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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사적복수 콘텐츠

입력 2023-11-21 14:17 | 신문게재 2023-11-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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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사적 만남에서의 불미스러운 성 관련 의혹이 법정공방으로 이어졌던 한 뮤지컬 배우는 빗발치는 관객들의 요구에 출연 예정이던 작품에서 하차했다. 소속사는 해당 배우가 극도의 불안감과 수면 장애에 시달리다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한다고 발표하면서 그에 대한 명예훼손 및 권리 침해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법적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위계에 의한 성범죄에 대한 미투가 이어지던 때 오케스트라 단원, 배우 등에 대한 성희롱 발언 및 행동으로 문제가 됐고 공개사과까지했던 유명 음악감독은 한 대형 제작사의 창작 초연작으로 복귀를 알렸다. 마니아 관객층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공연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배우들이 캐스팅된 이 극의 음악감독은 현재까지 별다른 대응이나 탈 없이 숨죽인 상태다.

이 두 사건이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국민사형투표’의 개탈에게 던져졌다면 어땠을까. 물론 이 극에 등장한 사건들에 비하면 다소 가볍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무엇이 옳고 그르고, 누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 같은 문제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양상을 보니는 두건의 사례는 ‘사적 단죄’의 주관성, 감정의 개입, 다른 차원의 이해관계 등 변수에 대한 우려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국민사형투표’ 뿐 아니라 디즈니플러스 최근작 ‘비질란테’, 드라마 ‘모범택시’ ‘더 글로리’ ‘원한해결사무소’, 뮤지컬 ‘데스노트’ 등 사적 복수 콘텐츠에 열광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결국 원인은 법치주의 국가임에도 기울어진 법의 저울, 판단 잣대의 유동성 등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는 사법시스템, 이 하나다. 증거조작, 사적복수 등을 통해서라도 법이 외면한 정의구현에 나서는 콘텐츠들의 양산은 그 하나에 대한 질문이자 요구다.

 

- 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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