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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해 예산 조기 집행, 경제활력 제고 효과 극대화해야

입력 2023-12-26 14:16 | 신문게재 2023-12-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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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을 전면에 내세운 정부가 예산 조기집행 방안을 내놓았다.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세출예산의 75%를 상반기에 조기 배정하기로 했다. 올해에 이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예산을 앞당겨 사용한다는 정부 예산배정계획이 조속한 집행에만 방점이 찍히지 않아야 할 것이다. 확정된 예산 지출 시간표가 내수경기 부양 등 경제 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상반기 재정 집행에서 최우선할 것은 재정정책의 유효성이다. 시기적으로 지금은 금융위기나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상황은 아니다. 경제활력 제고 명분은 차고 넘칠 테지만 문제는 재정 조기집행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느냐에 있다. 내년 전체 세출예산(일반회계+특별회계) 550조원 중 412조5000억원 규모를 상반기에 배정해 경제 활력을 일찍 불어넣는다는 포석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상반기 집행 비중을 크게 하는 과감하고 선제적인 예산 조기 집행이 GDP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는 실증적인 사례도 물론 있다.

하지만 2002년 이후 한두 번 빼고 매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된 단골 메뉴인 신속·조기 집행은 효과가 미미할 때가 많았다. 박근혜 정부 4년간 조기 집행률은 평균 59.5%에 달한다. 2014년 당시의 예를 들면 재정 조기집행의 당해연도 총수요 유발효과는 GDP의 0.04%에 불과했다. 최근 몇 년간 경기를 살리겠다며 꾸준히 70% 이상을 유지했다. 조기 지출 독려로 사업에 속도만 내다간 과속이 될 수 있다. 경제체질의 근본 개선 없이 조기 지출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예산 집행이 부실해지지 않아야 한다. 정부지출 증가로 민간부문의 소비 및 투자가 위축되는, 즉 민간투자의 구축(驅逐, crowding-out)으로 재정지출의 경제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도 없어야 한다.

원칙적으로 재정집행계획은 평시에는 균등지출을 해야 좋다. 그게 일반론이다. 속전속결 기조는 부작용과 역효과도 따른다. 집행 안전성 측면에서는 부실한 사업집행 우려가 없지 않다. 중복에 따른 낭비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재정 조기 집행 때 지자체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문제점도 제기될 수 있다. 총선을 4개월여 남긴 시점이라 정치가 경제를 망치는 ‘폴리코노미’가 되지 않을지가 또한 걱정이다. 이왕 하는 거라면 제 효과를 내고 실제 성장률을 견인하도록 사전 준비를 잘해야 한다. 2년 연속 상반기 지출 극대화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 되면 안 된다. 최대 규모의 조기집행 예산은 부진한 집행, 무리한 신속 집행 모두 해(害)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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