를 좁히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학자다. 이 책은 그가 들려주는 ‘죽어가는 유물이 들려주는 살아 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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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의 기원|강인욱|흐름출판

 

◇ 막걸리와 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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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탁주인 막걸리는 해외에서 ‘1달러의 기적 같은 술’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중국에서는 허난성 자후(買湖) 유적에서 쌀에 꿀과 과일을 섞은 막걸리를 담았던 흔적이 남은 토기가 발견되었다. 이 토기를 근거로, 제사 때 음복하는 풍습이 1만 년 가까이 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증류주인 소주는 몽골을 기원으로 본다. 제국 건국과 함께 증류 기술을 널리 공개하면서 소주는 ‘세계의 술’이 되었다. 최근에는 ‘베갈’이라는 증류주(백주)의 기원이 중국이라는 주장도 대두됐다. 2006년 만주 지린성 다안의 한 맥주공장 증축 현장에서 발견된 거란 시대 술고리(술 빚는 솥과 쟁반)를 복원하니 요즘 술과 비슷한 도수 40~50도의 증류주가 만들어졌음이 확인되었다.


◇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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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유라시아를 중심으로 동서양 곳곳에서는 김치와 유사한 배추 발효 음식들이 널리 유행했다. 중국에서도 3000년 전 주나라 문왕이 절임 채소를 먹었다는 기록이 <여씨춘추>에 남아 있다. 현재 우리가 아는 배추는 고려 혹은 조선시대에야 한반도에 전해진 것으로 관측된다. 고추를 넣은 매운 김치는 400년, 통배추를 버무린 김장의 역사는 150년 남짓에 불과하다. 저자는 김치 원조 논쟁이 무의미하다며, 전 세계 채소 절임 요리 가운데 우리 김치만큼 다양한 젓갈류로 풍미를 끌어올린 음식은 없다고 말한다.



◇ 삼겹살과 소고기, 그리고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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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염장을 한 우크라이나의 전통 생 삼겹살 ‘살로(salo)’는 얇게 잘라 빵에 얹어 먹는데, 열량과 비타민이 풍부해 추운 러시아에서도 인기다. 돼지비계는 상하기 쉽고 역한 냄새가 강해 요리가 쉽지 않지만 고대 로마에서도 ‘라르도’라는 음식에 활용되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우리나라에서 비계 특유의 잡내 탓에 1970년대가 되어서야 삼겹살 구이가 본격 유행했다.


소는 꼬리부터 발톱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고기다. 가축 소는 야생소 ‘오록스(aurochs)’에서 기원했다. 구석기와 신석기 초기 벽화에서 보는 뿔 달린 소다. 이를 근동 지역에서 가축화해 약 6000년 전 실크로드를 통해 동아시아로 전해졌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한우는 황우와 칡우, 흑우, 제주 흑우 등 네 가지인데 일제강점기에 한우로 표준화되어 전통 소의 명맥이 끊겼다.

닭은 새벽에 울어 새로운 시간을 연다는 의미에서 길조(吉鳥)로 여겨졌다. 붉은 벼슬이 악한 마귀를 쫓아낸다며 영물로도 인정받았다. 복을 부른다고 해 생물로 전통 혼례상에도 올라갔다. 우리 신라를 계림(鷄林)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인연이 깊다. 천마총에서는 권력의 상징으로 ‘달걀’이 출토되기도 했다. DNA 분석 결과 우리 토종 닭은 중국 운남성에서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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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현대식 축구의 역사는 150년 정도 밖에 안된다. 하지만 둥근 공으로 차는 놀이로 확장하면 이집트 시대로 올라간다. 마야 문명에서는 공을 태양처럼 신성시해 공놀이 경기에서 지면 목숨을 잃는 ‘데스 매치’였다. 유라시아 초원에서는 말 위에서 공을 겨루는 격구(擊毬)가 발전해 동아시아로까지 전파됐다. 현대 축구의 원형인 축국(蹴鞠)은 기원 전 3~4세기 경 중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네모난 경기장에서 동그란 공을 차는 방식이기에 천원지방(天圓地方), 즉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는 철학을 구현한 놀이로 여겨졌다. 이후 동아시아로 전파되었으나 몸싸움이 심한 놀이라 유교나라 조선에서는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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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소그드인의 오래 전 낙서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면서 양 손의 자유를 얻었다. 낙서도 그 산물이다. 터부시 되는 인간의 욕망을 담아내는 통로이기도 했다. 과학잡지 <네이처>에 따르면 50만 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자바원인 유물에서 지그재그로 낙서한 조개껍데기가 있었다. 남아프리카에서는 7만 30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동굴에서 붉은 물감으로 그려진 낙서가 발견됐다. 이집트 카이로 남부의 아트리비스라에서는 2000년 전 어린 학생이 토끼 쪼가리에 끼적인 것으로 추정되는 낙서가 자화상 그림 낙서와 함께 발견되었다. 실크로드 둔황에서 발견된 문서에는 불경 뒷 면에 성적 능력이 과장되게 그려진 낙서가 발견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개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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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개의 원조는 구석기 시대 얼어붙은 들판을 헤매며 인간을 물어뜯고 해치던 야생 늑대였다. 야생 늑대가 개로 바뀌는 것은 5만 년 전 이상이다. 현재까지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벨기에 ‘고예 동굴’에서 발견된 3만 6000년 전의 늑대 흔적이다. 오늘 날의 개는 빙하기가 끝날 무렵인 1만 5000년 전 유럽 근방에서 서식하던 회색늑대를 길들이며 동고동락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본다.

고양이는 기원 전 6세기 페르시아 때부터 인간이 정성껏 키우고 모셨던 동물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숭배의 대상이기도 했다. 다산과 풍요의 여신이 고양이 모습으로 묘사되곤 했다. 신석기 시대에 근동 지역에서 약 9000년 전, 중국에서는 5000년 전의 것이 가장 오래된 흔적으로 평가된다.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곡식을 갉아먹는 쥐를 소탕할 동물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 도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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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도굴은 예로부터 목숨을 건 도박이었다. 하지만 그 성과가 워낙 엄청났기에 상당히 성행했다. 진시황의 14대 조인 진경공의 무덤은 도굴 갱이 250여 개나 발견되었을 정도로 도굴 꾼 들의 공략 대상이었다. 그렇기에 진시황은 자신의 무덤을 축구장 3개 넓이보다 넓게 조성하면서도 극비에 부쳤다. 삼국을 통일했던 조조는 군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무덤을 파헤치는 부대, 보물을 긁어모으는 부대를 별도로 만들어 왕릉을 도굴했다고 전해진다. 정작 자신의 무덤은 어디에 조성했는지 극비에 부쳐 지금도 그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묘는 많지만 진위 여부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 인삼


인삼은 세계 역사를 바꾼 명약이다. 2000년 전 중국 기록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에도 백두산 일대가 대표 산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구려와 백제가 진상품으로 인삼을 중국에 선물했다는 기록이 삼국시대부터 나온다. 백두산에 인접했던 발해는 인삼의 주산지였다. 당시 인삼을 채취하던 도구가 최근 유적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조선은 유일하게 인삼 건조 기술을 보유해 큰 인기를 끌었다.


◇ 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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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의 시신은 방부 냉동처리되어 러시아가 특별관리 중이다.

‘미라’라고 하면 이집트를 먼저 떠올리지만, 북극해에서부터 남아메리카 잉카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발견되었다. 이집트가 의도적으로 영구보존을 위해 미라를 만들었다면 여타 지역은 시신이 잘 썩지 않고 잘 보존될 수 있는 온도와 습도 덕분에 우연히 미라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에는 345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미라를 만드는 법’이 적힌 파피루스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 기록에 따르면 35일간 건조하고 35일간 붕대를 감는 등 총 70일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미라 기술은 현대에 와서는 소련으로 이어져, 레닌의 시신이 미라로 제작되어 영구 보존되고 있다.



◇ 마스크


마스크는 원래 의료 목적이 아니라 ‘신’을 상징하는 도구였다. 고대에는 하늘의 뜻을 인간에 전해주는 대리인 ‘샤먼’의 전유물이었다. 많은 나라에서 죽은 이를 매장할 때 얼굴에 복면 같은 것으로 감싸는 장례 풍습을 갖고 있었다. 실크로드에서는 유난히 황금 마스크가 많이 발굴되었다. 지금처럼 마스크가 의료용 도구로 바뀐 것은 120여 년 전부터로 관측된다. 현대식 마스크는 17세기 유럽에서 패스트가 한창일 때 프랑스 의사가 처음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 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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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예로부터 문신은 유라시아 유목 전사들에게 계급장과도 같은 것이었다. 공을 세우고 계급이 올라갈 때마다 문신이 늘어난 것으로 짐작된다. 고대인들에게는 문신은 대체로 주술적이고 신령한 의미를 담고 있었기에 문신에 쓰이는 재료도 귀한 것으로 썼다. 솥에서 떼어낸 숯 검댕이 등이 주로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에는 얼굴 문신의 전통이 남미나 태평양 섬에 사는 소수 민족들 사이에서만 전해지지만 여러 유물을 통해 오래 전 고대 유라시아 전역까지 얼굴 문신 문화가 널리 퍼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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