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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 이어 기업은행 본점 지방이전 추진…'정치금융'에 당혹스런 은행권

입력 2023-11-23 14:22 | 신문게재 2023-11-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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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본점 전경사진
(사진=IBK기업은행)

 

은행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려는 ‘횡재세’나 ‘상생금융’ 추진에 이어 은행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하려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정치금융’ 논란 속에 은행권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야당이 기업은행 본점을 대전으로 이전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대구·부산 등 타지역에서도 본점 유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증하자 기업은행이 긴장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성격의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정부의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이전 추진처럼 지역균형 발전차원의 ‘지방이전론’에 명분이 축적될까 내심 경계하기도 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황운하 의원(대전 중구·정무위)이 지난 20일 기업은행 본점을 대전으로 이전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한 중소기업은행법을 개정해 대전광역시에 본점을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황운하 의원실은 충청은행(1998년)과 충북은행(1999년)이 각각 퇴출된 이후 지난 20여 년간 지방은행이 부재해 금융 소외지역이 된 충청권은 지방은행을 둔 타 지역에 비해 중소기업들이 자금유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기반 은행을 유치할 필요성이 있는 대전은 교통의 중심지로 서울·경기 및 타 지역과 이동이 편리해 지방 중소기업들의 접근성 측면에서도 유리하고 거주지 이전 등 직원들의 생활불편도 최소화할 수 있는 입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당혹스런 표정이나 일단 과민한 반응이나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이전에도 대구로 본점을 이전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타 지역에서 기업은행을 유치하려는 요구가 있지만 실제 실현되기엔 아직 거리감이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전에 발의된 법안도 계류 중인 상황”이라며 “공공기관 이전은 국회 및 정부 등과 종합적인 논의를 거쳐 신중히 검토되어야 할 사안으로 안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민 표심을 공략하는 차원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전문가는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경제적 효과를 검토하기 위한 사전 세미나나 학계와의 교류가 없었던 점을 차치하고라도 이전 법안을 발의한 의원의 지역구로 옮기자는 것은 총선을 앞둔 시점과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운하 의원실 측은 이전부터 계획했던 법안이며, 대전·충청권 시민단체 등의 기업은행 유치에 대한 바람을 수렴했다는 입장이다. 황운하 의원실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법안 초안이 이미 나와 있는 상태였고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며 “법안이 발의되기 전에도 논의를 했지만 이후에도 입법 공청회나 단체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지방 이전론에 맞서는 기업은행의 ‘본점 서울’ 고수 이유는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있는 중소기업 지원 관점에서 본점을 지방으로 옮기면 현장 지원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전체 중소기업대출(중기대출)의 60.7%, 5인 이상 사업체 53%, 벤처기업 64.7%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기업은행 중기대출의 66.5%, 총예금의 78.7%, 영업점수 68%도 수도권에 집중됐다. 기업은행 내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심사, 평가, 리스크 관리 등은 본점 부서에서 담당하는데 중소기업은 서류상으로만 평가할 수 없고 직접 현장에 가서 보고 평가하고 지원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며 “본점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전국적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데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충청권에 기업금융 중심의 지방은행 설립’과 대전지역의 금융 인프라 필요성이 맞물려 사실상 시중은행 영업을 하고 있는 기업은행의 지방 이전론이 총선을 앞두고 힘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했을 때 금융당국과의 원활한 조율이나 직원들의 출장이 불편할 수 있겠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해봐야 될 것”이라며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퇴사를 많이 하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근무의욕이 떨어지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 공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복리후생이라는 사적인 차원에서도 직원들의 만족도를 고려한 신중한 배려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내부 관계자도 “시중은행이나 일반 IT업종에 비해 임금 수준이 뒤처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기관 경쟁력의 핵심인 IT 인력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남아 있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산업은행 이전이 확정되고 기업은행 이전 추진 움직임이 현재의 산업은행 수준으로 올라오게 되면 인력이탈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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