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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딸이 갑작스런 결혼을 발표했다면 '트로이의 목마' 정법 어떠세요? 영화 '티켓 투 파라다이스'

[#OTT] 영화 '티켓 투 파라다이스'로 뭉친 줄리아 로버츠& 조지 클루니
알파세대의 겁없는 도전에 중년의 사랑 녹여내

입력 2024-01-31 18:00 | 신문게재 2024-02-0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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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딸에게 “좋은 건 그때 해봐야지”란 조언을 해왔던 부모는 여행지에서 눈 맞아 결혼을 결심한 딸의 이메일에 혼비백산해 달려온다. 전 ‘X’와 야무진 계획을 세워서.(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

 

여기 천국으로 가는 티켓이 있다. 20대 시절 한눈에 반해 결혼한 적이 있는 남녀. 진작에 갈라섰지만 두 사람 사이엔 하늘에서 내려준 완벽한 딸이 있기에 아예 남이 되진 않았다. 당신은 기꺼이 그 기회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치를 떨며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인가. 할리우드 대표 절친인 줄리아 로버츠와 조지 클루니가 영화 ‘티켓 투 파라다이스’로 만났다. 

불 같은 사랑을 하며 결혼했지만 5년 만에 각자의 길을 걷게 된 조지아(줄리아 로버츠)와  데이빗(조지 클루니)은 물과 기름이다. 다행히 부모로서의 역할은 충실했지만 릴리(케이틀린 덴버)의 대학 졸업식장에서 쌓인 앙금이 터진다. 서로가 각자의 ‘잘난 딸’이라며 자랑 배틀이 붙더니 결국 축하해야 할 자리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이혼한 부모를 오가며 매년 휴가를 보낸 릴리는 풍족하기는 해도 서로의 험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모습에 늘 상처를 받아왔다. 그래서 이번 졸업 여행 만큼은 절친과 발리로 떠나 제대로 된 추억을 만드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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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로서 창창한 릴리와 집안 대대로 해초를 키운 그데는 한 눈에 서로가 운명임을 깨닫는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

 

졸업 전 유명 로펌에 취업한 릴리를 타지에 보내는 두 사람의 마음은 뭔가 복잡하고 불안하다. 두 사람 역시 각자의 목표가 뚜렷했지만 사랑에 빠지며 커리어도 놓치고 믿음도 깨진 아픔이 있다. 유일한 자식이 자신이 했던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부모의 마음. ‘티켓 투 파라다이스’는 몇 개월 후 해초를 키우며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사는 발리 청년 그데(막심 부티에)와 결혼을 발표한 딸의 연락을 받으며 본격적인 갈등의 시작을 알린다.

남보다 못한 사이인 두 사람은 이 결혼만큼은 말리기로 의기투합한다. 그리고 쿨하게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며 발리행 비행기를 탄다. 울고불고 악착같이 반대하면 도리어 불타는 게 선남선녀의 감정임을 이미 겪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제 막 출발하는 국적과 성별도 다른 젊은 커플의 이야기에 되려 중년의 사랑을 덧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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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을 사랑하고 20년간 앙숙이었던 부부는 과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까? 영화 ‘티켓 투 파라다이스’의 엔딩은 그 질문의 해답이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

 

세월은 흘렀지만 과거의 감정을 기억하는 전남편과 아내의 추억팔이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들은 그야말로 살벌하게 싸운다. 그때 안 맞았던 건 남이 된 지금 더더욱 이해 못하는 부분이다. 데이빗은 “결혼은 해도 아이는 천천히 낳으라”며 조언하고 조지아는 가풍이 전혀 다른 사돈의 대화에서 이별의 힌트를 얻는다. 이들의 궁국적인 목표는 가정을 이뤄도 서로 다른 걸 빠르게 인정하고 각자의 길을 걷는 것 뿐이다.

대대로 해초 사업을 하는 예비 사돈과 엄청난 수의 친인척들은 도시 출신인 그들에게 신선함 보다는 고루함일 뿐이다. 다인종이 모여 만든 기회의 땅 미국이지만 되려 백인우월주의가 판치는 걸 아는 어른으로서 딸 릴리를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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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메이킹 필름을 보면 두 사람이 얼마나 찐친인지 알수 있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

 

조지아는 결혼 징표인 반지를 숨기고 외지인 코스프레를 하며 방문하면 무조건 헤어진다는 곳에 관광을 제안하며 현실적인 방해에 나선다. 이들이 ‘트로이의 목마’로 이름 붙인 방해 공작 덕분일까. 릴리 역시 결혼 준비를 하면 할수록 현실적인 문제에 눈을 뜬다. 아름답고 조용한 자연 환경에서 그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예비 신부지만 평생을 미국에서 보낸 외지인일 뿐이다. 알게 모르게 창창한 미래를 버리고 사랑을 택한 부모의 현실적인 결말을 보고 자란 탓에 메리지 블루(결혼 전 우울증으로 결혼인 Marriage와 우울한 기분인 Blues 단어가 합쳐진 용어)라는 현타가 온다. 

조지아와 데이빗의 계획이 거의 성공할 뻔한 순간 갑자기 나타난 엄마의 연하 파일럿 애인이 청혼을 하며 영화는 또다른 국면을 맞는다. 사실 늘 연애에 적극적이었던 엄마와 달리 아빠는 싱글의 삶을 예찬하며 살아왔다. 결혼이란 사회적 시스템에 넌덜머리가 난 표면적 공통점에서 두 사람은 과연 어떤 눈치와 고집을 부려왔던 것일까. 게다가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섞이지 않는 성격이지만 발리의 외딴 섬에서 흐른 세월 만큼이나 ‘라떼감성’에 젖는다. ‘티켓 투 파라다이스‘는 알파세대가 겪는 사랑의 혼란 속에서 되려 X세대의 감성으로 촉촉하게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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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전통 결혼과 이국적인 풍광이 눈을 사로잡는 영화 속 한 장면.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

 

보기 전에는 아는 맛인데 막상 보면 중독되는 MSG급 대사는 할리우드 저예산 영화임에도 줄리아 로버트와 조지 클루니가 기꺼이 출연한 이유를 가늠하게 만든다. “사랑은 때와 장소, 상황이 맞아야 하더라” “자식을 위해서 못할 건 없지만 나를 닮는 것 만큼은 참을 수가 없나봐” “이렇게 계속 살다가는 내 자신을 잃어버릴것 같더라. 내 실수는 그거였어 ‘당신’이 아니라” 등은 두고두고 곱씹을 인생명언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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