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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잔혹한 알 권리

입력 2024-01-02 14:16 | 신문게재 2024-01-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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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꿈이신가, 수사가 아니라 소설을 쓰시네.”

tvN 토일 드라마 ‘마에스트라’ 중 마약유통 혐의로 긴급체포된 차세음(이영애)이 형사의 몰아가기 식 수사에 놓는 일침은 보는 이들 대부분을 따끔거리게 했다. 이미 범죄자로 낙인찍는 강압적인 수사방식도, SNS 등을 활용한 자극적 이슈몰이도 2023년 12월 유명을 달리한 배우 이선균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후에야 이선균이 비공개 소환을 요청했지만 거부된 사실이 알려지며 경찰 책임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고인의 비공개 소환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인천경찰청은 취재진 안전을 고려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수사당국도, 언론도, 유투버들도 ‘알 권리’를 전면에 내세워 마약, 외도, 협박, 갈취 등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요소들에 몰두하는 형국이었다. 급기야 고인의 장례식장까지 습격(?)해 고성방가까지 서슴지 않는 행위는 잔혹한 ‘알 권리’의 민낯이었다. ‘알 권리’는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를 수령(자유권), 수집(청구권)하거나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다. 헌법재판소 견해에 따르면 알 권리는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에 포함되는 권리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핵심이지만 이 권리의 주체나 대상 그리고 해당 범위가 헌법 조항이나 실정법으로 기재돼 있지는 않다보니 그 적용선이 모호하다.

‘알 권리’의 잔혹성은 그 모호함에서 기인한다. 10월부터 3번이나 포토라인에 섰던 이선균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강도의 수사를 받았지만 관련 인물로부터 지속적인 공갈·협박을 받아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한 피해자이기도 했다. 마약 투약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이선균은 간이검사는 물론 정밀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홀린 듯 알 권리에만 몰두한 ‘무죄 추정의 원칙’은 그렇게 모두에게 외면당했다.


- 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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